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상하원 선거 여야 비방전…“아시아계 혐오범죄 조장 우려도”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와 함께 상·하원 선거가 함께 치러지는 미국에서 유권자들의 반중 정서에 기댄 비방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산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 상대 후보가 중국에 매수됐거나, 사업 등 특수관계를 맺었다는 식의 근거 없는 비방이 넘쳐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에 대한 공세가 대표적이다.
제임스 코머(켄터키·공화) 하원의원은 월즈 주지사가 중국이 미국 정계에 심어놓은 간첩일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다.
코머 의원은 최근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유세에서 "카멀라 해리스가 미국의 공장과 일자리뿐 아니라, 러닝메이트 선택까지 중국에 넘기리라고 상상도 못 했다"고 발언했다.
대학 졸업 후 하버드대 교환프로그램으로 1989년부터 1년간 중국에서 영어를 가르친 월즈 주지사에 대해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년 선거에서는 일반적으로 공화당이 유권자들의 반중정서를 적극적으로 이용했지만, 올해 선거에서는 민주당도 중국을 소재로 한 상대 후보 비방에 활발한 모습이다.
펜실베이니아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현역인 밥 케이시(민주) 의원은 공화당 후보인 데이비드 맥코믹을 비난하는 광고를 연속해서 내보냈다.
유명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맥코믹 후보가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중국 기업과 사업 관계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특히 케이시 의원이 내보낸 정치 광고에서는 맥코믹 후보가 '좀비 마약'으로 알려진 펜타닐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중국 업체에 투자했다는 주장과 함께 "맥코믹은 미국인의 고통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맥코믹 후보는 케이시 의원이 중국 전기자동차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주장을 담은 정치광고로 맞불을 놨다.
또한 미시간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의 얼리사 슬롯킨 후보는 정치광고에서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로고를 부각하면서 '공화당 후보는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을 도왔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이와 함께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선거에선 현역인 셰러드 브라운 의원은 상대 공화당 후보가 중국 자동차로 돈을 벌었다는 내용의 정치광고를 내보냈다.
자동차 판매업에 종사했던 상대 후보가 중국에서 제조한 자동차를 취급했다는 것이다.
미국 광고 분석 업체 애드임팩트에 따르면 11월 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에서 방송되는 정치 광고 중 '중국'이 언급된 광고는 171건에 달한다.
4년 전 상원의원 선거 기간 중국이 언급된 정치광고의 82%는 공화당 후보들이 내보낸 광고였다.
그러나 올해 방송된 중국 관련 정치광고의 경우 과반이 민주당 후보가 내보냈고, 공화당이 광고주인 것은 전체의 36%에 그쳤다.
여야가 선거기간 반중 정서에 기댄 비방에 열중하는 현상에 대해 경고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민주당 소속인 노마 토레스(캘리포니아) 하원 의원은 "모든 현안에 중국을 거론하는 동료 의원들 보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역사회에서 폭력을 조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기간 미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범죄가 늘어난 것과 비슷한 현상이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