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 환자 혈당수치 개선… 비만 억제 등”
▶ ‘아커만시아’ 보충제 건강효과 주장 많아져
▶“건강한 식단·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이 우선”
최근 ‘아커만시아’로 불리는 새로운 종류의 프로바이오틱스(장내 유익균) 보충제가 건강에 좋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는 체중 관리, 혈당 수치 개선, 그리고 약물인 오젬픽(Ozempic)과 위고비(Wegovy)가 모방하는 포만 호르몬 GLP-1의 생성을 촉진한다고 주장한다. 이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에는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Akkermansia muciniphila)라는 박테리아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장내 미생물 군집을 구성하는 여러 박테리아 중 하나로, 과학자들은 이 미생물이 많이 있을수록 건강에 매우 유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유익균 보충제
연구에 따르면 아커만시아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체중 증가, 비만, 대사 질환의 비율이 낮고, 반대로 이 장내 미생물 수치가 낮은 사람들은 건강 상태가 덜 좋은 경향이 있다는 결과 제시되고 있다.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는 장내 미생물 군집을 구성하는 수백 종의 미생물 중 하나일 뿐이지만, 이 박테리아는 유독 과학적 관심을 받고 있다. 작년에 발표된 한 논문은 아커만시아를 “장내 식물군의 빛나는 별”이라고 불렀다. 다른 연구자들은 이를 만성 질환을 완화할 수 있는 “차세대” 프로바이오틱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소규모 연구에서 아커만시아 보충제를 복용한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 수치가 낮아지고, 과체중 또는 비만인 사람들의 염증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러한 과학적 관심은 트렌디한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 시장을 성장시키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 브랜드는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펜덜럼(Pendulum)이다.
펜덜럼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과학자 콜린 커트클리프는 아커만시아가 발효 식품과 일반적인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에서 발견되는 유산균(Lactobacillus) 및 비피더스균(Bifidobacteria)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이들 전통적인 프로바이오틱스는 설사, 복부 팽만감, 변비 같은 소화 문제에 도움을 주는 반면, 아커만시아와 같은 차세대 프로바이오틱스는 식욕, 체중, 대사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아커만시아와 그 건강 이점에 대한 데이터가 유망해 보이긴 하지만, 그 잠재적 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아커만시아나 안전성이 충분히 연구되지 않은 다른 프로바이오틱스가 포함된 보충제를 섭취하는 데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 연구에서는 쥐에게 높은 아커만시아 수치를 투여했을 때 일부 병원균에 더 취약해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파킨슨병이나 다발성 경화증과 같은 신경학적 상태를 가진 사람들에게 장내 아커만시아 수치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지만, 그 이유는 분명하지 않으며 이 박테리아가 이러한 질병의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도 아직 알 수 없다.
위스콘신 대학교 매디슨 캠퍼스의 미생물학자인 페데리코 레이는 아커만시아가 대사 건강에 좋다는 증거가 상당하지만, 잠재적 단점에 대한 연구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데이터의 압도적 다수는 아커만시아가 대사 건강에 좋다는 것을 시사하지만, 다른 상태에서는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데이터도 있다”며 “일반적인 권고를 하기 전에 이해해야 할 많은 부분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란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는 2004년에 발견되었으며, 장내 미생물 군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름을 얻었다. 이 박테리아는 장 내벽을 덮고 있는 얇은 점액층인 뮤신(mucin)을 분해해 섭취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 점액층은 병원균이 장을 빠져나와 몸 안으로 침입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연구에 따르면 약해진 장내벽은 염증 및 염증성 장질환과 같은 만성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아커만시아는 뮤신층을 지속적으로 분해해 섭취하면서도 뮤신 생산과 회전율을 자극하여 장벽을 강화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아커만시아는 그 외에도 다른 기능이 있는데 연구자들은 아커만시아가 장내 세포에서 GLP-1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GLP-1은 포만감을 유발하고 우리 몸이 당을 대사하는 것을 도와 비만과 당뇨병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는 장내 미생물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비만, 당뇨병, 대사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비해 건강한 성인의 장에 더 많이 존재한다. 높은 수준의 아커만시아는 염증, 체중, 혈당 감소와 더 나은 대사 건강과도 관련이 있다.
커트클리프 펜덜럼 CEO와 그녀의 동료들은 최근 연구에서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성인 76명을 모집하여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에게는 아커만시아를 비롯한 여러 친근한 박테리아 균주가 포함된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를 하루 두 번씩 12주 동안 복용하게 했고, 다른 그룹은 대조군으로 유지했다. 연구 결과, 아커만시아 캡슐을 복용한 그룹이 대조군보다 혈당 수치가 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들은 밝혔다. 이 연구들은 상관관계를 보여주지만 그러나 반드시 인과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커트클리프 CEO는 자사의 제품이 상대적으로 비싼 이유는 아커만시아가 매우 다루기 까다로운 미생물이라서 보통 산소에 노출되면 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아커만시아를 무산소 환경에서 배양할 수 있는 비싼 제조 공장을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했다. 이 미생물들은 냉동 건조된 후 캡슐에 포장되어 위산을 견뎌내고 아커만시아를 장의 말단으로 전달할 수 있게 다.
■꼭 먹어야 하나
단순히 장내 미생물군의 전반적인 건강을 증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보다 식단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스탠포드 대학의 장내 미생물군을 연구하는 위장병학자이자 임상 과학자인 션 스펜서 박사는 가공식품을 줄이고 통곡물과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더 많이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요거트, 김치, 사우어크라우트, 케피어, 콤부차와 같은 발효 식품을 많이 섭취하면 장내 미생물군의 다양성이 증가할 수 있다.
스펜서 박사는 자신의 환자가 당뇨병 관리를 위해 펜덜럼의 제품을 사용하고 싶다고 한다면 꼭 말리지는 않겠지만, 우선 식단과 운동에 중점을 두라고 권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펜서 박사는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있으며, 위험도는 비교적 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대학 메디컬 센터 소화기 건강 센터의 장내 미생물군 전문가인 크리스 다만 박사는 펜덜럼의 연구 결과와 아커만시아가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어쩌면 점진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건강한 식단, 운동, 스트레스 관리와 같은 검증된 건강한 생활 습관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