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후보 해리스()와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 [로이터=사진제공]
'어대트'(어차피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이야기가 나오던 미국 대선이 쫄깃쫄깃해졌다.
인지력 저하 논란이 커진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침몰하는 듯했던 민주당 쪽이 '선수교체'를 하고 판을 리셋한 데 따른 것이다.
한가지 주목되는 대목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자 자신의 '색깔'을 강화하는 러닝메이트 인선을 한 대목이다.
해리스는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최종 후보 3명 중 가장 진보적인 월즈 주지사를 택했다.
함께 거론됐던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양당간 이견을 조정해 합의를 도출해내는 데 일가견 있는 '당내 온건파'로 통한다.
또 걸프전에 참전한 해군 파일럿 출신이자, 우주비행사 경력자로, 진중한 이미지인 마크 켈리 상원의원은 트럼프 측이 공격하는 해리스의 선명한 진보 색채를 중화하는 보완재가 될 수 있는 카드였다.
지난달 트럼프의 부통령 인선도 마찬가지였다.
최종후보군에 포함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친트럼프 인사이나 정치·대외정책 성향은 트럼프와 경선에서 맞붙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와 유사한 '레이건 주의' 공화당원 쪽이었다. 또 다른 최종 후보였던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역시 성공한 기업인 출신으로, 이념적 강성 보수와는 거리가 있었다.
결국 트럼프는 자신에게 결여된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인물 대신 자신의 정치이념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가장 충실한 계승자감인 J.D. 밴스 상원의원을 택했다.
해리스와 트럼프 모두 중도층 쪽으로 다가가는 방향과는 거리가 있는 러닝메이트 인선을 한 것은 정치적 양극단화 속에, 문제 해결을 위한 초당적이고 타협적인 공약이 좀체 보이지 않는 대선의 양상과 일부 오버랩된다.
공화당의 대(對)민주당 최대 공격 소재인 불법 이민자 문제만 해도 그렇다.
광화문 미 대사관에서 번번이 비자 거부를 당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을 지켜본 기자 입장에서 작년 한때 하루 1만명씩 불법 이민자들이 들어왔다는 미국 남부 국경 상황은 '저래도 되나' 싶다.
그런데도 해리스 측은 별 말이 없다.
저임금 육체노동 일자리의 작지 않은 부분을 불법이민자로 채우고 있는 현실과, 불법 이민자 중 범죄자나 마약 밀수범이 섞여 들어오는 상황을 두루 직시하며 국민들에게 납득 가능한 공약을 제시해야 할 것 같은데 아직 그렇게 하지 않는다.
민주당이 강조하는 총기 규제 강화에 대한 공화당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불과 한 달 전, 20세 외톨이 청년이 100m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자기 당 대선후보(트럼프)를 저격해 다치게 한 '공격용 소총'을 갖고 있던 상황이 말해주는 문제를 직시하려는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양측 모두 사실상 새롭게 시작된 선거전에서 자기 진영 강화를 우선시하는 흐름은 자연스러워 보이는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자기 약점을 보완하기보다는 색채를 강화한 부통령 인선을 보면서 앞으로 양측이 미국의 문제 해결을 위해 '중간'으로 다가가는 행보를 적극적으로 보일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