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즈볼라·후티 드론에 이스라엘 ‘철통 방공망’ 뚫려
▶ “열 방출 적고, 낮은 고도서 느리게 움직여 요격 힘들어”
헤즈볼라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이스라엘 본토에서 군인 4명이 사망한 지 약 일주일 만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집까지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드론이 이른바 '저항의 축'의 반격 카드가 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네타냐후 총리의 자택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은 드론이 이스라엘 방공망에 지속적인 위협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19일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 자택에 대한 드론 공격은 이달 13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자폭 드론 공격으로 이스라엘 북부 빈야미나 군기지에서 골라니 여단 소속 병사 4명이 죽고 61명이 다친 지 6일 만에 벌어졌다.
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날 드론은 이번에도 레바논에서 넘어왔다. 총 3대의 드론 중 2대는 격추됐고, 1대는 텔아비브 북쪽 해안 도시 카이사레아에 있는 네타냐후 총리의 집으로 날아와 인근 건물을 타격했다.
총리 부부가 당시 집에 없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드론이 격추되지 않았고 총리 자택을 노렸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은 충격을 받았다.
당시 텔아비브 주변 글리로트 군사기지에서는 공습경보가 울렸지만, 드론이 폭발한 카이사레아에서는 어떤 경보도 나오지 않아 군이 조사에 나선 상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 나와 내 아내를 암살하려 한 이란의 대리 세력 헤즈볼라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헤즈볼라 등 '저항의 축'을 이끄는 이란의 유엔 대표부도 "이번 조치는 헤즈볼라가 취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헤즈볼라는 아직 공격을 자인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방공 기술을 보유한 나라 중 하나다.
다층 방어 시스템을 가동해 지난 한 해 동안 이란을 비롯해 '저항의 축'이라고 불리는 반(反)미국·반이스라엘 연대 세력이 발사한 수천 대의 드론, 미사일, 로켓을 대부분 요격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최근에는 헤즈볼라나 예멘의 반군 후티, 이라크 민병대 등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단체의 드론 공격을 방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드론이 열을 덜 방출하고 금속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기체라는 특성에다 로켓과 미사일보다 낮은 고도에서 느린 속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요격이 어렵다고 설명한다.
이스라엘 방공망이 드론에 취약하다는 사실은 지난 6월에도 드러난 바 있다.
당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하이파의 중요 시설을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도시 상공을 휘젓고 다닌 헤즈볼라 드론은 제지받지 않았다
7월에는 후티가 발사한 드론이 텔아비브 해안가 지역에 있는 미국대사관 분관 근처의 아파트에 충돌해 폭발했다.
이 공격으로 주민 1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다쳤는데, 이스라엘은 실제 표적은 미국대사관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스라엘 방공망이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짚으면서 지난달 헤즈볼라의 드론부대 수장이 사살되면서 잠잠해졌던 드론 공격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이스라엘 당국자의 말을 전했다.
WSJ은 드론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도 이스라엘군은 로켓, 미사일과 같은 오래된 위협에 집중하면서 드론을 부차적인 문제로 간주해왔다면서, 지금은 안보 기관과 민간 기업들이 드론 방어 개선을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입 중이라고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