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이스X 크루드래건 30일 발사
▶우주선 공기 빼내는 신기술 적용
▶탑승객, 45시간 동안 적응과정
▶ 블루오리진 등 민간 경쟁 가열
▶“군사적 활용 가능, 한국도 시급”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비행 임무‘폴라리스 던’에 참여하는 민간인 4명. [사진 제공=스페이스X]
인류 역사상 최초의 민간인 우주유영이 시도된다. 우주정거장 인프라와 같은 국가 지원 없이 민간기업이 스스로의 힘만으로 수백 ㎞ 상공의 우주공간에서 사람이 안전하게 헤엄칠 수 있게 하는 까다로운 임무다. 상업적 우주운송 상용화 시대가 열린다는 상징적 의미 외에도 우주 탐사의 확장, 극한 환경 속 보호 기술 등 인류의 우주항공 관련 기술을 대폭 확대할 기회로 주목받는다.
28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이르면 30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유인 우주비행 ‘폴라리스 던’ 임무를 수행할 우주선 ‘크루드래건’을 우주발사체(로켓) ‘팰컨9’에 실어 발사한다. 항공우주 업계는 특히 우주유영에 주목하고 있다. 국가적 예산이 필요한 우주정거장 없이 우주선을 거점으로 유영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인류가 우주에서 더 멀리, 더 오랫동안, 더 자주 활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주 탐사의 기회가 더욱 폭넓게 열릴 수 있다. 또한 우주의 극한 환경에서 우주비행사를 보호하기 위한 기술도 훨씬 까다로워지는 만큼 우주에서의 안전 관련 기술도 고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승조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명예교수(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는 “민간은 에어로크(감압실)를 갖춘 우주정거장이 없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보다 재정능력은 물론 임무상황 모니터링 등을 위한 인력도 적어 우주유영을 시도하는 데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를 민간이 해낸다면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우주유영에는 미국 주도의 ‘국제우주정거장(ISS)’이나 중국 ‘톈궁’ 같은 우주정거장이 필요했다. 인간이 저기압의 우주환경에 갑자기 노출되면 온몸 혈관에 공기 방울이 생겨 통증과 인체 손상을 유발하는 감압병에 걸릴 수 있다. 우주비행사는 우주정거장 내 격리된 공간인 에어로크에서 기압을 서서히 낮춰 저기압에 적응해야 했다.
이번 우주유영은 비행 3일째 700㎞ 상공에서 민간인 2명이 우주선 밖으로 나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스페이스X는 우주선 자체를 에어로크화(化)하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했다. 우주선 실내 전체의 공기를 질소 위주로 서서히 빼내 8.65psi(0.59기압) 환경을 만들고 탑승객들은 여기에서 45시간 동안 적응하는 사전 호흡 과정을 거친다. 우주유영에 나서는 인원은 2명이지만 탑승객 4명 모두 저기압·초저온·무중력의 우주환경에 노출된다. 탑승객 모두 실내용(IVA) 대신 스페이스X가 새로 만든 실외용(EVA) 우주복을 착용해야 한다. 스페이스X로서는 우주진출 확대를 위한 신형 우주복의 성능을 검증할 기회기도 하다.
폴라리스 던은 우주유영뿐 아니라 1400㎞ 비행 임무도 포함했다. 미국 달 착륙 임무를 제외하면 이번 비행을 통해 1966년 제미니 11호가 세웠던 1367㎞의 최장 유인 우주비행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고도는 방사선층인 밴 앨런대에 속하는데 스페이스X가 방사선에 의한 탑승객 건강과 통신 장치 성능 영향을 얼마나 잘 제어하는지도 관전 포인트다.
한국 또한 우주항공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서둘러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5월 우주비행사의 8시간 30분간 우주유영으로 자체 기록을 경신하며 우주항공 분야 경쟁력을 과시했다.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정부 차원에서 대응 중이다. 미국의 또 다른 민간기업 블루오리진과 버진갤럭틱도 지구 대기와 우주 경계인 100㎞(카르만 라인) 근방에서 유인 우주비행을 시도 중이다. 최정열 부산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기술이 관광뿐 아니라 군사용으로도 쓰일 수 있는 만큼 한국도 경각심을 갖고 유인 우주개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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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김윤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