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와르 사망 ‘가자전쟁’ 새국면
▶ “죽기 전 드론 향해 막대기 던져”
'10·7 이스라엘 본토 기습 공격'을 설계·주도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수장 야히아 신와르가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과의 교전 과정에서 사망했다. 신와르를 '제거 1순위'로 지목하고 국제사회의 거듭된 휴전 요구에도 아랑곳없이 무자비한 전쟁을 지속해 온 이스라엘로선 애초 목표를 달성한 것이자, 개전 후 가장 큰 군사적 성과를 거둔 셈이다.
지난 1년간 일촉즉발 상태가 계속된 중동 정세도 중대한 변곡점을 맞게 됐다. 하마스 붕괴 및 전쟁 종식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동시에, 최근 가자지구를 넘어 레바논과 이란을 향해서도 확전 태세를 보이는 이스라엘이 기세를 몰아 '저항의 축'(반미·반이스라엘 동맹 세력)을 겨냥한 공세를 더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17일 이스라엘방위군(IDF)의 공식 발표와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신와르는 이집트 접경 도시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의 탈알술탄에서 전날 최후를 맞았다.
개전 후 ‘신출귀몰’ 행보를 보여 온 신와르가 이 지역에서 은신 중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 IDF가 포위망을 좁혀 가던 와중에 벌어진 양측의 교전 결과였다.
다만 이는 ‘우연’이 더해지면서 가능했다. 16일 오후 IDF의 828비슬라마크 여단 소속 훈련병들은 라파의 탈알술탄을 순찰하던 중 하마스 대원 3명과 마주쳤다. 이내 총격전이 시작됐고, ‘풋내기 훈련병’들은 3명 중 1명이 신와르임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하마스 대원 3명은 흩어진 채 주변 건물들로 각각 숨었으며, 신와르도 이때 경호원 2명과 찢어졌다고 한다. IDF는 신와르가 향한 건물로 포탄을 발사하고 보병 소대를 투입했고, 신와르는 수류탄 두 개를 던지며 대응했다.
포위망 좁히다 우발적 교전… 훈련병들, 시신 발견 후에야 신와르 확인
▶ 하마스 새 수장에 칼리드 마슈알
일단 현장에서 철수한 IDF는 수색을 위해 건물 내부로 무인기(드론)를 투입했다. IDF가 나중에 공개한 드론 촬영 영상을 보면 신와르는 파괴된 건물 잔해 및 집기들이 널브러진 1층의 안락의자에 얼굴을 천으로 가린 채 앉아 있었다. 드론이 계속 자신을 향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았다. 부상을 입은 듯한 모습이었다. 이 영상은 신와르가 드론을 향해 나무 막대기를 던지는 것으로 끝났다. 해당 시점에 이뤄진 IDF의 포탄 발사로 건물이 무너진 탓이다.
IDF는 17일 오전 건물 수색에 나섰고 방탄조끼와 총, 수류탄 등으로 무장한 상태인 시신을 발견했다. 이때에서야 IDF는 해당 남성이 신와르임을 인지했다. 얼굴 생김새는 물론, 눈 주위 사마귀나 치아 배열 등이 신와르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신와르의 치과 기록으로 시신 신원을 1차 확인한 뒤, 절단한 손가락 및 유전자정보(DNA)를 이스라엘로 보냈다.
그리고 IDF는 17일 오후 7시 45분,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와의 공동 성명을 통해 ‘신와르 제거’를 공식화했다. 헤르지 할레비 IDF 참모총장은 “마지막 작전은 사전 정보 없이 이뤄졌지만 라파에서 하마스 색출 작전을 계속 수행하려는 군의 결의가 낳은 결과”라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을 상대로 한 영상 연설에서 “신와르는 여러분의 삶을 망치며 어두운 굴에 숨어 지냈고, 우리 군인들에게 겁을 먹은 상태로 죽었다”고 밝혔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신와르는 지휘관으로서가 아니라, 오로지 자신만 생각하다 죽었다”며 비꼬았다.
신와르의 시신에서는 다량의 현금, 멘토스 캔디 등과 함께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소속 교사인 라파 출신 남성의 여권이 발견됐다. 해당 여권의 원래 주인인 ‘하니 주롭’은 지난 4월 가자지구를 탈출해 현재 이집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와르의 최후는 ‘깊은 지하 터널에서 인질을 방패 삼아 숨어 있을 것’이라는 이스라엘의 예상과도 크게 달랐다. 이와 관련, 다니엘 하가리 IDF 수석대변인은 “신와르는 터널에서 꽤 오랫동안 움직였는데, IDF가 다가오자 아마도 ‘더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가자 북부로 탈출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것(신와르 죽음)은 하마스 종말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하루가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알아크사 홍수’ 전투의 사령관이 순교했다”며 신와르의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하마스는 신와르가 “팔레스타인 해방의 길에서 신을 위해 자신의 영혼을 바쳤고, 최전선에서 점령군과 맞서며 자랑스러운 가자 땅을 굳건히 지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자에 대한 공격이 멈추고, 점령지 감옥에서 우리의 영웅 포로들이 석방되지 않는 한 (이스라엘) 인질들은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의 군사조직 알카삼여단도 별도 성명에서 “위대한 순교자 신와르를 향해 행진하겠다”며 “적들이 지도자를 암살함으로써 저항의 불꽃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망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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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신은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