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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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칼럼> 주는 자의 행복

2024-10-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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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훈 목사/ 새누리선교교회 담임

전에 한번 우리 교회에 부흥성회에 한국에서 온 목사님이 설교중에 이런 예화를 든 적이 있다. 심방을 하다 보면 보통 성도님들이 봉투를 주는데 감사의 표시로 주는 감사헌금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어떤 나이가 좀 드신 할머니 댁 심방을 마치고 집으로 가려하는데 떡이 가득한 큰 그릇을 주더란다. 봉투가 아닌 떡이라서 적잖이 실망이 되었지만 순간 “어쩌면 이 떡 밑에 봉투가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부리낳게 떡을 헤쳐내려가서 그릇 맨 밑바닥까지 갔는데 아무것도 없어서 크게 실망이 되었다는 것이다. 근데 조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늘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자신이 심히 부끄럽다라는 것을 깊게 깨닫게 되었다는 고백이었다. 당시 예화를 들으면서 내게 문득 든 생각은 나는 미국에서 목회하다 보니 위에서 언급한 “봉투”는 거의 없고 혹시나 간혹 있더라도 바로 교회 헌금으로 들어간다면서 내 자신이 무척 자랑스러웠다. 그럼에도 나 자신 또한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 더 익숙한 것이 아닌가라는 자책감이 들면서 앞으로 받는 자보다 주는 자로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먹고 다짐하게 되었다.

받는 자도 행복하지만 주는 자가 더 행복한 것이다. 실제로 이 사실을 최근에 내가 섬기는 교회가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바로 교회가 가정교회 목회자 컨퍼런스를 18년만에 다시 주최하게 된 것이다. 3박 4일 스케줄로서 한국, 일본, 멕시코, 캐나다, 미국 전역에서 몰려온140여명의 목회자들이 참석을 했는데 교회가 숙박, 식사, 라이드 등등 모든 것을 책임지고 주최를 한 것이다. 컨퍼런스를 주최하기 위해 호텔비, 식사비용 등등 큰 재정과 더불어 전 성도님들이 투자한 수많은 시간과 정성은 값진 희생이요 섬김이 된 것이다. 빼놓을 수 없는 감사한 일은 참석한 많은 목회자분들 가운데 이번 컨퍼런스가 역대 최고였다라는 찬사가 쏟아져 나왔다. , 교회 성도님들의 섬김을 받고 이제 새로운 힘을 얻고 다시 목회 현장으로 돌아가서 사명을 붙들고 끝까지 완수하겠다는 결단들이 이어졌다. 수 많은 감동의 소감들 중에 한 목회자의 소감을 따오자면, “잘 가고 있는지 방향을 확인하고, 끝까지 버텨야할 이유를 발견하고, 지금 주어진 목회 현장에서 무엇을 해야할지를 찾은 행복한 시간이었어요”라는 놀라운 고백을 했다! 모든 성도님들이 다 하나가 되어서 자발적으로 기쁜 마음으로 정성스레 섬긴 결과이다. 많은 목회자분들이 재충전 받아서 각자의 목회 현장으로 힘차게 행복하게 돌아가는 모습들을 보는 것 자체가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축복이 되었다. 말 그대로 주는 자의 기쁨이 받는 자의 기쁨보다 훨씬 더 큰 것임을 체험하게 된 것이다.

주는 자의 행복은 베푸는 자의 행복이요 긍극적으로 섬김이 주는 행복인 것이다. 실제로 이번 가정교회 목회자 컨퍼런스가 끝나갈 무렵 컨퍼런스 기간내내 너무나도 열심히 섬기고 계신 한 집사님을 옆에서 지켜보신 한 성도님이, “목사님! 저렇게 열심히 섬기는 집사님이라면 교회에서 휴가 보내드려야 하겠는데요!”라고 하셨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집사님께서, “지금 이렇게 섬기는 것이 바로 휴가이지요! 저는 이제까지 행복이 멀리있는 줄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섬김을 통해 행복이 바로 이곳에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라고 했다. 나는 솔직히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어서 깜작 놀라며 큰 감동이 되었다. 그렇게 고백한 집사님을 더욱 더 존경하게 되었다. 그렇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주는 자가 행복한 것이며 섬기는 자가 행복한 것이다. 바로 이 진리를 나를 포함한 교회 전 성도님들이 이번 컨퍼런스를 통하여 체험하게 된 것이다. , 큰 행사를 잘 감당한 교회 성도님들 모두가 참으로 자랑스럽다.

이처럼 인생의 본질은 주는 것이며 섬기는 것임을 예수님께서도 보여주셨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마 20:28)라고 말씀하시고 직접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우리를 섬기시고 모든 것을 주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예수님의 섬김을 받은 자로서 남은 인생을 주는 자로 그리고 섬기는 자로 살아가겠노라고 다시 한번 굳게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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