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극적인 유산소 운동과 저염식ㆍ채소 건강한 식단
▶ 체중 감량, 금연, 절주 등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을
고혈압은 수축기(최고) 혈압 140㎜Hg 이상 또는 이완기(최저) 혈압 90㎜Hg 이상(가정 혈압 135/85㎜Hg 이상)일 때를 말한다(대한고혈압학회 진료 지침). 수축기 혈압이 130~139㎜Hg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80~89㎜Hg이라면 ‘고혈압 전 단계’다. 최근 5년 새 고혈압 환자가 14.1%나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고혈압은 혈관 압력이 높은 것 외에는 증상이 거의 없고, 발병 원인도 모를 때(본태성(원발성) 고혈압)가 대부분이다. 원인도 모르고 증상도 없는 고혈압이 위험한 이유는 높은 혈압 자체가 각종 장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고혈압 예방과 관리
고혈압이라면 다양한 신체 곳곳에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심장 발작이나 뇌졸중처럼 치명적인 합병증도 포함된다. 심장은 혈관의 압력이 높을수록 더 많은 힘을 필요로 한다. 심장에 무리가 가면 심장 벽이 두꺼워지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심부전(心不全·heart failure)이 나타날 수 있다.
높은 혈압은 온몸의 혈관(동맥)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뇌졸중(뇌경색, 뇌출혈)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콩팥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고혈압으로 콩팥이 손상돼 단백질이 소변으로 나오거나(단백뇨) 결국 만성콩팥병으로 진행될 때가 많다.
고혈압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하지만 가족력, 흡연, 비만, 고염분 섭취, 운동 부족 등이 혈압을 올리는 주요 위험 인자로 꼽힌다.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고혈압이라면 자녀가 고혈압일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비만이 심하면 순환되는 혈액량이 많아지며 혈압이 올라갈 수 있다.
술·담배는 혈관을 수축시키고 피를 끈적끈적하게 만들어 혈압을 높이며, 나트륨(소금)을 많이 섭취해도 혈압이 오르게 된다. 고혈압 고위험군이라면 주기적으로 혈압을 체크해야 한다.
여성 고혈압도 적지 않다. 중년 여성의 고혈압은 폐경과 관련이 깊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혈관 확장 효과가 있는데, 폐경으로 호르몬이 감소하면 혈관 확장 효과도 함께 감소해 상대적으로 혈관이 수축되면서 혈압 증가를 보이게 된다. 폐경 후 체중 증가나 운동 부족, 나이로 인해 다양한 신체 변화로 비만과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높아지면서 혈압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혈압 관리의 핵심은 정확한 혈압 측정이다. 혈압을 잴 때마다 수치가 다르게 나와 내가 고혈압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에는 ‘백의 고혈압(white coat hypertension)’을 의심한다. 실제 혈압은 정상이지만 의사를 만나면 긴장과 스트레스 때문에 혈압이 상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병원에서 혈압이 높게 나온다고 무조건 고혈압은 아닐 수 있고, 반대로 정상 수치가 나왔다고 해서 정상 혈압이 아닐 수 있다(가면 고혈압). 실제 고혈압 환자 중에서도 진료실과 가정에서 혈압 차이가 큰 경우가 있기에 ‘가정 혈압’을 잘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 중에 고혈압을 비롯한 심뇌혈관 질환 병력이 있거나 회사 혹은 근처에서 측정한 혈압이 꾸준히 135/85㎜Hg를 넘게 측정된다면 고혈압을 의심해야 한다. 혈압이 일관되게 높다면 근처 병원 혹은 보건소를 찾아 상담하는 게 좋다.
어떤 특정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혈압이 높아졌다고 해서 반드시 병원을 방문할 이유는 없지만 측정 혈압이 매우 높고 두통·어지럼·호흡곤란 등 다른 증상이 있다면 더욱 병원에서 상담받아야 한다.
고혈압 치료에는 약물 요법도 필요하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위험 인자를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혈압을 처음 진단받았다면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혈압을 내릴 수 있다. 물론 비약물 요법을 통해 혈압을 내리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의사와 정기적으로 만나 혈압을 떨어뜨리는 약물 치료를 할 것인지 상의해야 한다.
반대로 고혈압 약을 복용하니까 나쁜 생활 습관을 그대로 유지해도 된다는 생각은 절대 금물이다. 약물 요법은 생활 요법에 추가되는 치료로 추가적인 강압 효과를 얻는 것이다. 생활 요법을 통해 약의 용량을 줄일 수 있기에 고혈압 약만 믿고 있지 말고 적극적으로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고혈압 예방은 적극적인 유산소운동, 건강한 식단(저염식, 육류를 피하고 채소 위주), 체중 감량, 금연, 절주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갖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젊은이 가운데 고혈압 및 심뇌혈관 질환 가족력이 있고, 흡연·비만·이상지질혈증 같은 대사 질환 위험 인자가 있다면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져야 하고, 혈압도 자주 재는 게 중요하다.
고혈압이 있거나 정상 혈압(수축기 혈압 120㎜Hg 미만, 이완기 혈압 80㎜Hg 미만)보다 높다면 고혈압 합병증을 예방하고 고혈압 발생을 막기 위해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계절과 혈압
날씨는 우리 건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가장 대표적인 게 혈압이다. 추울 때는 동맥 혈관도 수축한다. 그래서 추운 겨울에는 고혈압이나 심혈관 질환이 생길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반면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엔 혈관이 확장된다. 따라서 여름에는 혈압에 문제가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여름이라고 해서 혈압 관리가 쉬운 것만은 아니다.
여름에 흔히 발생하는 혈압 문제는 저혈압이다. 특히 고혈압 약을 먹는 사람에게 나타나기 쉽다. 고혈압 환자 중에 여름이 오면 “기운이 없다” “어지럽다”면서 진료를 받으러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집에서 측정한 ‘가정 혈압’ 기록이나 병원에서 잰 ‘진료실 혈압’을 살펴보면 저혈압 증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 고혈압 약 용량을 낮춰 처방하기도 한다. 같은 고혈압 약을 먹어야 한다면 하루 한 알씩 먹던 걸 반 알만 복용하라고 할 때도 있다.
또 다른 여름 혈압 문제는 밤에 혈압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혈압은 밤낮으로 변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혈압이 올라간다. 낮에 활동하는 동안 온몸에 피를 활발하게 보내주느라 심장박동 수가 늘고 혈압도 높게 유지된다.
그러다 밤에 잠자리에 들면 혈압은 다시 내려간다. 개인차는 있으나 대체로 밤 혈압이 낮 혈압보다 5~10㎜Hg 낮은 것으로 보고돼 있다. 그런데 여름에는 밤이 짧아져 수면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열대야로 잠을 설치는 경우도 많다. 또 낮에 더위로 인한 탈수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많이 섭취한 물과 소금에 의해 혈액량이 증가한 것도 밤 혈압을 높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물을 많이 마시면 밤에 소변을 보려고 더 자주 깨야 해서 잠의 품질이 떨어진다.
이런 원인이 겹치면 밤이 돼도 혈압이 제대로 내려가지 않는다. 여름밤 평균 수축기(최고) 혈압이 겨울밤보다 2㎜Hg 높다는 연구도 있다. 밤에 혈압이 내려가면 동맥 혈관도 쉰다. 밤에 혈압이 내려가지 않으면 동맥은 밤에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하는 셈이 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여름밤에 약간 높은 혈압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고혈압이 있는 사람에게 밤의 높은 혈압은 혈관뿐만 아니라 콩팥·심장 등 여러 장기가 손상될 수 있다. 야간 혈압 증가가 여름밤에 생기는 심혈관 질환과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고혈압 약을 먹는 사람이 낮에 저혈압이 생겨 약 용량을 줄이면 저혈압 증상은 좋아질 수 있지만 야간 혈압 상승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더워서 저혈압이 생겼다고 해도 임의로 고혈압 약을 먹지 않거나, 용량을 줄여서는 안 된다. 고혈압 약 복용법을 바꿀 때는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무더위로 인한 탈수 현상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지만 물이나 음료수를 너무 많이 마시거나 정상적인 식사 외에 소금을 추가로 먹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여름 밤의 꿀잠을 방해해 야간 혈압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 예방 수칙
1. 음식은 지방질을 줄이고 채소를 많이 섭취하며 싱겁게 먹는다.
2. 매일 적당한 운동을 통해 살이 찌지 않도록 체중을 유지한다.
3. 담배는 끊고 술은 삼간다.
4. 스트레스를 피하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한다.
5. 혈압을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의사 진찰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