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상 ‘이길 때만 선거결과’ 수용 시사한 트럼프, 벌써 ‘선거사기’ 주장
▶ 민주·공화, 법률팀 구성해 공방 대비…국민 62% 대선후 폭력사태 우려
연방의회 의사당 근처에 2021년 1·6 의회 폭동 사태를 풍자하는 거대한 똥 모형의 조형물 [로이터]
각종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선거가 오차범위 내 초박빙 대결로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선일인 오는 5일 승패가 결정돼도 싸움은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0년 대선 때처럼 대선 후보나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이른바 1·6 의사당 폭동 사태와 같은 폭력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또 대선 경합주의 승패가 수천표 차로 갈리는 접전이 현실화할 경우 이를 뒤집기 위해 재검표를 요구하거나 선거 공정성 또는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는 소송전이 대거 발생할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당장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 등으로 형사 기소된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에 수차 '조건부'로 선거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말 TV 토론에서 '예'나 '아니오'로 대선 결과 수용 여부를 답해달라는 사회자의 거듭된 질문에 '공정하고 법적이며 좋은 선거'일 때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진영에서는 사실상 본인이 이기는 선거만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라고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예년과 달리 공화당 지지자들도 대거 참여한 사전 투표에 대해 전체적으로 잘 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일부 문제가 있다는 발언도 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말 지지자들에게 "(펜실베이니아주의) 랭커스터 카운티에서 2천600명의 가짜 유권자 등록이 발견됐다는 얘기를 들었느냐"고 반문하면서 "그들은 이미 랭커스터에서 사기 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사기 쳤고 우리는 그들이 2천600표를 들고 있는 것을 발각했다"고 주장했다. 추후 필요시 선거 공정성 문제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근거 마련'에 들어간 모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뿐 아니라 지지자들의 선거 결과 불복과 그에 따른 폭력 사태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대선은 오는 5일 투표 뒤 ▲ 주별 선거인단 명부 확정(12월 11일) ▲ 선거인단 투표실시(12월 17일) ▲ 상·하원 합동위의 선거 결과 인준(내년 1월6일) ▲ 새 대통령 취임(내년 1월 20일) 등의 절차로 진행되는데 선거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는 지지자들이 지난 2021년 1월 6일 때처럼 이 절차의 진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스크립스뉴스와 입소스가 지난달 25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8%는 폭력이 수반되더라도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을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이 조사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패배해도 선거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한 응답자는 전체의 77%에 그쳤다.
이와 함께 전체의 62%(민주당 지지자 70%·공화당 지지자 59%)가 대선 이후에 폭력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주(州)별로 선거인단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올해 대선 결과를 바꾸기 위한 시도가 주 정부나 법원 등을 무대로 전개될 가능성도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와 트럼프 대선캠프는 지난 4월 이른바 '선거 무결성(integrity)' 프로그램 시행에 들어갔다.
이 프로그램은 경합주에 10만명의 자원봉사자 및 변호사를 배치해 선거에 '결함'이 생기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노력을 하는 것을 말한다.
RNC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을 통해 26개 주에서 130여개의 선거 관련 소송에 관여하고 있으며 선거 날 활동에 착수할 준비가 된 5천명의 변호사도 확보한 상태라고 NBC 방송이 지난달 말 보도했다.
변호사들은 선거 당일에 개표 참관단 등이 보고하는 문제를 접수하는 핫라인 직원들을 도울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결성 프로그램 시행 당시 "개표 시 적합한 인력을 배치하는 것은 선거 날 유권자들을 투표에 참여시키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뉴스위크 등이 보도했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소송은 유권자 신원 확인 강화 등에 대한 것이며 선거 시스템 불신과 관련된 이런 소송은 대선 이후에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민주당도 공화당에 법적으로 맞대응하기 위한 공격적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해리스 대선캠프도 선거 관련 소송을 위해 변호사로 법률팀을 구성한 상태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근거 없는 거짓말을 폭로하고 법정에서 패배시키기 위해 전국적으로 30여건의 소송에 참여한 상태다.
민주당이 제기한 소송은 대체로 등록 마감일 연장, 부재자 등에 대한 투표 접근성 확대 등에 대한 것이다.
이와 함께 투표 이후 개표과정에선 재검표가 진행될 수 있다.
전미 주(州)의회협의회(NCSL)에 따르면 24개 주 및 워싱턴DC는 특정한 표차 이내일 경우 재검표를 의무화하고 있다. 경합주인 애리조나(0.5% 이하), 미시간(2천표 이하), 펜실베이니아(0.5% 이하)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특정 표차 이하일 경우 재검표가 의무화된 주를 포함해 모두 41개 주와 워싱턴DC에서는 패배한 후보 등이 재검표를 요청할 수 있으며 그 조건은 주마다 상이하다.
가령 경합주인 조지주의 경우 후보가 0.5% 이하의 격차로 패배할 경우 재검표를 요청할 수 있다고 NCSL은 밝혔다. 노스캐롤라이나는 0.5%차 이하거나 1만표차라는 두 가지 기준이 있으며 이 중 더 적은 표차에 해당해야 재검표 요청이 가능하다.
위스콘신과 네바다는 사실상 재검표 요청에 제한 요건이 없다.
앞서 2000년 대선 때는 당시 경합주였던 플로리다에서 0.5%포인트 차이로 득표율이 엇비슷하게 나오자 민주·공화 양당이 재검표를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연방 대법원의 재검표 중지 명령이 있기까지 당선자 확정이 한 달여 지연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