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주도 법사위 통과…여 “보복성”
▶ 대검 “전례 없어 기능 마비 반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시간을 주면 얼마든 증빙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는 법무부 호소에도 불구하고 2025년도 검찰 특정업무경비(특경비)를 전액 삭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무부가 제때 소명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 직접수사 범위가 줄어든 점을 삭감 근거로 제시했지만 국민의힘은 '보복성 삭감'이라고 반발했다. 법무부는 담당 과장이 항의성 사의를 표명했다.
법사위는 8일 전체회의를 열고 법무부 등 소관 기관 2025년도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법사위는 법무부 예산 가운데 검찰 특수활동비 80억900만 원과 검찰 특경비 506억9,100만 원을 '세부 집행내역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액 삭감했다. 법무부 예산 총감액 601억2,000만 원(순감액 487억3,900만 원) 가운데 대부분이다.
삭감된 예산 중 특경비는 수사 등 업무 수행에 필요한 실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지급하는 돈이다. 특경비 중 약 60%는 기획재정부 집행지침에 따라 30만 원 한도 내에서 검사 및 검찰수사관 개인에게 정액 지급된다. 나머지는 전국 검찰청의 각 부서에 ‘정부구매카드’ 형태로 지급된다.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수사 등에 쓰여 과거부터 투명성 지적을 받아 온 특활비에 비하면 보다 넓은 범위에서 지급되는 실무 지원 경비 격이다.
이런 탓에 전날 법사위 예산소위에서 특활비를 넘어 특경비까지 삭감하는 안이 논의됐을 때 회의에 참석한 법무부 관계자들은 즉각 우려를 표했다. “특경비 대부분은 특수검사가 아닌 개인 지급분으로 형사부나 공판부 검사, 수사관들에게 지급되는 것인데, 수사 개시 범위가 줄었다고 해서 전액 삭감한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는 이유였다. 형사부 수사 지원, 마약 수사, 디지털 성범죄, 가상자산 등 분야를 위주로 증액한 점도 강조했다. 개인 지급분이라도 남겨달라는 호소도 나왔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특경비 소명 자료 제출 요청에 법무부가 응답하지 않았다며 원칙상 용처 소명이 이뤄지지 않은 경비는 삭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검찰을 제외한 법무부 특경비에 대해선 소명 자료 제출이 있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제 법사위는 법무부 특경비 86억8,500만 원은 정부안대로 의결했다.
법무부 측은 “(검찰) 특경비 자료 1년치가 1.5톤 분량”이라면서 갑작스레 전액 삭감 논의가 이뤄진 점에 당혹감을 내비쳤다. 특활비 위주로 지적이 나왔고, 특경비 소명 자료는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해 미처 준비 못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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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