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리스, 다자협력 중심 바이든 정책 계승…인권 문제 등은 진보적 색채
▶ 트럼프, 동맹에 책임분담 강조·무임승차 불가론…스토롱맨 담판외교 시사
▶ 중동·우크라 ‘두개의 전쟁’ 속 글로벌 정세도 ‘요동’…해리스·트럼프 접근법 달라
▶ ‘中 최대 위협’ 글로벌 정세 판단과 군사력 증강 중요성 인식은 대동소이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로이터]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내년 1월부터 총사령관으로 이른바 '천조국'으로 불리는 미국을 이끌게 되는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서로 극명하게 대조되는 대외 정책 기조를 갖고 있다.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보는 글로벌 정세 판단이나 군사력 증강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대동소이하지만,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인 동맹과 관계에 있어서 정반대의 접근법을 취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문제 대응을 위해 소(小)다자 동맹 네트워크를 다층적으로 구축한 바이든 정부를 계승하는 해리스 부통령은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에 '힘을 통한 평화' 공약을 내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맹 관계에서도 미국 국익 우선 및 동맹의 책임 분담을 부각하고 있다.
나아가 여성 검사 출신인 해리스 부통령이 대외 문제에서도 인권 등 진보적 가치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빅딜 담판' 경험을 가진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안 해결 측면에서도 독재 국가의 수장인 이른바 '스트롱맨'과의 개인적 친분에 더 집착하는 것도 대외 정책 기조 측면에서 큰 차이점이다.
이에 따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 등 '두 개의 전쟁'으로 불안정성이 커진 글로벌 정세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동맹에 등 안 돌린다"…해리스, 동맹 중심 양자·다자 강화 예고 = 바이든 정부에서 부통령으로 대외 정책에도 관여한 해리스 부통령의 외교·안보 기조의 핵심은 동맹 및 파트너와의 협력 강화다.
이는 바이든 정부의 대외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바이든 정부는 유럽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확대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응했으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및 미국·일본·필리핀 3국 협력,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등의 격자형 소(小)다자 구조를 강화해왔다.
실제 민주당은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적으로 추인하기 위해 개최한 전당대회에서 채택한 정강에서 "미국은 파트너 국가가 강할 때 가장 강하다"면서 "미국은 동맹에 등을 돌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강은 또 나토와의 관계 강화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안보 지원 방침을 천명하고 러시아의 위협을 차단하겠다는 방침도 재천명했다.
정강은 차기 정부에서 중국과 북한의 위협 등에 대응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소다자 협력을 강화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태 지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 문제를 비롯한 중동 정책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는 약간 결이 다르다는 평가도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안보 지원 방침은 같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보다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여 왔다는 점에서다.
그는 "너무 많은 무고한 팔레스타인 주민이 죽었다", "인도주의적 재앙" 등의 표현을 쓰면서 가자 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노력이 불충분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당연직 상원 의장이기도 한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달 24일 강경파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할 때는 유세 일정을 이유로 행사에 불참하기도 했다.
◇ "美, 동맹에 이용당해"…트럼프, 힘 기반 미국 우선주의 천명 = '미국 우선주의'를 재천명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외 정책의 핵심인 동맹과의 관계에서 무임승차 불가론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다른 나라에 이용당해 왔는데 이런 나라는 소위 동맹국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면서 동맹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실제 그는 지난 2월 유세 때 국내총생산(GDP) 2%를 자국 방위비로 부담하지 않는 나토 회원국에 "나는 당신네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언급했다.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안보 지원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는 재집권 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로 끝낼 수 있다고 공언해왔는데 이런 구상에는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러시아에 넘기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에 대해서도 방위비 분담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4월 말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부유한 나라인 한국이 방위비를 더 부담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으며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는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사업을 가져갔다면서 "방위 비용을 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이른바 '스트롱맨'에 대해서는 친분을 과시하면서 "나는 전화 한 통으로 전쟁을 멈출 수 있다"며 정상 차원의 담판 외교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시스템을 통한 전통적 외교 대신 정상간 개인적 관계에 기댄 변칙적 톱다운(하향식) 외교가 재개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동 문제에 있어서는 친(親)이스라엘 정책 기조다.
다만 하마스와의 전쟁에 있어서는 이스라엘이 국제 여론전에서 밀리고 있다는 이유로 조기에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중국 견제·국방력 강화는 일치 =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對)중국 견제 방침과 국방력 증강에 대한 입장은 유사하다.
민주당은 정강에서 "중국은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려는 의도와, 그것을 실행할 군사·경제·외교·기술상의 능력을 함께 보유한 유일한 행위자"라면서 중국을 유일한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대응, 최첨단 미국 기술의 유입 차단 등의 정책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군사력과 관련해서는 적들의 전략적 공격 억제를 이유로 핵무기 3축(전략 폭격기·전략핵잠수함·대륙간탄도미사일)을 현대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공화당도 정강에서 ▲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 취소 ▲ 중국으로부터의 필수품 수입 단계적 중단 ▲ 중국이 미국 부동산 및 사업체 구매 차단 등 경제적 견제 방침을 언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 제품에 대한 보편관세에 더해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60% 이상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미국산 제품을 사용해 미국 본토에 아이언돔(미사일 방어체제)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나아가 공화당은 정강에서 "미군을 가장 현대적이고 강력한 군으로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