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청, 해외금융계좌 신고
▶개인·법인 압도적으로 1위
▶ 엔비디아 주가 올해 187%↑
▶달러 강세, 예·적금 수요
한국인이 해외 자산을 가장 많이 투자하는 나라는 미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인공지능(AI) 기업의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계속하며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직접투자를 이끈 데다 올해부터 고환율까지 더해지며 미국을 향해 ‘머니무브’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4일 한국 국세청에 따르면 ‘2024년 해외금융계좌 신고 결과’, 해외 가상자산계좌를 제외한 해외금융계좌 신고 금액은 개인신고자, 법인신고자 모두 미국 신고금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주체별로 살펴보면 개인의 경우 미국에 보유한 자산이 8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69.8%를 차지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미국에 이어 일본이 7,000억원으로 5.6%, 홍콩이 6,000억원으로 4.9%, 싱가포르가 5,000억원으로 4.1%, 중국이 4,000억원으로 3.0%로 집계됐다.
법인의 경우도 미국에 보유한 자산이 11조3,100억원으로 전체의 27.0%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일본이 8조7,400억원으로 20.8%, 영국이 2조3,400억원 5.6%, 싱가포르 1조8,600억원 4.4%, 홍콩 1조8,300억원 4.4% 순이었다.
자산별로 살펴보면 미국 투자상품에 대한 한국인들의 압도적인 선호도가 드러난다. 한국인들의 주식 투자국 가운데 미국이 48.6%로 1위를 차지했으며, 집합투자증권(44.2%), 파생상품(50.6%), 예·적금(13.1%) 모두 미국이 1위로 집계됐다.
해외 주식 가운데 미국주식의 폭발적인 인기를 이끈 것은 AI 관련주였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AI 관련 끝판왕으로 불리는 엔비디아의 경우 올해 초 전체 한국 투자자의 보유금액은 44억달러에서 지난 6월 기준 119억달러로 2.7배가량이나 불어났다.
개인과 기관들이 공격적으로 매집에 나선 데다 올해만 해도 주가가 187%가량이나 오르면서 전체 보유금액이 급증했다. 한국 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액이 2020년 초만하더라도 91억달러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로 투자가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올해 지속된 ‘강달러’ 현상도 예·적금 등 미국 투자 상품을 늘리는 동기부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306.88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던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며 4월 장중 1,400원을 돌파하기까지 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상품별 비율을 살펴보면 주식은 일본(36.9%), 말레이시아(3.3%), 중국(3.0%), 인도네시아(2.2%) 순이었다. 집합투자증권의 경우 홍콩(17.1%), 룩셈부르크(14.8%), 프랑스(6.5%), 영국(6.5%) 순이었다. 파생상품은 영국(35.8%), 싱가포르(6.7%), 캐나다(2.5%), 프랑스(2.2%) 순이었으며, 예·적금은 싱가포르(9.9%), 대만(6.5%), 홍콩(6.3%), 중국(6.1%) 순이었다.
한편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해외금융계좌 신고 금액은 64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186조4,000억원보다 65.2% 감소했다. 신고 인원은 4,957명으로 전년 보다 462명(8.5%) 줄어들었다. 신고대상은 지난해 매달 말일 기준으로 하루라도 해외금융계좌 잔액이 5억원을 초과한 국내 거주자·법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올해 해외금융계좌 신고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가상자산의 가치가 하락한 영향이 컸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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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