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의 IVF 지지 약속… “거짓말이야”

2024-09-16 (월) 캐서린 램펠 /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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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도널드 트럼프는 누구나 자유롭게 체외수정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정치인의 말보다는 행동에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가 남긴 백악관 시절의 기록은 그가 재집권할 경우 불임치료 접근권이 더욱 제한될 것임을 시사한다.

공화당의 정·부통령 후보는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고 있다. 한 가지 이유는 - 임신 중단과 임신 시작 모두를 포함하는 - 생식 선택에 관한 공화당의 접근방식이다. 연방대법원의 돕스 판결에 따라 공화당이 장악한 주에서는 낙태금지가 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불임으로 고통받는 미국인들이 합법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조차 위태로워졌다.

여기에 보태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는 불임여성을 “자녀없이 고양이나 키우는 여성”으로 비하하고 조롱했다. 그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자 밴스는 자신의 발언은 생물학적인 이유가 아니라 개인의 선택에 의해 자녀들 두지 않는 여성을 겨냥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건 결코 합당한 변명이 아니다. (그럼 그의 표적이 수녀였다는 것인가?) 물론 일반적인 사실과도 거리가 멀다.


최근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2021년의 한 인터뷰에서 밴스는 “임신이 가능한 생물학적 시기를 놓쳐 자녀를 갖지 못한” 여성들을 조롱했다. 그는 이들을 “진정한 가지체계가 없는 한심한 집단”이자 “삶의 의미를 찾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무리”로 낙인찍었다. ”

밴스의 발언에 여론이 들끓자 트럼프는 이번에도 지킬 의향이 전혀 없는 공약을 내놓았다. 그는 재집권에 성공하면 모든 미국인들이 불임치료에 의료보험을 적용받도록 “의무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가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은 채 던진 제안을 분석하느라 시간을 소모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그는 수혜자격 기준과 소요 예산이 연방재정에 미칠 영향을 언급하지 않았고, 대선 후보의 주요 공약이 나올 때마다 선거팀이 작성하는 우호적인 내용의 분석자료도 없었다. 게다가 트럼프는 이렇게 비싼 보험혜택을 누가 제공할 것인지 밝히지 않았다. 보험적용 “의무화”의 담당 주체가 정부인가 민간 보험사인가? 이 질문에 트럼프는 그저 “그런 여러 옵션들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그렇지만 우리는 트럼프의 공약이 그의 과거 기록과 맞아떨어지는지 평가할 수 있다. 평가 결과는 “불일치”다.

불임 치료에 대한 보험적용을 보장하려면 의무적으로 제공해야하는 건강보험 필수 서비스 종목을 확대해야 한다. 오바마 의료개혁법에 따라 전국 어디서건 보험플랜이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처방약, 외래진료, 임신관리와 약물 오용치료와 같은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의 범주에 불임 치료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통령 재임시절, 트럼프는 반복적으로 이와 같은 의료보험 보장 조항을 폐기하거나 약화시키려 했다.

첫째, 그는 주정부가 필수적인 보험혜택과 기타 최소보험 요건을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복수의 법안을 추진했다. 이같은 시도가 실패로 끝나자 정부 예산안과 행정조치를 통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 했다. 아울러 트럼프는 필수적인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없는 대체보험 플랜을 확대했다.


만약 그의 시도가 성공했다면, 전체 보험체계는 와해됐을 것이다.

다행히 트럼프의 노력은 유권자들의 분노와 법원의 판결로 제한되거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후임 행정부에 의해 번복됐다. 그러나 오늘날까지도 공화당 정치인들은 오바마 의료개혁법에 명시된 쇠소 보험 보장 조항에 계속 반대한다. 예를 들어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은 지난 주말 체외수정(IVF)의 보험 적용을 의무화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IVF 시술에는 끝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올해 불임치료를 의료보험 적용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이를 무산시켰다.

지난 6월, 상원 민주당은 IVF에 법적 보호를 제공하고 더 많은 보험사들에게 불임치료 커버리지를 요구하는 법안을 상정했지만 공화당은 이 법안이 표결에 회부되는 것을 저지했다. 물론 그레이엄과 밴스 모두 이 법안의 본회의 표결 상정에 반대했다.

밴스는 IVF 서비스의 합법성을 보호하기 위해 연방 의원들이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지난주 CNN에 출연한 밴스는 “이건 정말 터무니없는 가정”이라며 “우익이건 좌익이건 간에 미합중국에 속한 그 어떤 주도 불임치료를 금지하려 시도하지 않는다는 게 나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CNN 앵커는 냉동 배아를 “사람”(personhood)으로 간주한다는 앨라배마 주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이후 주 전역에서 IVF 치료가 사실상 중단됐다고 지적하고, IVF 시술에 생존할 수 없거나 사용하지 않은 배아를 정기적으로 폐기하는 작업이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밴스는 “앨라배마 법원이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맞지만 주 의회가 즉각 여성들이 불임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입법조치를 취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응수했다.

그러나 그의 반응은 거짓이다. 앨라배마 주 의회는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으나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이 법안의 발의자조차 해결되지 않은 숱한 의문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시인한 바 있다. 여기에는 생명을 지닌 모든 “사람”은 앨라배마주 헌법의 보호를 받는다 주 대법원 판결의 결정적인 개념인 인격”(personality)을 주 의원들이 정의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실도 포함된다. 주 의회가 행동에 나선 이후 앨라배마의 IVF 시술소 두 곳이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고, 이들 중 한 곳은 지속적인 사법리스크를 구체적인 폐업 사유로 제시했다.

공화당 부통령 지명자는 이런 사실을 몰랐거나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이는 그가 속한 정당이 가족을 늘리려는 여성들을 얼마나 경멸하는지 말해준다.

<캐서린 램펠 /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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