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악관서 첫 추석 축하 행사
▶ 바이든·해리스, 서면으로 축하
워싱턴 D.C. 백악관 행정동 아이젠하워빌딩에서 17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열린 추석 축하 행사에서 행사 참가자들이 부채춤 공연을 하고 있다.<연합>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날인 17일 송편 등 한국 음식 냄새가 가득 찬 가운데 미국 백악관에서 한국 민요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이날 오후 늦게 백악관 본관의 웨스트윙에 인접한 행정동 아이젠하워 빌딩에서 열린 추석 축하 행사에서다.
서울 태생의 미 육군 군악대 '퍼싱즈 오운'의 에스더 강 하사가 미군 군복을 입고 한국말로 아리랑을 부르자 뉴저지 등 미국 동부는 물론 로스앤젤레스(LA), 하와이를 비롯한 미국 전역에서 참석한 100여명의 한인들은 감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미국으로 한인이 이민을 온 지 120여년만에 처음으로 백악관과 미주한인위원회(CKA) 등의 주최로 백악관에서 처음 추석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뉴욕한인청소년합창단이 마이클 잭슨의 노래 '유 아 낫 얼론(You Are Not Alone)' 등 3곡을 부르자 아리랑 축가 뒤에 연설대에 선 한인들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했다.
경 윤 한인커뮤니티재단(KACF) 대표는 "어렸을 때 멋진 한국 명절을 백악관에서 기념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에이브러햄 김 CKA 대표도 "한국계 미국인들이 백악관에서 추석을 축하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한국 커뮤니티 역사에서는 비현실적이었다"고 말했다. 주미 송 시겔 패밀리 인다우먼트 부대표는 "다양한 분야와 세대를 아우르는 전국의 유명한 한국계 미국인들을 한자리에 모아 추석을 함께 축하하는 것이 제 작은 꿈이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각각 서면으로 축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행정동인 아이젠하워 빌딩에서 진행된 행사에서 배포된 축사에서 "사상 첫 추석 백악관 리셉션에 모인 여러분에게 진심 어린 인사를 전한다"며 "추석은 축하와 기념, 갱신과 성찰, 약속과 가능성이 있는 시간"이라고 했다.
이어 "가을 추수가 한창일 때 열리는 이 즐거운 명절은 전 세계 한국인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축복에 감사하고 조상의 유산을 기린다"며 "추석은 한국 공동체의 풍부한 유산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보편적 유대감을 떠올리게 한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든 우리는 모두 미국인"이라며 "가족이 이민을 온 지 몇 세대가 지났든, 여러분이 직접 이민을 왔든, 여러분 각자는 한국 공동체의 활기와 문화, 공헌을 우리나라 태피스트리(여러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에 엮어놓았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도 서면 축사에서 "추석은 가족의 중요성, 가을의 축복, 그리고 우리가 조상의 넓은 어깨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며 "한국계 미국인은 수백 년간의 미국의 구성(fabric)에서 중요한 부분(vital part)을 차지해왔다"고 했다.
또 "모두 알다시피 여러분이 아시아계 미국인, 하와이 원주민, 태평양 섬 주민 공동체의 다양한 정체성과 경험, 전통을 고양할 때 우리는 밝은 미래의 최전선에서 활기차고 문화적 풍요로움이 있는 길을 개척한다"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그러면서 "(남편) 더그(엠호프)와 나는 당신의 안전하고 건강하며 행복한 휴일을 기원한다"고 인사했다. 흑인이자 아시아계 미국인인 해리스 부통령은 한국계 미국인과 가족이기도 하다. 그의 손아랫동서, 즉 엠호프의 동생 앤드루 엠호프의 부인은 한국계인 주디 리 박사다.
미국 정부 대표 인사로는 중국계 미국인인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나와 "프로그램을 보면서 거의 여러 번 눈물을 흘렸다"면서 "아이들의 공연을 보면서 우리가 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왜 하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백악관이 주최하는 추석 행사는 이번이 처음으로 알고 있다. 이제 정말 그때가 됐다"면서 "그리고 저는 이것이 마지막이 아닐 것임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행사에서는 토드 김 미국 법무부 환경 및 천연자원 담당 차관보, 댄 고 대통령 부보좌관, 헬렌 보드로 백악관 아시아·하와이 원주민·태평양 제도 주민(AANHPI) 이니셔티브 선임 고문 등 미국 정부 내 고위직 한국계 인사들이 자기 경험을 소개하고 감회를 밝히는 약식 좌담회도 진행됐다. 또 앤디 김 연방 하원의원(뉴저지·민주), 줄리 터너 국무부 대북 인권 특사, 성 김 전 대사 등도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행사 뒤에는 송편과 잡채, 닭강정, 약과, 식혜 등 한국 음식도 나눠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