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랍·이슬람권 정상, 이스라엘 제재·즉각 휴전 촉구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벌이는 군사작전을 "대량학살"이라고 규정하며 규탄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날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아랍연맹(AL)·이슬람협력기구(OIC) 공동 정상회의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의 우리 형제들에 대한 행동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우디는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형제들이 현재 이스라엘의 침략에 따른 비참한 인도주의적 현실을 극복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 "이란의 주권을 존중하며 그 영토를 침범해서는 안 된다"며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이란이 사우디의 역내 패권 경쟁자이지만 이스라엘과 거리를 둔 셈이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1년을 넘긴 가자지구 전쟁 국면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등을 만나 전쟁에 대한 우려를 수차례 전했고 최근에는 이란 본토를 공습한 이스라엘을 공개 비난했다.
수니파 이슬람 종주국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 이란은 2016년 1월 국교를 단절했다가 작년 3월 중국의 중재로 외교관계를 복원한 뒤 고위급이 상호 방문하는 등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이날 정상회의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사람이 살 수 없게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고,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은 '두 국가 해법'이 평화를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영토를 지속적으로 병합하려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에 대한 국제사회의 조율된 대응을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특별정상회의에 이어 1년 만에 모인 AL·OIC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금수조치와 함께 유엔 회원국 자격 정지를 요구하는 내용의 폐막 성명을 채택했다.
정상들은 또 성명에서 가자지구, 레바논, 시리아에서 벌인 이스라엘의 공격을 강력히 비난하고 즉각적인 휴전과 함께 1967년 이후 점령한 아랍 영토에서 철수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정상회의가 지난 5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뒤 열렸다는 점에서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중동권의 메시지라고도 볼 수 있다.
1년 전 회의에서 AL과 OIC 회원국 정상들은 가자지구를 무차별로 공습하는 이스라엘을 규탄하면서도 징벌적 경제 제재나 정치적 조처는 요구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