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질 6명 피살, 들끓는 이스라엘
▶바이든, 해리스와 세부안 논의 후 이·하마스에 금주중 최종안 제시
▶ 강공 고집 네타냐후 설득 미지수
▶“즉각 휴전을” 70만명 최대 시위
▶거센 네타냐후 압박이 중요 변수
1일(현지시간) 인질 사망 소식에 분노한 시위대가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고속도로를 점령하고 가자전쟁의 즉각 휴전과 인질석방을 위한 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로이터]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억류됐던 인질 6명이 숨진 채 돌아오면서 공전을 거듭해 온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이 더욱 꼬이고 있다. 미국이 ‘중재 포기’까지 전제한 마지막 제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완강한 고집을 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스라엘 내부에서 거세지는 협상 촉구 여론이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할 유일한 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 조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 미국이 이집트·카타르 등 협상 중재국들과 함께 이스라엘·하마스에 제시할 최종 협상안을 논의해 왔다고 보도했다. “받아들이거나 관두거나(take it or leave it)” 해야 할 협상안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에도 양측이 거부할 경우 미국은 자국 주도의 협상 종결을 선언할 만큼의 ‘끝장’ 제안이라고 이 관리는 말했다.
하지만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하마스의 요구는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와 영구적 전투 중단이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 섬멸을 공언하고 있다. 기본 전제부터 엇갈리는 셈이다.
여기에 가자지구와 이집트 사이 완충지대 ‘필라델피 회랑’의 이스라엘군 주둔 문제를 놓고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곳을 하마스의 불법 무기 반입 통로라고 보고 휴전과 무관하게 병력을 계속 주둔시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질 6명 사망 사건으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지난달 31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 지하터널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 직전 하마스가 인질 6명을 살해하면서 작전 실패 책임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생존 인질 숫자가 줄면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사라진다고 WP가 중동 전문가들을 인용해 분석했다.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과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맞바꾸는 게 협상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탓이다. 네타냐후 총리로선 넘겨받을 인질이 줄어들수록 협상에서 유리해진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국민 송환보다 정치적 생명 유지가 그의 우선순위라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에 충분히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그것(협상 타결)에 매우 근접해 있다”며 “희망은 영원히 있다”고 덧붙였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일 참모 회의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과 함께 협상 관련 세부 내용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현재로선 이스라엘 내부에서 빗발치는 ‘즉각 휴전’ 여론이 유일하게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할 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1일 밤 이스라엘 전역 주요 도시에서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졌다. 수도 텔아비브에서만 55만 명, 전국적으로는 최소 70만 명이 시위에 나섰다고 이스라엘 인질·실종자가족포럼이 밝혔다.
시위대는 주요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요구했다. 현장에선 “네타냐후는 살인자”라는 구호도 등장했다. 시위 여파로 전국의 학교·병원·관공서 등이 폐쇄되고 예루살렘 경전철 등 일부 대중교통도 일시적으로 멈췄다. 이스라엘 경찰은 물대포 등으로 무력 진압해 수십 명이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