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링크 위성 지원 등 언급…NYT “과거 러시아와 협상 지원 요청도”
▶ 머스크, 젤렌스키 비꼰 밈 게시해 반발 사기도…’우크라전 종전’ 머스크 역할 주목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승리 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할 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같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머스크와 젤렌스키 간의 관계에도 관심이 쏠린다.
11일 CNN 방송과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6일 트럼프 당선인의 거주지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에 함께 자리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으로부터 당선 축하인사를 받은 트럼프 당선인은 통화 도중 스피커폰으로 전환해 옆에 있던 머스크와도 얘기를 나눌 수 있게 했고, 젤렌스키는 머스크가 스페이스X의 위성 스타링크로 우크라이나에 통신 지원을 해준 데 대해 감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화는 약 7분간 이뤄졌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미국의 정책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NYT는 젤렌스키의 전 대변인이었던 이울리아 멘델의 전언을 인용해 머스크가 트럼프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젤렌스키와 통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전에 머스크와 젤렌스키가 단 둘이 통화한 적이 최소 두 차례 있었다고 보도했다.
멘델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약 2주 뒤인 3월 초에 머스크의 지인이 먼저 자신에게 연락해 젤렌스키와의 통화 연결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멘델은 또 젤렌스키가 머스크와 통화하면서 한 번은 당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포위된 민간인들을 대피시킬 인도주의적 통로를 열기 위해 러시아 측과 협상을 추진하면서 머스크의 도움을 받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다만 당시 머스크가 젤렌스키와 두 차례 통화한 뒤 러시아의 크렘린궁을 접촉해 관련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NYT는 보도했다.
앞서 머스크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서비스를 지원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스타링크 위성 통신 서비스는 전쟁 초반에 우크라이나의 소규모 부대들이 서로 실시간 드론 정보를 공유하고 휴대전화 서비스가 중단된 지역에서 연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는 당시 포위됐던 우크라이나 최전방 군대의 전열을 정비하는 데 크게 기여했고, 머스크는 우크라이나 주민들에게 추앙받았다.
하지만 이후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머스크의 태도가 달라지면서 머스크와 젤렌스키 간에 다소 긴장된 관계가 형성되기도 했다.
머스크는 자신의 회사 스페이스X가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를 지원하면서 막대한 비용을 쓰는 데에 불만을 제기했고, 크림반도 등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를 끊기도 했다.
결국 미 국방부는 2023년 6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스타링크 지원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명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머스크를 직접 인터뷰해 집필, 지난해 9월 발간한 전기에 따르면 2022년 확전을 반대한 머스크는 러시아 해군 함대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기습 공격을 저지하려고 크림반도 해안 일대의 스타링크 위성 통신망을 차단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이런 내용이 언론 보도로 먼저 알려지자 우크라이나 인사들은 머스크를 강하게 비판했고, 머스크는 지난해 10월 젤렌스키를 조롱하는 합성사진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리며 대응했다.
당시 머스크는 "5분이 지났는데도 수십억 달러의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을 때"라며 남학생이 이마에 혈관이 튀어나올 정도로 힘겹게 참고 있는 듯한 모습을 담은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에 젤렌스키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이미지를 게시해 우크라이나인들의 반발을 샀다. 머스크가 젤렌스키 대통령이 단 5분을 참는 것조차 힘겨워하며 끊임없이 지원을 요청한다고 비꼰 것으로 풀이됐다.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전폭 지원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머스크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전 조기 종전을 공언해온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에 머스크가 어떤 역할을 할지도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