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OC 선수위원 선거 결과 떨어져
▶ 인지도·명성등에선 뒤지지 않지만 프로라는 골프 종목 특성이 발목
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 있는 2024 파리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 위원 투표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 IOC와 선거관리위원회 대표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휘저은 박인비(36·사진·연합)가 8일(한국시간) 공개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선거 결과 낙선한 이유로는 ‘종목 특성’이 첫손에 꼽힌다.
IOC가 프랑스 파리의 팔레데콩크레에 있는 2024 파리 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발표한 선수위원 투표 결과를 보면, 육상 스타 앨리슨 펠릭스(미국), 체조의 킴 부이(독일), 카누의 제시카 폭스(호주), 테니스의 마커스 대니얼(뉴질랜드)이 선거에 출마한 29명 중 상위 1∼4위를 차지해 새로운 IOC 선수위원으로 뽑혔다.
박인비는 590표를 얻는 데 그쳐 18위에 머물렀다.
인지도와 명성에서 경쟁자들에게 전혀 뒤질 게 없던 박인비는 ‘프로’라는 골프의 특성 탓에 많은 표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미국프로농구(NBA)와 같은 세계 최대 프로리그를 누비는 각 나라의 선수들이 동·하계 올림픽에 출전하지만, 올림픽은 여전히 세계 최고 아마추어 선수들의 경연장의 색채가 강하다.
이번에 새로 뽑힌 선수 위원들이 현역 때 뛴 육상, 체조, 카누, 테니스는 오랫동안 올림픽의 정식 종목의 지위를 누려왔다.
이에 비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116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부활한 골프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LPGA 투어 등을 누비는 특급 스타들을 올림픽에 내보내지만, 올림픽에서의 뿌리는 깊지 못하다.
이런 역사적 사실이 각 나라 선수의 투표로 선출하는 IOC 선수위원 선거에 크게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IOC 위원인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선거 전 “골프 종목 출전자도 남녀 합쳐 120명에 불과한 것도 박인비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기도 했다.
표 계산을 해본다면 박인비에게 우호적인 표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뜻이다.
박인비가 2016 리우 올림픽 여자 골프 금메달리스트이지만, ‘올림피언’을 자부하는 필릭스나 부이 등에 비해 올림픽에 출전한 횟수가 적다는 점도 선수들의 표심을 좌우했다.
이번 선거에서 최다 득표(2천880표)의 영예를 안은 필릭스는 2008 베이징 대회부터 2020 도쿄 대회까지 5번이나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 7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한 전설의 단거리 스타다.
부이도 올림픽 3회, 세계선수권대회 8차례 출전한 베테랑이고, 폭스와 대니얼 역시 2∼4회 올림픽에 자주 출전하며 얼굴을 알렸다.
박인비가 프로로 얻은 지명도와 인지도가 아마추어 세계에서는 널리 통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체육계 인사들에 따르면, 2004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 전 위원은 열정적인 선거 운동과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한국 출신 태권도 지도자들의 보이지 않는 성원을 더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기간 선수위원에 당선됐다.
이번에 8년 임기를 마치는 2004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의 주인공 유승민 IOC 선수위원도 본인의 피나는 노력과 세계적으로 저변이 넓은 탁구의 영향 덕분에 한국인 2호로 2016 리우 올림픽 기간 선수 위원에 선출됐다.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우리나라 선수가 144명에 불과해 48년 만에 최소였다는 점도 박인비에게는 악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