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가주정의진흥협회 공동조사
▶영어 응답자 57%가 ‘혐오 피해’
▶ 한국어 응답자 37%보다 많아
▶혐오범죄 방지 교육용 키트 발간
‘아시안 혐오’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 2021년 워싱턴 DC에서 아시아계 주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코로나19가 사그라들고 공식적으로 엔데믹이 선언되면서 아시안 증오범죄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미국 내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주민 3분의 1 이상은 여전히 생활 속에서 아시안 혐오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고 영어가 유창한 아시안 일수록 인종 혐오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았는데, 신고 확률은 가장 낮다는 의외의 연구 결과가 나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남가주 아시안정의진흥협회(대표 카니 정 조·이하 AJSOCAL)와 미 서부지역을 대표하는 싱크탱크 랜드(RAND)연구소는 미주 한인을 포함해 LA와 뉴욕에 거주하는 800명 이상의 아시아계 주민들을 대상으로 아시안 혐오 경험 유무와, 혐오를 경험했을 때 대처법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아시안 혐오’란 아시아계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의미하며 신체적 공격, 괴롭힘, 재산 피해, 조직 내 불공정한 대우 등 다양한 형태를 포함하고 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37%가 자신이나 가족, 친구가 아시안 혐오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영어가 유창하고, 연간 가구 소득이 높은 18~24세 아시아계 주민들이 아시안 혐오를 경험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구체적으로 영어 응답자들 중 57%가 인종 혐오를 경험했다고 답했지만, 한국어, 중국어, 태국어로 설문에 응답한 이들은 각각 37%, 27%, 25%만이 인종 혐오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가구 소득에 따라 소득이 10만 달러 이상이 경우 54%가 인종 혐오를 경험했다고 보고했으며, 2만5,000~5만 달러 사이의 경우에는 34%, 2만5,000달러 미만의 경우에는 32%가 인종 혐오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민 1.5세, 2세, 3세의 경우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인 53%가 인종 혐오를 경험했다고 보고한 반면, 1세대 이민자 중에서는 오직 32%만이 인종 혐오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민 1.5세대나 이후 세대는 영어가 유창함에도 불구하고 1세대에 비해 아시안 혐오를 당했을 때 도움을 구하거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낮았다.
전체적으로 아시아계 주민들은 아시안 혐오를 당한다면 과반 이상이 경찰에 신고하거나, 커뮤니티 기반 조직(CBO)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음으로는 LA 카운티의 경우 비응급 전화시스템 211에 뉴욕의 경우 311에 전화하겠다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14%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응답자를 사용 언어별로 분류했을 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 답한 비율은 크게 차이를 보였다.
한국어 응답자의 4%, 중국어 응답자의 10%, 태국어 응답자의 9%가 인종 혐오를 당해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 답했지만, 영어 응답자의 경우 31%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민 세대별로 봤을 때도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이민 1세대는 8%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 답했지만, 1.5세대나 이후 세대들은 3배가 넘는 28%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인종 혐오에 관한 정보를 얻는 출처에 관한 질문에는 영어, 중국어, 태국어 응답자들은 가족이나 지인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고 답했지만, 한국어 응답자들은 TV에서 정보를 많이 얻었고 그 다음이 가족이나 지인을 통해서 정보를 얻는다고 답했다. AJSOCAL측은 랜드연구소와의 이번 공동연구는 커뮤니티 기반 단체(CBO)들이 아시안 대상 혐오 범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행됐다고 전했다.
또한 AJSOCAL은 혐오 범죄 대응을 위한 커뮤니티 교육 홍보 툴킷을 발간한다고 밝혔다. AJSOCAL의 카니 정 조 대표는 “이번 보고서와 툴킷이 다양한 커뮤니티 파트너 기관, 기업, 입법기관, 대학 및 전 세계에서 널리 이용되기를 희망 한다”며 “이를 통해 아시안 대상 혐오 밑 차별을 함께 극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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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