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성 /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가 여성 원톱 영화 수익률 1위래요."
배우 고아성이 '한국이 싫어서'로 돌아왔다. 데뷔 20년 차,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자랑 중인 고아성은 '근거 있는 자신감'을 뽐냈다.
22일(한국시간) 서울시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한국이 싫어서'(감독 장건재)의 배우 고아성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의 계나(고아성 분)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직장과 가족,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홀로 뉴질랜드로 떠나는 이야기다. 고아성이 계나 역을 맡아 자기 행복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도전과 성장을 거듭하는 20대의 초상을 그려낸다.
작품의 개봉을 기다려 왔다는 고아성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1년 정도 흘렀는데 미리 영화를 본 분들의 리뷰를 다 찾아볼 만큼 기대하고 있었다. 노력도, 공도 많이 들인 영화이기 때문에 개봉을 앞두고 굉장히 설렌다"고 밝혔다.
앞서 고아성은 "이 작품을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다"고 애정을 표현한 바 있다. 그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찍었기 때문에 저의 한 시절이 영화 속에 담기는 걸 의미 깊게 생각한다"며 "직전에 '항거: 유관순 이야기'라는 작품을 찍으면서도 '이 나이대가 지나면 다시 맡을 수 없는 역할'이라는 생각했다. '한국이 싫어서'의 계나도 사회 초년생이라기보다는 직장 생활을 수년간 해온 지친 청춘을 표현할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꼭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은 게 2020년이었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 개봉을 마친 상태였는데 한 배우 친구에게 '한국이 싫어서'라는 제목의 작품이 들어왔다고 하니까 '너는 유관순인데 한국이 싫으면 어떡하냐'라는 농담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시나리오 수정이 35고였다. 원래 많으면 5고에서 10고 정도 수정하는데 35고를 보는 순간 감독님이 각색하는 데 힘드셨겠다고 생각했고, 첫 만남에서도 감독님께 '35고 수정하면서 힘들지 않으셨어요?'라고 물었는데 재밌었다고 하시더라. 그때부터 신뢰를 가지고 감독님과 일하게 됐다"며 "시나리오는 하얀 종이에 검은 글자로 쓰여 있었지만, 날씨가 느껴졌다. 차가운 감성이 가득하기도, 따스한 뉴질랜드의 햇살이 느껴져서 준비하는 즐거움이 컸다"고 밝혔다.
'한국이 싫어서'는 장강명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 그는 "'한국이 싫어서'를 원작으로 하는 시나리오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게 됐고, 그때 마침 서점이 있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사서 읽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며 "다음 날 시나리오를 받아서 읽게 됐는데 '감독님께서 추구하시는 영화적인 부분이 이런 거구나'라고 파악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소설을 시나리오보다 하루 더 일찍 읽었기 때문에 소설 속 계나에 대한 강렬한 인상이 있었다. 계나가 한국 사회의 피해자, 이타적인 여주인공이 아니라는 게 좋았다. 그런 점을 영화에서도 살리고 싶었다"며 "저한테는 원작이 큰 힘이 됐다. 시나리오는 늘 연구해야 하는 대상이고, 분석해야 하고, 잘 구현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 근데 원작은 오리지널 소스라는 생각이 들어서 시나리오에 표현되지 않지만, 기저에 갖고 있어야 하는 계나의 감정을 따로 적어두려고 했다. 소설을 한 번 쭉 읽으면서 빈 엽서 4장에 적어뒀는데 계나의 감정을 적고 나니까 너무 마음이 좋더라. 그 엽서를 현장에 늘 가지고 다녔다. 여기에도 가지고 왔다"면서 감정을 빼곡히 적은 엽서를 직접 보여주기도.
고아성은 계나라는 캐릭터의 전혀 상반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시간과 환경에 따른 적절한 변화를 연구하며 준비했다고. 그는 "교포 메이크업이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다. 배우 활동을 하면서 강박적으로 '하얀 피부를 유지해야 한다'라는 강박감이 있었는데 한 번 태닝하고 나니까 강한 뉴질랜드 햇살 아래서 촬영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피부는 1년 정도 안 하니까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더라"라고 말했다.
또한 고아성은 "작품 속 계나처럼 떠나고 싶었던 순간이 있냐"라는 질문에 "늘 꿈을 꾸고 있다. 이번에 '한국이 싫어서'를 찍으면서 뉴질랜드에 오래 머물렀고,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을 동경하게 됐다"면서 "연기를 하며 번아웃을 느낀 순간은 없다. 제가 그렇게 바쁘게 살지 않았고, 20년 정도 되니까 제 페이스를 알게 됐다. 한 작품에서 연기하고 '힘이 빠졌다. 내가 더 하면 지칠 것 같다' 싶으면 알아서 휴식을 취하는 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작품을 오래 찍었으면 좀 쉬었다가 하는 게 예의인 것 같았다. 쉰 만큼 다음 작품에서 집중하려고 노력하면서 페이스를 찾으려고 노력한다"며 "열심히 일하는 걸 좋아하지만, 열심히 하는 것보다 오래 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고아성은 이제 그 어떤 것보다 연기와 작품이 최우선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예전에는 다양한 거에 관심이 많았다. 옷도 잘 입고 싶고,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공유하고 싶기도 했다. 근데 이제 작품이 최우선인 것 같다. 작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게 배우의 길이 아닐까 싶었다"고 전했다.
고아성은 시나리오 선택 기준은 무엇일까. 그는 "저는 시나리오를 선택할 때 현실적으로 한다고 생각했다. 의도를 가지고 하는 건 아니지만 왠지 작품을 다 찍고 개봉할 때 생각해보면 사회적 메시지가 짙다거나 화두를 던지는 게 다분한 작품을 많이 해왔던 것 같다. 그런 작품에 매력을 느끼고, 비교적 자유의지가 있는 인물에게 끌리는 것 같다"고 밝혔다.
데뷔 20년 차, 동세대 배우들 중 손꼽히는 커리어와 황금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고아성은 "제가 여성 원톱 영화 수익률 1위라고 하더라"라고 수줍게 웃으며 "비교적 적은 예산의 영화를 많이 촬영하다 보니까 수익이 많이 난 것 같은데 이번에도 실망하게 하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자신했다.
이어 "제가 한 블로그를 봤는데 '고아성이 나오는 영화를 믿고 보는데 고아성이 좋다기 보다는 귀신같이 내 취향의 영화를 고른다'라는 글이 있더라. 그분을 만난 적도 없지만,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은 욕심이 생겼다. 다음 작품 개봉할 때면 이건 취향에 맞나? 라고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어릴 때부터 커오는 모습을 관객들이 지켜봤기 때문에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다. 많은 분이 제 어릴 적 모습을 보셨기 때문에 든든한 마음이 있다. 더더욱 그런 분들을 실망하게 해드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있다. 앞으로도 여태까지 해 온 것처럼 좋은 작품 하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스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