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한인사회 반응
▶ “노벨문학상 작품을 한국어로 보다니…”
▶문학계·한인들 “역사적 순간” 환호·감격
10일 LA 한인타운 반디북스 서점에서 정건수(맨 위쪽) 대표가 소설가 한강의 책들을 진열하고 있다. 아래쪽은 세종문고 박창우 사장이 노벨문학상 축하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박상혁 기자]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은 미주 한인 문학계와 서점가에도 놀라움과 기쁨을 안겨줬다. 한인 문인들은 “한국 문학의 쾌거”라고 환호했고, 한인 서점마다 한강의 책을 구매하려는 한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미주한국문학협회의 오연회 회장은 “K문화에서 그동안 영화나 대중음악 등은 익히 알려졌는데 조금 아쉬웠던 부분이 문학”이라며 “한국 문학이 세계에 알려지고 인정받았다는 것은 문학이 침체된 지금,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정찬열 시인은 “한국 문학은 세계 문학에서 주변부의 문학이었는데 이를 극복하고 세계 문학의 중심으로 진입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한인들 사이에 개설된 여러 카카오톡 단체방에선 “내가 노벨상을 받은 것 처럼 기쁘고 감격스럽다” “그동안 몸이 아팠었는데 수상 소식을 듣고 싹 나은 것 같다” “한국어로 글을 쓰는 이민 디아스포라 문인으로서 한강이 자랑스럽다” 등의 축하 메세지가 이어졌다.
초등학교 교사인 캐롤라인 오씨는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했던 ‘채식주의자’를 읽는 내내 섭식의 규범에 복종하기를 거부함으로써 여자 주인공이 겪게 되는 폭력적 결과에 가슴 아파했던 기억이 난다”며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 등 작가가 쓴 다른 소설들도 읽고 싶다”고 말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남가주의 한인 서점마다 그가 쓴 책들이 순식간에 동이 났다. LA 한인타운에 위치한 반디북스의 임채림씨는 “이른 아침부터 한강이 쓴 책을 사려고 2~3분 간격으로 한인들의 방문과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매대에 자리한 몇몇 저서는 바닥을 보였고, 지금은 재고가 한 권도 없어 손님들이 아쉽게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열기를 전했다.
이날 한인타운의 한 서점을 찾은 50대 이모씨는 한강의 책을 종류별로 한 권씩 주문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 문학이 외국에 비해 뒤쳐졌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한국 작가가 노벨상을 받았다는 사실에 가슴이 울컥했다”고 전했다.
가든그로브에서 알라딘 서점을 운영하는 박영규씨는 “지금 한국에서도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한강 작가의 작품이 거의 매진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평상시 주문후 1주일 정도인 배송 기간이 최소 2주 이상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요즘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 밀려 책에 대한 인기가 예전같지 않은데 이번 노벨상 수상으로 한인 서점가가 모처럼 활기를 띨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한국의 출판사 ‘민음사’ 유튜브에서는 수천 명 넘는 누리꾼이 모여 실시간 노벨 문학상 발표 소식을 지켜보기도 했다. 한 작가의 수상 소식이 알려지자 이들은 “역사적인 순간” “한강의 기적” “노벨 문학상 작품을 번역 없이 한글로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감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한편 한국에서는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대형 서점 홈페이지가 한때 마비됐다. 이들 홈페이지의 실시간 베스트셀러는 모두 한강의 책으로 채워졌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한국 최대 서점인 우리도 재고가 없다. 창작과비평, 문학동네 같은 출판사에 서둘러 책을 보내달라고 급히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 서점에서 1위는 모두 한강의 대표작인 ‘채식주의자’였다.
교보문고에서 2위는 ‘소년이 온다’(2014)였으며 ‘작별하지 않는다’(2020) ‘희랍어 시간(2011)’ ‘흰’(2018) 등의 순이었다. 한강이 2013년 발간한 첫 번째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도 6위에 올랐다. 이어 ‘채식주의자 개정판’(2022) ‘소년이 온다’(2014), ‘디 에센셜: 한강’(무선보급판)이 7~9위를 휩쓸었다.
<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