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는 양과 함께 고대 이스라엘의 가장 중요한 가축이면서도 “양은 선하고 염소는 악하다.”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 예수님께서 “모든 민족을 그 앞에 모으고 각각 구분하기를 목자가 양과 염소를 구분하는 것같이 하여 양은 오른편에 염소는 왼편에 두리라”(마 25:32-33)고 하신 비유 말씀 때문이다. 바로 이어서 오른편에 있는 사람은 축복을 받은 자들(마 25:34)이고 왼편에 있는 사람은 저주를 받은 자들(마 26:41)이라는 비유 말씀이 나오는데, 이 말씀을 양과 염소 비유의 말씀과 연결해서 오른편에 있는 양은 선하고 왼편에 있는 염소는 악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고대 근동에서 염소의 가축화는 양과 함께 농업과 목축이 시작될 때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양과 염소는 모두 무리를 지어 다닌다. 양은 들판에서 가까이 모여 다니며 풀을 먹지만, 염소는 산지나 언덕에서 홀로 다니는 습성이 있다. 염소는 거친 풀도 잘 먹고 질병에도 강하다. 염소는 위협을 느낄 때 뿔로 들이받기도 한다. 이런 습성 때문에 양은 순한 동물이고 염소는 거친 동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솔로몬이 죽은 후 이스라엘은 남북으로 분열되었는데 북 이스라엘을 세운 여로보암은 백성들이 예루살렘 성전에 가는 것을 금하고 대신 벧엘과 단 등, 여러 곳에 산당을 세우고 숫염소 우상과 송아지 우상을 만들기도 하였다(대하 11;15; 레 17:7 참고). 사람들은 염소를 우상으로 섬기기도 했으니 악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럼 소도 사람들이 우상으로 숭배했으니 악하다고 여기는가? 이집트나 가나안에서는 특정한 소를 신성시하였으며, 이스라엘도 금송아지를 만들어 숭배하였지만, 성경에서 소는 매우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염소는 인간들에게 털과 가죽, 고기와 우유를 제공하는 아주 유용한 동물이다. 염소 털은 장막을 만드는 천을 짜는 데 사용하였으며, 성막을 덮는 덮개도 염소 털로 만들었다(출 26:7), 염소는 소나 양과 같이 하나님께 희생 제물로 드려졌다. 제물을 드릴 때 염소는 양과 동등한 제물로 취급되었다(레 1:10).
성경에 나오는 염소와 관련된 용어들로는 암염소(에즈, ‘ez), 숫염소(아투드, 'attud 혹은 차피르, tsapir), (털이 많은) 숫염소(사이르, sa'ir) 등이 있다. “에서는 털이 많은 사람”(창 27:11)에서 ’털이 많은‘의 히브리어도 ’사이르‘이다. 야곱은 에서처럼 보이기 위해 “염소 새끼의 가죽을 그의 손과 목의 매끈한 곳에 입히고”(창 27:16) 어머니 리브가가 “염소 새끼로 만든 별미”(창 27:9)를 갖고 아버지 이삭에게 나아가 장자의 축복을 받았다(창 27:23).
염소는 소나 양과 같이 정결한 동물로 특히 염소의 고기는 맛이 있어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즐겨 먹었으며, 천사를 위해 대접할 만큼 좋은 음식이었다(삿 6:19; 13:15 참고). 염소는 양보다 훨씬 많은 젖을 생산하여 사람들에게 양질의 우유와 치즈를 제공한다, 염소의 가죽은 물과 젖, 포도주 등을 담는 가죽 부대를 만들어 사용하였다.
대속죄일(욤 키푸르)에는 두 마리의 숫염소를 놓고 제비를 뽑아 한 마리는 속죄제를 위해 드리고, 다른 한 마리는 아사셀 염소로 구별하였다. 아사셀로 뽑힌 염소는 뿔에 진홍색 끈을 묶은 채 백성들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성문 밖으로 끌려나가 광야에서 죽임을 당했다. 예수께서도 온 인류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예루살렘 성 밖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다.
팔레스타인에서는 목자들이 양과 염소를 함께 기르는 경우가 많다. 양과 섞여 있는 염소는 붙어 있길 좋아하는 양 떼 사이를 다니며 떼어놓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양과 염소가 낮 동안에는 서로 섞여 있다가 저녁때가 되면 목자는 양과 염소를 따로 구별하여 우리에 넣는다. 이와 같이 예수님께서 “양과 염소를 구분하는 것같이 양은 오른편에 염소는 왼편에 두리라”(마 25:33)고 하신 말씀은 마지막 때에는 목자가 양과 염소를 구분하듯 확실하게 구원받을 사람과 심판 받을 사람을 구별하신다는 뜻이지 “양은 선하고 염소는 악하다”라는 평가를 하신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