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든, 중동지역 갈등 진정 원하지만 네타냐후는 강경책 고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라는 뜻밖의 변수가 부각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 퇴임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끌려가는 양상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 지역의 갈등에 미국까지 휩쓸려 들어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절제된 대응을 바라고 있지만, 현실은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180기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가하자 네타냐후 총리는 "공격에 대응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며 보복을 공언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이란의 1차 공격 때와 달리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공개적으로 자제를 촉구하지 않았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보복 차원에서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란 석유 시설에 대한 보복이 국제 유가를 급등시키고, 이는 유가의 동향에 민감한 미국 유권자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이례적으로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는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내내 네타냐후 총리는 일종의 골칫거리였다.
중동 지역에서 안정을 이룬 뒤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 문제에 전념하겠다는 것이 당초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이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독립 국가로 공존하는 '2국가 해법'과 함께 중동 각국 간 갈등 해소를 추진했지만, 현재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모두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가자전쟁 발발 후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휴전 협상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통제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에게 끌려가는 듯한 모습을 노출한 것은 민주당 지도부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상원 1인자인 척 슈머 원내대표는 지난 3월 가자전쟁과 관련해 이스라엘에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다면서 노골적으로 네타냐후 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오히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고위급 지휘관을 제거하는 등 강경 노선을 고수했다.
이후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7월 미국을 방문해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군사 능력과 가자지구 통치를 소멸시키고 모든 인질을 집으로 데려올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은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 우리가 함께 할 때 우리는 이기고, 그들은 패배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 도중 여야 의원들은 모두 52차례 기립박수를 보냈다. 네타냐후 총리의 사퇴를 요구했던 슈머 원내대표도 동료 의원들과 함께 박수를 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같은 현상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에 찬성하는 미국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이스라엘 외교관 출신인 알론 핀카스는 "네타냐후는 웬만한 미국 정치인들보다 워싱턴의 정치 게임에 더 능숙하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