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대통령 취임 내년 1월 20일까지 다양한 시나리오 대비”
▶ 정치적 양극화 맞물려 우려 증폭…불안한 세계 정세도 한 몫
어느 때보다 극심한 분열 속에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별 탈 없이 끝나더라도 미 안보당국이 경계를 늦추기엔 이르다.
대선 이후 개표와 의회의 승인을 거쳐 내년 1월 20일 새 대통령이 취임하기까지 벌어질 수 있는 내부적 혼란을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이란 등 적대국이 적극적으로 파고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해서다.
2일 워싱턴포스트(WP)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통령직 인수 기간에 미국을 불안정하게 하거나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외국의 시도에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러시아와 중국, 이란, 북한 같은 나라들이 대선 이후 미국에 가할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미 정보당국과 법집행기관 역시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과 불협화음을 조장하려는 러시아 등의 책략에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고위 국방 당국자는 WP에 "국방부는 대선일부터 대통령 취임일인 내년 1월 20일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누가 이 시기를 이용하려고 할지 생각하고 있으며 각지의 동맹 및 파트너와 신호를 확인하는 한편 각각 다른 비상사태에 대응계획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미 안보당국의 우려는 심각한 정치적 양극화와 맞물려 증폭되고 있다. 초박빙 판세 속에 결과에 대한 승복이 이뤄지지 않고 투·개표 시스템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며 혼란이 빚어질 경우 러시아 등이 이 틈을 파고 들며 허위영상 유포 등의 각종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불안한 세계 정세 역시 미 대통령직 인수 기간의 위험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미국이 두 개의 전쟁에서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맞서는 한편 북한과 이란 같은 불량 국가들의 안정을 해치는 행위를 관리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게 미 당국자 얘기다.
미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장실 고위 당국자는 이달 초 취재진에 러시아 등이 대선뿐만 아니라 상·하원 선거에서도 아주 근소한 차이의 결과를 기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선거 이후에도 팽팽한 분위기 속에 외국 세력들은 선거 및 선거 과정의 진실성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려고 지금 사용하고 있는 전략과 비슷한 전략들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가정보위원회(NIC)도 최근 기밀해제한 보고서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미 대선일 이후 물리적 폭력에 대한 위협을 증폭시킬 수 있고 폭력을 조성할 수 있는 전략들을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미 정보당국은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 등의 전략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취재진에 브리핑을 하고 관련 위협에 대한 기밀을 해제하면서 주의를 환기하기도 했다.
폴 나카소네 전 미 국가안보국(NSA) 국장은 "선거가 합법적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촉발시키는 밈을 만들고 퍼뜨리는 등 러시아는 혼란을 일으키는 정보 작전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왔다"며 "그들은 그런 일에 아주 능하다"고 지적했다.
갖가지 혼란 속에 미 대선 결과 확정이 늦어지게 되면 새 대통령의 국가안보 담당 고위직 지명이 늦어지면서 새 대통령의 임기초에 중대 안보위협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대통령직인수센터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2017년 취임할 때까지 30개의 국가안보 고위직 중에 29%밖에 채우지 못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는 35%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