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대선 정치서 은퇴”
▶딕 체니도 해리스 지지
▶ ‘반 트럼프’ 리즈 체니 “레이건도 지지 안 할 것”
조지 W. 부시(왼쪽) 전 대통령과 리즈 체니 전 의원. [로이터]
미국 공화당 유력 인사들이 올해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로 돌아서는 가운데 공화당 출신인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은 특정 후보를 공식 지지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8일 NBC와 더힐 등에 따르면 부시 전 대통령 측은 전날 부시 전 대통령 부부가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를 공개적으로 밝힐 의향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부시 전 대통령은 수년 전 대선 정치에서 은퇴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입장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 쪽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선을 긋고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표명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앞서 지난 6일 체니 전 부통령의 딸 리즈 체니 전 연방 하원의원은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행사에서 아버지가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니 전 의원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생각해 본다면, 여러분은 지금이 얼마나 심각한지 생각하게 될 것”이라면서 “아버지는 공개적으로 미국 민주주의에 도널드 트럼프만큼 위협적인 사람은 없었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바 있다”고 말했다.
미국 ‘네오콘’(신보수)을 대표하는 체니 전 부통령은 재임 당시 민주당 등 진보 진영에서 강한 비판을 받았던 인물이다. 딸인 체니 전 의원도 지난 4일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보수주의자로서, 헌법을 믿고 아끼는 사람으로서, 나는 이에 대해 깊이 생각해 왔으며, 도널드 트럼프가 초래하는 위험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고 카멀라 해리스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1년 1월부터 2009년 1월까지 재임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1989년~1993년 미국 대통령이었던 조지 H. 부시의 아들이다. 부자가 대통령으로 재임할 만큼 미국의 정치 명문가로 꼽히는 부시 전 대통령 가문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 부시 전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적 발언은 자제해왔지만, 지난 달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지명된 공화당 전당대회에는 불참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 2021년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미 의회 의사당까지 폭력적으로 점거한 데 대해 “대선 뒤 이어진 일부 정치 지도자들의 무모한 행동에 소름이 끼칠 정도”라며 “이런 식으로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건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바나나 공화국에서나 있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역대 2008년 대선에서는 공화당의 고 존 매케인 후보, 2012년 대선에서도 공화당 후보였던 밋 롬니를 지지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체니 전 연방 의원은 8일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살아있다면) 트럼프를 지지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체니 전 의원은 이날 ABC 방송과의 좌담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레이건이 했던 그 어떤 것도 지지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화당이 배출한 고 레이건 전 대통령은 전통적 보수주의의 신봉자였다. 적극적인 글로벌 리더십을 우선순위에 두며 강경 보수 외교 정책 노선을 펼쳐 평화적으로 냉전을 종식시키는 등 미국의 번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체니 전 의원은 “의회뿐 아니라 전국의 공화당 동료들에게 트럼프의 정책과 그가 제시한 위험, 그가 권력을 유지하려 무엇을 했는지를 살펴보라 촉구하고 싶다”며 “이는 단지 전통적인 공화당 정책뿐 아니라 이 나라가 의존하는 헌법 질서에 대한 확고한 거부”라고 비판했다. 또 “매일 우리가 트럼프에게 듣는 얘기는 미국이 실패한 국가이고 미국이 웃음거리라는 것”이라며 “결국 트럼프는 보수주의자가 아니라는 걸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체니 전 의원은 여전히 공화당원이 맞느냐는 질문에 “나는 확실히 ‘트럼프 공화당원’은 아니다”라며 “현재 공화당에 일어난 일은 변명의 여지가 없으며, 선거 후 재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그는 특히 밋 롬니 상원의원과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등 ‘반트럼프’ 진영에 속한 거물급 공화당 원로들에게 해리스 지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체니 전 의원은 “이번 대선의 접전 양상을 고려할 때, 특히 경합주에서 투표한다면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정말로 트럼프의 위협을 인식한다면, 단순히 ‘나는 트럼프를 찍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후보로 확정된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을 두고 “레이건 전 대통령도,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할 수 있었던 연설”이라며 “(연설에는) 이 위대한 국가의 예외적 성격에 대한 포용과 이해, 사랑, 특별한 곳이라는 인식, 이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인식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