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년 만의 최소 인원으로 활·총·검·태권도·배드민턴서 금메달 행진
▶ 금메달 5개 당초 목표 초과 달성…10대 후반∼20대 초반 젊은 피 맹활약
(영종도=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양궁 금메달을 싹쓸이한 한국 양궁 대표팀이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한국 양궁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5개에 여자 개인전 은메달 1개, 남자 개인전 동메달 1개를 합쳐 총 7개의 메달을 수확하는 사상 최고 성적을 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한민국 선수단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기적을 연출했다.
21개 종목 선수 144명으로 이뤄진 '소수 정예' 한국 선수단은 파리 올림픽 폐회를 하루 앞둔 10일 현재(현지시간)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9개를 획득해 종합 순위 7위를 달렸다.
대회 마지막 날인 11일 근대5종 여자부 개인전과 역도 여자 81㎏급에서도 메달이 나오면, 우리나라는 2012 런던 대회(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9개) 이래 12년 만에 최대 성과를 안고 귀국한다.
여자 핸드볼을 제외한 단체 구기 종목의 집단 부진으로 한국 선수단의 규모는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래 48년 만에 최소로 쪼그라들었다.
금메달 목표치도 5개에 불과해 1984 로스앤젤레스 대회와 2020 도쿄 대회에서 남긴 금메달 6개보다도 적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그러나 파리 올림픽 개막과 함께 소수정예 한국 선수단은 특유의 저력을 발휘해 대회 기간 내내 거의 쉼 없이 메달을 수집하며 목표치를 일찌감치 초과 달성했다.
구기 종목에서 단기전의 첫 승리가 그 시리즈의 성패를 좌우하듯 팀코리아 한국 선수단도 첫 메달과 첫 금메달을 일찍 수확하면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개회식을 다음날로 본격적인 메달 레이스가 시작된 7월 27일,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이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해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선사했다.
예상을 깬 깜짝 메달이자 한국 사격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은빛 총성이었다.
다음날인 7월 28일에는 확실한 금메달 후보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이 예상대로 펜싱 사브르 남자 개인전에서 우승해 한국에 대회 첫 금메달을 선물했다.
같은 날 오예진(IBK기업은행)과 김예진(임실군청)이 공기권총 10m 여자 금메달과 은메달을 휩쓸면서 한국은 메달 행진에 로켓 엔진을 달았다.
변함없는 우리의 확실한 금광인 양궁이 남녀 단체전, 혼성전, 남녀 개인전 5개 세부 종목을 싹쓸이하며 한국의 금메달 수집을 앞장서 이끌었다.
16세 고교생 명사수 반효진(대구체고)은 역대 한국 선수단 하계올림픽 100번째 금메달 수확과 하계 올림픽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라는 겹경사를 누렸다.
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전 우승으로 오상욱은 2관왕에 올랐고, 양궁의 김우진과 임시현은 나란히 3관왕을 달성했다.
활(양궁 5개), 총(사격 3개), 검(펜싱 2개)이 대회 전반기 황금 삼두마차로 한국을 이끌었다면 반환점을 막 돌 무렵에는 배드민턴의 안세영(삼성생명)이 28년 만에 올림픽 여자 식을 제패해 힘을 실었다.
후반에는 태권도의 박태준(경희대)과 김유진(울산시체육회)이 잇단 금빛 발차기로 2008 베이징, 2012 런던 대회에서 우리나라가 기록한 단일 대회 최다 금메달(13개)과 타이를 이루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우리나라가 하계 올림픽에서 두 자릿수 금메달을 따낸 건 런던 대회 이래 12년 만이다.
목표를 크게 웃도는 결과는 반효진, 오예진, 양지인(이상 사격)과 박태준, 김유진 등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젊은 피의 예상을 깬 대활약 덕분이다.
이들은 경험이 재산이라는 올림픽에서 패기와 무서운 집중력으로 생애 최고의 결과물을 냈다.
금메달은 없었지만, 은메달 2개와 동메달 3개로 2000년 시드니 대회 이래 가장 많은 메달을 따내 부활의 청신호를 켠 유도, 12년 만에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수영과 복싱도 희망을 쏘아 올렸다.
세계를 호령하는 우리나라 강세 종목을 재확인하고, 사격이 메달밭으로 돌아왔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메달 종목이 편중됐다는 사실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2024 파리 올림픽은 고사 직전에 몰렸던 한국 엘리트 스포츠가 재기의 발판을 극적으로 마련한 대회로 남을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