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세 유혹으로 유권자를 호도하지 말라

2024-08-19 (월)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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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감면하겠다! 세제혜택을 제공할 것이다! 감세를 약속한다!

요즈음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통령후보 지명자들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턱없이 비싼 공약을 내놓는다. 중요한 표밭을 선점하기 위해 두 후보는 서슴없이 세금인하라는 “뇌물성 공약”을 제시한다. 이들의 공략대상 가운데는 팁으로 생활하는 네바다주 서비스업 근로자들도 포함된다.

“뇌물”이라는 말이 다소 거칠게 들릴지 모른다. 늘 그렇듯 정치란 일종의 거래다. 정치인은 종종 대중의 물질적 이익을 도모한다는 공약을 앞세워 표를 얻으려 든다. 가스값 인하나 최저임금 인상을 약속할 수도 있지만 최소한 사회복지를 개선하거나 형평성 또는 효율성을 증진하겠다는 거창한 약속, 혹은 이와 비슷한 공공정신이 투철한 공약을 제시하는 게 상례다.


공화당 대통령후보 지명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진심이든 아니든) 이처럼 고상한 목표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 그는 각종 정치적 특혜나 기부를 대가로 군사지원, 구명 의료장비, 법인세 감면 등을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정확하게 비난했듯 이는 무분별한 대가성 거래다.

그러나 지금 트럼프는 감세라는 뇌물을 공약으로 포장해 전국에 살포하고 있다. 게다가 유감스럽게도, 민주당 대통령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트럼프와 맞장구를 친다.

두 후보는 사전에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서비스 근로자들이 팁으로 받는 소득에 세금을 물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같은 쌍둥이 공약이 레저와 접대업의 비중이 큰 네바다 주의 라스 베가스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라스베가스의 일자리 4개당 한 개는 레저와 접대업 분야에 속해 있다.

이처럼 속 보이는 두 후보의 기괴한 맞받아치기가 아니더라도 형평성이나 연방예산 적자 또는 시장 및 조세행정의 무결성(integrity) 여부를 떠나 팁 소득에 대한 비과세는 그 자체로 나쁜 아이디어다.

팁으로 벌어들인 소득은 조세회피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대부분 현찰로 주어지기 때문에 엉클 샘이 추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정 팁 소득에 면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더욱 심각한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팁이 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웨이터나 블랙잭 딜러에게 완전한 면세특권을 제공해야 할 이유가 무언가? 이들과 소득수준이 같거나 낮은 인근의 월마트 직원이나 버스기들도 꼬박꼬박 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는데 말이다.

또한 두 후보의 제안에는 상당한 비용부담이 따른다. 연방책임예산위원회는 트럼프의 제안대로 연방 소득세와 급여세에서 팁으로 받은 모든 수입을 면제하면 향후 10년 동안 연방 세수는 1,500억~2,500억 달러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한다. (해리스는 팁에 급여세만 부과할 경우 세수는 “고작” 1,000억에서 2,000억 달러 가량 줄어들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급여세 면제는 소셜시큐리티와 메디케어 신탁기금 재원의 고갈 시기를 앞당겨 베니핏 축소를 촉진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막대한 경비조차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추정치는 세금정책이 납세자들의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는 가정을 전제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건 장밋빛 가정에 불과하다. 이 새로운 허점은 더 많은 수입을 “팁”으로 재분류함으로써 세금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는 숱한 뒷문을 열어 놓을 것이다. 현재 많은 근로자들이 팁을 받고 있다. 예일대학의 예산연구소는 약 400만명이 팁을 받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이 수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칼럼니스트마저 고용주에게 급여의 일부를 “팁”으로 전환해줄 것을 요청한 후 실력있는 회계사를 고용해 국세청(IRS)이 정책에 집어넣으려는 모든 가드레일을 피해갈 지도 모른다.

게다가 세금정책센터 연구원인 스티븐 M. 로젤탈의 지적대로 팁 요청이 급증하면서 소비자들은 이미 골탕을 먹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케이블회사, 치과 진료소, 의류 소매업체들까지 팁을 요구하는 깡통 흔들기에 가세하도록 장려하고 싶은가?

해리스 선거 캠프는 이 혜택이 남용되지 않도록 의회와 협력해 레저, 숙박업, 게임 산업 종사자들로 수혜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주에서 팁을 받는 근로자들에게 법에 따라 더 낮은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해당산업 고용주가 기본급을 추가로 낮추고 팁의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근로자의 임금 구조를 바꿀 수도 있다.

서비스 부문 근로자와 그들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다른 저임근 노동자를 정말 돕고 싶다면 보다 공정하고, 덜 왜곡된 여러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을 인상하거나 아동세금공제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해리스는 이 두가지 방안 모두를 지지한다.)

반면 트럼프는 허접하고 자기 파괴적인 유권자 보상안을 마련하는데 골몰한다. 그는 팁 제안 이외에도 사회보장 연금에 부과되는 세금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역시 비용이 많이 들뿐 아니라 사회보장 및 메디케어 신탁기금의 고갈을 촉진할 것이다. 또한 사회보장 연금에 대한 과세 폐지는 역진세의 성격을 강하게 띄우게 된다. 저소득 가구의 경우 사회보장 혜택은 부분적으로 세금이 면제되기 때문이다: 사회보장 혜텍에 전혀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면 고소득 가구에 불균형하리만큼 많은 도움이 돌아가게 된다. 이런 종류의 정책 아이디어는 공화당과 민주당 중 어느 쪽이 제안하건 간에 제대로 설계조차 되지 않은 불량한 방안이다. 만약 대선 후보들이 노골적으로 감세라는 선심성 공약을 고집한다면 그들이 해야 할 최소한의 일은 그 과정에서 이미 과부하가 걸린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도록 확실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 뿐이다.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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