▶ 정부효율부 수장 낙점 직후 공언
▶ “정부 효율화 안하면 미국 파산”
▶내각 부처? 별도 조직? 불분명
“연방기관 99개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2일 자신을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낙점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발표 직후 엑스(X·옛 트위터)에 이같은 게시물을 올렸다. 정부효율부의 업무와 관련한 자신의 짧은 인터뷰 영상을 끌어다 ‘연방기관이 428개나 필요한가. 들어보지도 못한 기관이 많고 영역이 겹치는 기관도 많다’고 지적한 뒤 ‘99개면 충분하다’는 게시물을 올린 것이다.
연방기관 규모를 4분의 1토막 내는 대수술도 불사하면서 연방정부에 뿌리 깊은 관료주의를 혁파하겠다는 일성인 셈이다. 머스크는 잇따라 올린 게시물에서 “정부를 효율화하거나 아니면 미국이 파산하거나”라고도 했다. 연방정부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투명성을 최대화하기 위해 정부효율부의 모든 조치를 온라인에 게시하겠다면서 “우리가 중요한 것을 잘라내고 낭비성인 것을 안 잘라낸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알려만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머스크와 함께 정부효율부를 이끌게 된 비벡 라마스와미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인도계 출신 기업가인 라마스와미는 공화당 대선 경선에 나섰다가 사퇴하고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해왔다. 그도 엑스에 올린 글에서 “미국 국민은 과감한 정부 개혁에 표를 던졌다”면서 “우리는 부드럽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격적 개혁 추진을 공언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재입성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머스크는 선거운동 기간 연방정부 예산을 최소 2조 달러 삭감할 수 있다면서 대폭적 정부 개혁을 예고한 바 있다. 어느 연방기관이 ‘폐기’ 대상이 될지 등 구체적인 운영 방침에 대한 설명은 많이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기차 회사 테슬라와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 등 거대 기업을 운영하면서 상당한 규모의 정부 계약 사업도 벌이고 있는 머스크를 상대로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전직 정부 관료 등을 인용해 기업인인 머스크가 정부에서 역할을 맡게 되면 이해상충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는 12개 이상의 연방기관과 수십억 달러의 정부 계약을 맺고 있는데, 머스크가 정부 계약과 보조금 지급을 승인하는 기관을 감독하는 정부효율부를 이끌게 되면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진보성향의 소비자 단체 ‘퍼블릭 시티즌’의 리사 길버트 공동대표는 성명에서 “머스크는 정부 효율 및 규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면서 머스크가 ‘차르’의 지위에서 공격하게 될 규칙들을 그동안 사업을 하며 여러 번 위반해왔다고 지적했다.
정부효율부라는 조직의 권한과 위상이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힐은 정부효율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부처인지 아니면 외곽에서 백악관에 자문을 제공하는 형태가 될지 아직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CNN방송도 “정부효율부가 어떻게 운영될지, 공화당이 다수당인 의회에서 정부 지출과 운영에 대한 그토록 과감한 개혁을 승인할 생각이 있을지 당장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머스크 지명 발표에서 “정부효율부는 정부 외부에서 조언과 지침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혀 공식 부처가 아닌 일종의 자문기구나 위원회로 운영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민주당 소속인 엘리자베스 워런 연방상원의원은 정부효율부 수장이 2명인 것을 거론하며 “한 사람 일을 두 사람이 한다. 아주 효율적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 머스크는 정부효율부를 둘러싼 논란을 의식한 듯 엑스를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아니다. 관료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재선 승리 과정에서 강력한 신임을 얻은 머스크는 연방정부 효율화를 위한 조직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과 외국 정상의 전화통화에 배석하는 등 벌써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