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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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마약중독 사망 2년째 연 100명선

2024-09-04 (수)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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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다복용·우발적 남용
▶작년 사망 전국 102명

▶ 펜타닐이 3분의 2 차지
▶“적극적 예방·치료 중요”

LA에 거주하는 A씨는 고등학생 아들의 마약문제로 남편과 매일 밤 언성을 높이고 있다. A군의 마약중독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길 원하는 A씨와 달리 남편은 남부끄럽다는 이유로 쉬쉬하며 숨기기에 급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며 남편을 설득했다. 결국 타운 내 재활원에 아들을 입소시켰지만 남편은 끝까지 탐탁해 하지 않았다.

재활원에서 입소생활을 하던 어느 날 A씨 아들은 재활원을 빠져나와 집을 찾아왔다. 마침 집에는 A씨 남편만 있는 상황이었다. A씨의 남편은 집에 찾아온 아들에게 어서 재활원으로 돌아가라며 돈을 쥐어 돌려보냈다. 재활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A씨의 아들은 아버지가 준 돈으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마약을 구입했다. 한순간 고삐가 풀린 A씨는 자신을 제어하지 못했고 결국 과다복용으로 인해 숨을 거둔 채 발견됐다.

펜타닐 확산 등 마약 및 약물 남용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해 사망하는 한인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으로 인해 사망하는 한인들은 지난 2022년에 이어 작년에도 또다시 2년 연속 100명 이상을 기록했으며, 6년 전과 비교해서는 1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마약에 대해 무지하고 특유의 체면을 중시하는 한인들의 특성으로 인해 적극적인 치료시기를 놓쳐 화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보다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A 카운티 보건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LA 카운티 내에서 약물 과다복용 및 중독으로 인한 우발적 사망 사례는 총 3,09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2년의 3,220명, 2021년의 3,010명 등과 비슷한 수준이며, 2016년의 1,123명과 비교하면 175.3% 증가한 상태다. 이 같은 증가세는 펜타닐 중독 때문으로 작년 사례 중 64.7%에 달하는 1,970명이 펜타닐에 의해 사망했으며, 이러한 숫자는 2022년의 1,910명에서 또 다시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전에는 거의 없었던 아시아계 사망자도 45명 보고됐는데, 이중 최소 6명이 한인으로 보인다.

미 전역에서 약물 중독으로 인한 한인들의 사망도 증가했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한해 동안 미 전역에서 마약 및 약물 중독 또는 과다 복용으로 자살이 아닌 의도치 않은 죽음을 맞이한 한인은 10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6년 전인 2018년과 비교하면 132% 많아진 수치로, 지난 2022년 105명에 이어 2년 연속 100명 이상을 기록한 상황이다. 미 전역 한인들의 약물 사망은 지난 2018년 44명이었던 것이 2019년 72명, 2020년 97명, 2021년 98명으로 늘어나더니, 2022년 100명 선을 넘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간 총 518명이 약물 중독 및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셈이다.

1996년에 설립해 28년 동안 약물 남용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기독교 신앙을 기반으로 한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나눔선교회의 한영호 목사는 “특히 청소년 마약 문제의 경우 이민자 가정의 부모들은 마약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자녀가 중독에 빠진 후에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며 “이제는 예방을 넘어, 빠르게 치료와 재활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 목사는 한인 사회 특유의 체면 문화도 지적했다. “마약 문제는 숨기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체면 때문에 이미 손 쓸 수 없을 지경에 이르러서야 저를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 목사는 이어 “마약 중독은 고치기 힘든 병”이지만 “치유가 가능한 병”이라며 “자녀가 마약에 손을 대는 징후가 보이면, 절대 숨기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조기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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