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SJ “관세인하·투자로 美와 동맹국 분리 모색…한국·호주 비자 면제도 그 일환”
▶ 中외교부 “각국과 ‘진정한 다자주의’ 견지할 의향…무역전쟁 승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예고한 대(對)중국 '관세 폭탄'을 방어하고자 중국이 아시아와 유럽의 미 동맹국에 구애하려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WSJ은 중국 정부의 의사결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 트럼프 당선인의 대중 고율 관세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에 대비해 중국이 미국 동맹국들에 관세인하, 비자면제, 투자제안 등 인센티브 제공 계획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중국 상품에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국가의 수입 상품에도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 가뜩이나 흔들리는 중국 경제에 미칠 충격을 상쇄하고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최고 지도부가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들을 미국으로부터 떼어낼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 경제 정책 '실세'인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도 최근 서방 기업인들과 회의에서 중국이 외국인 투자와 유럽 및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을 촉진하고자 다양한 분야에서 '주도적인' 관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이 관세인하를 고려하는 분야는 국가에 따라 수산물, 기타 농산물뿐만 아니라 전기·통신 장비도 포함된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FT는 중국이 최근 몇개월 동안 한국, 호주, 뉴질랜드 등을 상대로 중국 입국 비자를 면제한 것도 중국 지도부의 이러한 전술 변화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독일·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스페인 등 유럽 5개국과 말레이시아에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일방적 비자 면제' 조치를 발표했다. 이어 지난 6월에는 호주와 뉴질랜드, 지난 1일에는 한국을 일방적 비자 면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신문은 "중국 정책 서클에서 '일방적 개방'으로 불리는 이 전략은 오랫동안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대가 주고받기) 식 경제·외교 거래를 선호해 온 지도부의 전술적 변화를 의미한다"고 짚었다.
리창 중국 총리도 지난 5일 상하이에서 열린 '제7회 중국 국제 수입 박람회'에서 외국인이 중국 시장에 접근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일방적 개방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고 FT는 지적했다.
중국은 이 새로운 개방 전략을 통해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 때처럼 동맹국에 종종 적대적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아시아·유럽 국가의 두려움을 활용하려 한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를 통해 중국이 주도권을 잡고 미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면서 미국과 그 동맹국 사이에 균열을 내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또한 미국에서 벗어나 시장을 다각화할 시급한 필요성도 있다. 중국이 여러 개발도상국에 진출해 있지만 유럽이나 아시아 시장 접근성까지 좋아지면 영향력을 더 키울 수 있다.
다만 미 동맹국들이 중국의 이러한 유인책을 경계하고 트럼프 차기 행정부와 틈이 벌어질 수 있는 입장에 놓이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의 경우 중국이 그동안 무역 관련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중국의 유럽시장 접근성을 높일 경우 중국 기업이 유럽 기술을 빼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글로벌 발전이 직면한 도전과 국제 형세의 불안정성·불확실성 요소가 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며 "중국은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와 보편적으로 이로운 경제 세계화를 일관되게 제창해왔고, 각국과 함께 진정한 다자주의를 견지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린 대변인은 "무역·관세 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세계에도 이롭지 않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