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나이더 소장 “트럼프 ‘일방적 양보’ 안할 것” 전망
▶ 하노이서도 김정은 제안 거절…’역제안’으로 협상 결렬시켜
지난 2019년 6월30일 판문점 회동 당시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 [로이터]
"트럼프는 북한과 사전에 주고받을 것을 합의하지 않는 한 일방적인 양보를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한미경제연구소(KEI)의 스콧 스나이더 소장이 13일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향후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경우 북한과의 거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는 2019년 '하노이 노딜'의 경험을 상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당시 북한을 어떻게 상대했는지를 복기해보면 미래의 상황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인 셈이다.
실제로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진행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해체를 고리로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김정은에게 미국 정보 당국이 파악한 '영변 외의 5곳의 핵시설' 리스트를 제시하면서 "모두를 해체해야 한다"는 새로운 제안으로 맞섰다.
김정은이 거듭 "영변이 가장 큰 시설"이라고 고집하자 트럼프는 북한을 향해 "협상을 할 준비가 안됐다"고 선언한 뒤 일방적으로 협상을 결렬시켰다.
북한은 정상회담 결렬 직후에도 가급적 새로운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미국은 냉담했다.
결국 트럼프는 북한과의 협상을 타결짓는 대신 더 높은 핵포기 카드를 제시하며 북한을 압박한 것이다.
하노이 정상회담 한달여 뒤인 2019년 4월 7일 네바다주에서 열린 공화당 모임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김정은과 아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면서도 "올바른 합의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나이더 소장이 "미국 측이 하노이회담에서 얻은 주요 교훈은 북한의 최고 의사 결정권자조차도 비핵화 합의를 할 의향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말한 배경이다.
'하노이 노딜'은 북한에도 큰 파장을 던졌다. '브로맨스' 관계까지 과시했던 트럼프에게 협상안을 제시했다가 거절당한 김정은은 이후 미국과 탑다운 방식의 외교를 단념하고 핵무력 고도화의 길로 질주한다.
그리고는 2021년 1월 열린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김정은은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스나이더 소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미국과 북한간 정상회담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다.
다만 "양측 모두 2019년 하노이 '노딜'(합의 불발) 정상회담에서 얻은 나쁜 기억과 교훈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북간 정상 차원의 관여 재개는 만약 실현될 수 있다면 실현되기까지 시간이 일정 정도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하노이 노딜 과정에서 보여준 것처럼 북한에 '일방적인 양보'를 하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 관영매체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이후 현재까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트럼프 당선인이 어떤 대북 메시지를 내는지 지켜보고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획기적인 제안'을 내놓지 않는한 북한은 당분간 러시아와의 협력관계를 강화하며 향후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스나이더 소장은 "김정은은 이제 푸틴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더 이상 이전만큼 트럼프를 필요로 하지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이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북한 변수도 성격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미국과 북한간 관계 변화는 물론 한반도 정세의 흐름을 결정할 중요한 국면이 펼쳐질 것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