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유한도 제한이 왜곡 일으켜…구성비·타이밍 등 살펴야
엔비디아 로고 [로이터]
인공지능(AI)은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을 이끌어온 주요 테마다.
이런 흐름을 제대로 읽고, 적절한 시기에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샀는데도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주요 AI 관련 ETF의 구조와 성격, 수익률을 분석해 ETF 투자 시 주의해야 할 점들을 소개했다.
최근 AI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지면서 엔비디아나 슈퍼마이크로컴퓨터 등의 주가가 흔들렸지만 이전까지는 AI가 시장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AI ETF 중에도 올해 손실을 본 것들이 있다.
이런 일은 역설적으로 AI 선두 주자 엔비디아가 급등했기 때문에 많이 발생한다.
펀드는 매수 종목을 다양화하기 위해 조성하는 것이므로, 특정 종목의 보유 한도를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엔비디아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에서 비중이 6%를 넘지만 일부 AI 펀드는 이 보유 제한 때문에 시장 가치만큼 엔비디아를 갖지 못한다.
퍼스트 트러스트의 AI·로보틱스 펀드는 4억5천700만 달러 규모를 자랑하지만 엔비디아 보유지분은 0.8%에 불과하다. 사이버 보안 회사 블랙베리 지분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위즈덤트리의 2억1천300만 달러 규모 AI 혁신 펀드는 각 종목의 보유 비중을 동일하게 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지분은 3%다.
블랙록의 6억1천만 달러 규모 아이셰어스 퓨처 AI & 테크 펀드도 3주 전까지 각 종목 투자 비중이 균등하게 맞춰져 있었다. 이후 펀드 목적과 티커를 변경하고 시장 가치에 기반해 주식을 보유하도록 했지만, 당시까지 엔비디아 보유 비중은 작았다.
이런 이유로 이 ETF들의 올해 수익률은 높지 않았다.
최고 수익을 기록한 AI ETF와 20% 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2022년 11월 챗GPT가 출시돼 AI 관련 주식들이 급등하기 시작한 때로부터 따지면 6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최근에는 ETF들도 모든 종목을 같은 비중으로 보유하지 않고 시가총액이 큰 주식을 많이 보유하도록 하는 추세다.
블랙록의 테마·역동성 ETF 책임자 제이 제이콥스는 AI처럼 시장 테마가 승자독식의 특성을 가질 때는 시장 가치대로 비중을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이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글로벌 X가 운용하는 20억 달러 이상의 두 AI 펀드 AIQ와 BOTZ는 서로 다른 방식을 취한다.
BOTZ는 AI와 로봇 관련주만 담는데, 시가총액이 큰 종목만 산다. 개별종목 상한은 8%다. 반면 AIQ는 AI와 관련 기술주를 폭넓게 산다. 상한은 3%다.
상한선이 문제라면 당연히 BOTZ가 수익률이 높아야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WSJ은 시장 테마를 예측해도 그 안에서 적절한 펀드를 고르는 것은 어렵고, 펀드의 내용을 꼼꼼히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수익이 날 때까지 장기투자를 하고 싶어도 펀드가 인기가 없어지면 폐쇄되거나 합병되는 일도 많다.
WSJ은 펀드 이름만 보고 판단해 ETF를 사지 말라고 조언했다.
보유자산 구성을 잘 살피고 관련 종목들이 이미 많이 오른 건 아닌지, 펀드 매입에 적기인지를 판단하며, 수수료도 비싸지 않은지 체크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