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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초 만난 이란 핵합의 복원… ‘러에 미사일 제공’ 충돌

2024-09-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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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핵합의 복원 접촉’ 언급한 이튿날 서방 제재 발표

▶ 이란, 미사일 제공 강하게 부인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이 암초를 만났다.

이란 정부는 온건파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서방과 핵합의 복원을 모색했으나 미국을 위시한 서방은 이란이 탄도미사일을 러시아에 제공했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란은 이를 강하게 부인했지만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은 관련 보도가 나온 직후 이란에 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국과 영국이 탄도미사일 제공을 이유로 제재를 언급한 시점이 공교롭게 이란 외무부가 '핵합의 부활'을 언급한 바로 다음날이라는 점에서 핵합의 복원을 위한 서방과 이란의 협상은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제재를 결정한 서방 4개국은 국가는 모두 핵합의 서명국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매체가 7일 이란이 러시아에 탄도미사일 수백발을 인도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틀 뒤 이란 외무부는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과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핵합의 부활을 위한 회담 개최에 합의했다고 발표하며 이달 유엔 총회에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튿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과 우크라이나 동반 방문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러시아군 수십명이 이란에서 파타흐-360 근거리 탄도미사일 훈련을 하고 러시아는 현재 이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 대통령과 외무장관이 거듭 유럽과의 관계 회복과 제재 완화를 바란다고 한다"며 "이같이 안정을 해치는 행위는 그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날 미국 재무부는 이란의 러시아에 대한 탄도미사일 등 무기·군사지원에 관여한 개인 10명과 회사 6곳, 선박 4척 등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미국 국무부도 이란항공과 러시아 기반 해운회사 등을 제재하기로 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도 각각 이란과 맺은 양자 항공 서비스 계약을 취소하겠다는 공동성명을 냈고, 유럽연합 대외관계청(EEAS)은 보렐 고위대표 지시에 따라 EU 회원국들에 이란에 대한 신규 제재안을 제시했다.

이란은 의혹 보도 당일부터 이를 강하게 부인하면서 서방과 충돌했다.

10일에도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란이 무기를 일부 국가로 이전한다는 허위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소식을 퍼뜨리는 것은 추악한 프로파간다(선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아락치 장관은 11일 직접 나서 "이란은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을 인도하지 않았다"며 "다시 한번 말하지만 미국과 유럽 3개국은 잘못된 정보와 논리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방을 '제재 중독자'라고 칭했다. 이는 미국이 2018년 핵합의를 파기한 뒤 이란이 서방을 비난할 때 주로 쓰던 표현이다.

러시아도 미사일 제공을 부인하는 입장이다.

서방이 이란의 탄도미사일 의혹을 강하게 문제삼은 것은 조만간 본격화할 수 있는 핵합의 복원 논의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도 보인다.

2015년 핵합의 성사 때도 이란의 탄도미사일 기술은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당시 강경했던 프랑스는 이란 핵시설은 물론 탄도미사일 프로그램도 사찰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결국 '8년간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관련 활동'을 금지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후에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측 3개 핵합의 서명국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계속 문제삼았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핵합의 복원을 위해선 탄도미사일을 추가로 협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란이 제공했다는 탄도미사일을 러시아가 조만간 실전에서 사용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만큼 서방과 이란의 '진실 게임'의 실체가 곧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에서 이란 탄도미사일의 파편이나 불발탄이 발견된다면 이란 핵합의 복원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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