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 몸값 올린 뒤 ‘핵군축’ 담판 시도 가능성
▶ 미북 직접 소통 가능성에 ‘한국 패싱’ 우려도
지난 2019년 6월30일 판문점 회동 당시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승리를 거두면서 미북관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고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재임 중은 물론 퇴임 뒤에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등 호의적 자세를 유지해왔다. 김정은도 ‘전략적 인내’로 대표되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을 이어받을 해리스 부통령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협상 상대로 수월할 것으로 보고 그의 당선을 반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당분간은 전략무기 완성을 위해 도발을 거듭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 본토를 위협할 만큼 국방력을 완성했다고 판단하면 대북제재 해제를 위해 협상 모드로 태세를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금까지의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은 뒤 핵 군축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북한은 그간 미 대선과 관련해 거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7월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미국에서 어떤 행정부가 들어앉아도…(중략)…우리는 그에 개의치 않는다”고 밝히며,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대미정책이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게 전부다.
당시 북한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자주 언급하는 데 대해서도 “조미(미북)관계 전망에 대한 미련을 부풀리고 있다”며 “공은 공이고 사는 사”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트럼프가 당선됐다고 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최근 도발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는 북한의 태도가 갑자기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전략무기 완성을 위해 각종 고강도 도발로 긴장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2025년은 북한이 내건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다. 극초음속 무기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5천㎞ 사정권 내 타격 명중률 제공 등 대내외에 선포한 국방력 계획의 핵심 과업 완수를 위해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이에 맞대응한다면 집권 1기 첫해인 2017년과 같은 ‘화염과 분노’의 미북 간 극한 대립 양상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내년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마무리하고 미 본토 타격 능력을 갖췄다고 판단하면 이를 앞세워 미국과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후 과거와 같은 비핵화 협상은 절대 없다고 수 차례 공언해 왔다.
2023년 9월 헌법에 핵무력 정책을 명시했으며, 김 위원장도 지난달 31일 ICBM 화성-19형 시험발사 현장에서 “핵무력 강화 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임을 확언한다”고 밝히는 등 핵포기는 없다고 못 박아왔다. 이에 따라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시도한다면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은 채 서로에 대한 핵 위협을 줄이려는 목적의 ‘핵 군축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문제는 북한이 핵 군축 카드를 들고나올 때 트럼프 정권이 어떻게 나올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의 제안에 응해 미북가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협상을 시도한다면 이는 한국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다. 트럼프 정권이 미 본토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만 통제하고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방식의 ‘스몰딜’에 타협할 수 있다는 관측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른바 ‘한국 패싱’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18년 북한이 한국을 통해 미국에 닿았듯 미북는 한국을 매개로 서로 소통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북한의 한국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해 이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긴밀한 한미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