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출판사, ‘애국자’ 22일 공개… “혹독한 감방에서도 유머 잃지 않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불리다 의문사한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일찌감치 스스로의 죽음을 예감했다는 내용 등을 담은 사후 회고록이 출간된다.
12일 AFP 통신에 따르면 뉴요커지와 영국 런던 타임스 등은 이달 하순 발간될 예정인 회고록의 발췌문을 사전에 입수,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나발니는 2022년 3월 22일 "난 남은 생을 감옥에서 지내다가 이곳에서 죽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날은 구(舊)소련이 개발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돼 사경을 헤매는 경험을 하고도 2021년초 본국으로 귀국했다가 감옥생활을 하던 나발니에게 러시아 법원이 9년의 형기를 추가한 날이었다.
자신이 세운 반부패재단을 통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고위층의 부정부패를 폭로해 왔던 나발니에게 러시아 사법당국은 극단주의와 사기 등 혐의를 씌워 이후에도 형량을 계속 늘렀다.
결국 작년 12월 혹독한 환경으로 악명 높은 시베리아 최북단 교도소로 이감된 나발니는 약 두달 만인 올해 2월 16일 47세의 나이로 의문사했다.
그는 생전 남긴 글에서 "작별 인사를 할 사람도 없고, 모든 기념일은 내가 없는 채 보내게 될 것이다. 난 결코 내 손자를 보지 못할 것이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거짓말쟁이와 도둑, 위선자 무리에게 약탈되도록 우리의 조국을 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숨지기 한 달 전인 지난 1월 17일 적은 일기에는 '왜 러시아에 돌아왔느냐'는 동료 죄수와 교도관들의 질문에 "난 내 나라를 포기하거나 배신하길 원치 않는다. 신념에 의미가 있으려면 그것을 위해 일어서고 필요하다면 희생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그런 와중에도 나발니는 유머를 잃지 않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나발니는 자신이 러시아 고위층에 의해 암살될 가능성에 대해 "만약 그들이 날 친다면 내 가족은 (사후 회고록 발간에 따른)선급금과 인세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학무기가 쓰인 암살 시도에 이어 옥중에서의 비극적 죽음에도 불구하고 책이 안 팔린다면 다른 무엇이 책을 팔리게 할 수 있을지 상상하기 힘들다"면서 "이 이상으로 마케팅 부서가 요구할 만한 게 있겠느냐"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애국자'란 제목으로 이달 22일 미국 출판사 크노프트를 통해 출간되는 나발니의 사후 회고록은 이후 러시아어판으로 나올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