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소 16명 사망’ 허리케인 밀턴 대피 경보 무시하고 호수 ‘풍덩’
▶ 허리케인 헐린 때도 텐트 치고 라방… “돈 좀 벌었다”
지난주 초강력 허리케인 밀턴이 남동부 플로리다주에 상륙했을 때 한 온라인 방송 스트리머가 대피 경보를 무시하고 야외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허리케인 밀턴이 상륙한 지난 9일 미국의 스트리머 마이크 스몰스 주니어는 플로리다주 탬파시에서 에어 매트리스 하나와 우산, 라면 한 봉지를 들고 밖으로 나섰다.
그는 강풍이 불고 폭우가 쏟아지는 호숫가에서 온라인 플랫폼 '킥'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켰고, 동시 시청자 수가 1만명을 넘으면 매트리스를 들고 물 안에 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약속한 시청자 수를 달성하자 그는 말한대로 매트리스 위에 올라탄 채 물에 들어갔다.
마이크는 이후 BBC와 인터뷰에서 물에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걱정이 됐다면서 "바람이 세지기 시작했는데 나는 수영할 줄을 몰랐다. 그래서 나무를 붙잡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가 방송을 진행할 당시 이 지역에는 대피 경보가 내려져 있었고 대부분 주민은 집에서 나와 대피 장소에 머무르고 있었다고 BBC는 전했다.
이날 마이크가 진행한 1시간가량의 라이브 방송은 킥에서 6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엑스(X·옛 트위터) 등 다른 SNS 플랫폼에 영상이 올라가자 수백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의 영상을 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그가 방송을 위해 자신의 목숨뿐 아니라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구조대원의 안전까지도 위험에 빠트렸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그러나 마이크가 라이브 방송을 위해 목숨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밀턴보다 일주일 앞서 허리케인 헐린이 미국에 상륙했을 때도 마이크는 텐트를 들고 나가 5시간 넘게 야외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그는 고가도로 밑에서 텐트를 치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허리케인 속에서 살아남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마이크가 이처럼 무모한 라이브 방송을 한 가장 큰 이유는 방송을 통해 얻는 수익 때문으로 보인다.
BBC는 최근 라이브 스트리밍이 콘텐츠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 짧은 시간 안에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관심을 끌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이크처럼 무모한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짚었다.
마이크는 BBC와 인터뷰에서 비난 여론에 대해 자신의 방송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콘텐츠 제작자의 입장에서 볼 때 사람들은 아슬아슬한 것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허리케인 방송'으로 정확히 얼마의 수익을 냈는지는 밝히진 않았지만, 스트리머에 따라 시간 당 약 300∼400달러(한화 약 40만∼54만원) 정도를 벌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최근 방송으로 몇몇 청구서를 갚을 만큼 충분한 돈을 벌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주 플로리다주를 관통하고 지나간 허리케인 밀턴으로 최소 16명이 죽고 수백만 가구가 정전을 겪었다.
지난달 말 허리케인 헐린의 영향으로는 200명이 넘게 숨지면서 최근 50년간 미국 본토를 강타한 허리케인 중 두 번째로 많은 희생자를 냈다.
탬파시 경찰은 BBC에 "필수 대피 명령을 어기는 것은 단지 그 개인의 안전을 위태롭게 할 뿐 아니라 생명을 구하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하는 초기 대응 인력에게도 추가적인 어려움을 야기한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