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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예약 필요없어… 편의시설만 사용 ‘데이패스’ 인기

2024-11-1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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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진한 호텔 수익 만회 전략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지 기분

▶ ‘경험·가치’ 중시 수요와 맞아
▶호텔업계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객실예약 필요없어… 편의시설만 사용 ‘데이패스’ 인기

객실 예약 없이 편의 시설만 사용할 수 있는‘데이 패스’를 판매 호텔이 늘고 있다. [로이터]

한동안 수익 부진을 겪은 호텔 업계가 최근 내놓은 새 마케팅 전략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부분 호텔은 수영장, 식당, 체육관 등 투숙객을 위한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런 편의 시설을 사용하려면 객실을 예약해야만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객실 예약 없이도 각종 편의 시설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데이 패스’(Day Pass)를 도입하는 호텔이 늘고 있다. 데이 패스는 호텔로서는 새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고 고객은 적은 비용으로 여행지 기분을 낼 수 있는‘윈윈’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호텔 수익 만회 전략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여행객들은 집과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여행 경비를 줄인 반면 호텔 업계는 인건비 상승과 각종 비용 상승으로 한동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전후로 숙박률이 급락하자 호텔 업계는 수익 만회를 위한 사업 모델 구상에 급급했고 그래서 내놓은 마케팅 전략이 바로 데이 패스다.


호텔 업계에 따르면 하와이, 플로리다 등 인기 관광지의 수천 곳에 달하는 호텔이 데이 패스를 도입해 관광객 및 주민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데이 패스를 구매한 고객은 호텔에 딸린 수영장, 스파, 카바나, 사무실 등을 객실 예약 없이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고 호텔은 어차피 놀고 있는 시설에 고객을 받아 추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앤서니 멜치오리 호텔 컨설턴트는 데이 패스는 호텔 업계 부진을 만회할 기발한 아이디어로, 호텔 업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한다. 멜치오리 컨설턴트는 “하루 또는 반나절만 여행지에서 휴가 기분을 느끼고 싶어 하는 수요가 늘고 있지만 호텔 객실 요금은 계속 오르는 추세”라며 “데이 패스는 투숙객 감소로 낭비되는 편의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동안 여행지 온 기분

연방노동통계국의 데이터에 따르면 호텔 객실 요금은 2019년과 2024년 사이 약 14% 인상됐다. 데이 패스 도입 등으로 지난해 객실 요금 상승세가 주춤해졌으나 고급 호텔 객실 요금 상승세는 여전히 매우 가파르다.

고급 호텔 에이전시 ‘버튜소’(Virtuoso)에 따르면 올해 고급 호텔 객실 평균 요금은 2019년 대비 약 60% 인상된 수준이고 지난 7월의 경우 인상 폭이 65%로 최고치를 찍었다. 호텔 객실 요금의 가파른 상승세는 여행객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결국 여행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플로리다주 포트 로더데일에 거주하는 릴리아 나샨칙은 팬데믹이 있기 전 자주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이제는 하루에 350달러에서 500달러에 달하는 객실을 예약하지 않고 100달러 미만으로 데이 패스를 구매해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호텔에 여행 온 것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간다.

이 밖에도 데이 패스는 여러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호텔 체크아웃과 항공편 스케줄과의 시간 차이를 메우기 위해 데이 패스를 사용하는 여행객도 있고 객실을 예약하면 포함되는 리조트 비용을 피해 호텔 편의 시설을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데이 패스가 사용되고 있다.


■유명 호텔 속속 도입

호텔 데이 패스 예약 사이트인 ‘리조트 패스’(ResortPass) 사용자는 지난 2년간 3배나 급증했다. 마이클 울프 CEO에 따르면 현재 리조트 패스를 통해 약 1,700개 호텔이 제공하는 데이 패스를 예약할 수 있고, 가입 호텔 수는 한 달 평균 100개씩 늘고 있다.

힐튼 호텔의 경우 리조트 패스를 통해 175개 체인 호텔의 데이 패스를 판매한다. 하얏트 호텔 역시, 리조트 패스 등의 플랫폼을 통해 약 240곳 호텔의 데이 패스 예약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리엇, 윈댐 등 다른 호텔 업체 역시 데이 패스를 도입해 적극 홍보 중이다.

■경험 중시 수요와 맞아떨어져

기존 호텔 업계가 추구하던 수익 모델은 룸서비스를 통한 매출 증가였다. 룸서비스 매출을 늘리려면 객실 판매가 필수인데 팬데믹 기간 숙박률이 곤두박질치자, 호텔 업계 수익이 급락했다. 뉴욕대학 호텔 마케팅 학과 밴야 보기체빅 교수는 “팬데믹은 호텔이 객실 판매로 수익을 유지할 수 없음을 경고한 계기”라고 설명했다. 데이 패스는 가치와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 수요와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제시카 쉐아 힐튼 호텔 웰니스 소매 부문 부대표는 “추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원하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라며 “이들에게 여행은 가족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 패스 이용자들은 호텔이 제공하는 음식과 서비스에 투숙객보다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편으로 가치와 경험을 중시하는 고객과 수익에 목마른 호텔 모두에게 ‘윈윈’ 전략이다.

■고객 브랜드 충성도에 도움

호텔 업계가 데이 패스 마케팅에 주력하는 이유는 수익 모델 창출 외에도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주말이나 휴가철의 높은 객실 요금 부담이 힘든 젊은 고객이 데이 패스 구매를 통해 고급 호텔의 매력을 맛볼 수 있고 이후 이들의 구매력이 개선되면 미래 고객으로 전환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데이 패스가 아직은 생소한 서비스라 일부 불만을 제기하는 사용자도 있지만 고객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좋은 편이다. LA 주민 앤 네머는 데이 패스 예약 플랫폼 리조트 패스를 통해 얼마 전 집 근처 호텔 데이 패스를 구매했다. 리조트 패스 안내에 따라 오전 11시에 호텔에 입장했지만, 직원은 수영장은 정오에 개장한다고 리조트 패스와 다르게 안내했다. 하는 수 없이 수영장 개장 시간까지 간단한 식사를 하기 위해 카바나에 들렀지만, 그곳 역시 직원이 오픈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네머는 “데이 패스를 처음 사용해 본 경험은 조금 짜증 나고 불편했다”라며 “하지만 수영장과 바를 사용하면서 몇 년간 즐기지 못했던 휴가 기분을 만끽했고, 비싼 호텔 비용과 항공편 요금을 절약할 수 있어서 매우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라고 데이 패스 사용 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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