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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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칼럼 아멘의 신앙

2024-08-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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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봉대 목사/에벤에셀교회

지금부터 약 2천 6백여 년 전 희랍의 철학자 피타고라스는 ‘만물은 수’라고 말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숫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오늘 이 시대를 가리켜 디지털 시대라고 말합니다. 디지털이라는 말의 어원인 디지트(digit)가 숫자라는 뜻입니다. 숫자는 사물의 기계적인 원리를 제공해 주지만, 실체가 아니고, 생명도 없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시대를 가리켜 가상현실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특징을 보면, 갈망은 있으되 열정은 없는 시대입니다. 소외되기 싫어 많은 사람들 틈에 있기는 원하지만, 서로 알고 어울리기는 싫어합니다. 요한계시록 3장 14-15절에, “라오디게아 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하기를 아멘이시요 충성되고 참된 증인이시요 하나님의 창조의 근본이신 이가 가라사대 내가 네 행위를 아노니 네가 차지도 아니하고 더웁지도 아니하도다.”

계시록 2-3장에 나오는 소아시아 일곱 교회 중 마지막 교회인 라오디게아 교회에 주신 말씀입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신앙을 가진 라오디게아 교회는 바로 오늘 이 시대의 모습입니다. 얻고 싶은 갈증은 있으되 얻으려는 열정은 잃어버린 성도들, 그래서 신앙이 하나의 쇼핑이 되어버린 시대가 바로 오늘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모이고는 싶되 서로 알고 지내기는 싫어하는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라오디게아 같은 교회에 필요한 예수님의 모습은 “아멘이시오 충성되고 참된 증인이시오 하나님의 창조의 근본”이라고 했습니다. 이 시대에 요청되는 교회는 아멘하는 교회, 충성되고 참된 증인이 되는 교회, 하나님의 창조의 근본, 즉 믿음의 본질로 돌아가는 교회라는 말씀입니다.

첫째, 아멘은 진실입니다. ‘아멘’이라는 말은 “동의합니다” “나도 같은 뜻입니다”는 뜻입니다. 성경에 보면, 기도할 때, 찬양할 때, 말씀을 들을 때 ‘아멘’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도대체 누구의 말에 동의한다는 뜻입니까? 누구의 뜻과 같다는 말씀입니까? 기도하는 사람의 뜻, 찬양하는 사람의 노래, 말씀전하는 목사의 설교에 동의한다는 뜻입니까?

‘아멘’은 사람의 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뜻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기도하는 중 하나님의 뜻이 드러날 때 아멘합니다. 말씀을 듣는 중 하나님의 뜻을 깨달을 때 아멘합니다. 찬양 중에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을 때 아멘합니다. 사람의 소리에 아멘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뜻에 아멘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가상의 존재가 아닙니다. 진실입니다. 온 세상 모든 만물은 다 옷같이 헤어져도 영원토록 변치 않는 분이 바로 하나님이십니다. 우리를 인도하시는 하나님은 참 하나님이시요, 진리의 하나님입니다.
둘째, 아멘은 예스입니다. 고린도후서 1장 20절에, “하나님의 약속은 얼마든지 그리스도 안에서 예가 되니 그런즉 그로 말미암아 우리가 아멘 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되느니라.”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우리는 ‘아멘’하며 영광을 돌리는 것입니다. ‘아멘’은 우리가 어떤 상황에 있다고 할지라도 하나님의 약속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확신을 갖는 것입니다.

셋째, 아멘은 하나입니다.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실 때 빛과 어둠, 하늘과 땅, 육지와 바다,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습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은 남자와 여자가 연합하여 한 몸을 이루어야 하는 것처럼 서로 협력하여 온 세상을 하나로 만들어 가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하나님의 뜻에 응답하는 것이 ‘아멘’입니다.

‘태초에’로 시작해 ‘아멘’으로 끝나는 성경을 디지털 방식으로 풀이해 보면 “한 분이신 하나님께서 둘로 된 세상을 창조하시고 조화를 이루게 하셨는데, 죄악의 담으로 말미암아 이 둘이 나누어졌고, 이 둘을 하나로 온전하게 하기 위해 아멘이신 예수님께서 오셨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는 ‘아멘’의 사람입니다. ‘아멘’함으로 진실하신 하나님을 고백하면서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의 약속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갖고, 갈등과 분열이 끊이지 않는 이 세상에 평화의 도구로 쓰임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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