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인ㆍ교사 등 서민 이력 강조
▶노동자ㆍ남성 유권자 파고 들어
▶ 트럼프ㆍ밴스 직격 청중 환호
▶‘팀 트럼프’ 괴상 밈 확산 주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백인 남성과 블루칼라들에게 인기가 높은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발탁한 뒤 블루월(Blue Wall, 미시간·펜실베니아·위스콘신) 공략에 나섰다.
11월 대선 대진표가 완성된 가운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로 똘똘 뭉친 ‘트럼프-밴스’에 맞서 ‘해리스-월즈’가 어떤 시너지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이달 19~22일 시카고에서 열리는 전당대회를 계기로 확실히 우위를 점하겠다는 복안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6일 펜실베니아의 필라델피아를 찾아 “자유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함께할 동반자로서 최적의 파트너”라며 부통령 후보로 발탁된 월즈 주지사를 소개했다. 그는 “팀은 남편이자 아버지, 군인이자 선생님, 하원의원이자 주지사, 풋볼 코치였다”면서 “91일 후에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될 것이다. 바로 미국의 부통령”이라고 외쳤다.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상원의원을 ‘고교 아마추어팀’으로, 월즈 주지사를 ‘국가 대표팀’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열광적인 호응 속에 마이크를 넘겨받은 월즈 주지사는 자신의 서민적인 이력을 열거하며 청중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그는 자신이 네브래스카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으며 어렸을 적 여름이면 가족 농장에서 일했고 한국전쟁에 참전한 아버지의 권유로 17세에 군에 입대해 24년간 주방위군(비상근)으로 봉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 생활을 하다가 미네소타 남부 ‘공화당 텃밭’ 지역구에 출마해 하원의원이 됐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이력 덕분에 타협과 협력의 가치를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경력과 대비하며 “트럼프는 봉사라는 것을 모른다. 그는 자신을 위해 봉사하느라 너무 바빴다”고 직격했다. 이어 트럼프 정부 시절 경제가 엉망이고 범죄율이 더 치솟았다면서 “여기에는 그 자신의 범죄는 들어가지도 않았다”고 꼬집자 청중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자신의 상대인 밴스 의원에 대해서는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의 지원으로 자기 경력을 만들었고 자신의 공동체를 쓰레기 취급한 베스트셀러(힐빌리의 노래)를 썼다”면서 “중부는 그런 곳이 아니다. 나는 그 사람과의 토론이 무척 고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앞서 X(옛 트위터)에 “해리스와 함께하게 된 것은 평생의 영광”이라며 “나는 올인할 것”이라고 적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그동안 월즈 주지사와 함께 조시 셔피로 펜실베니아 주지사, 마크 켈리 연방 상원의원(애리조나)을 부통령 후보군으로 고려해왔다. 특히 대선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니아에서 인기가 높은 셔피로 주지사는 막판까지 월즈 주지사와 경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인지도가 가장 낮은 월즈 주지사를 택한 것은 경합주 백인 노동자 등에게 어필할 수 있는 그의 이력과 인간적인 친밀함, 뛰어난 언변을 높이 샀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유세장에서도 월즈 주지사는 부통령 후보에 갓 발탁된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명쾌한 연설을 쏟아내 준비된 후보임을 입증했다.
월즈 주지사는 부통령 후보 지명 전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상원의원을 겨냥해 “그들은 괴상하다(They’re weird)”는 표현을 썼는데 이 표현이 큰 인기를 끌며 밈(meme·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으로 확산됐다. 민주당은 수년간 트럼프와 그의 극성 지지층의 문제점을 지적해왔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등 고상한 비판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괴상하다’는 직관적인 표현이 지지층을 사로잡은 가운데 월즈 주지사는 이날 유세장에서도 같은 표현을 꺼내들었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해리스 부통령이 여성, 젊은 층, 흑인, 라틴계 유권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다면 월즈는 민주당이 어려움을 겪고 있던 백인·블루칼라·노동자·남성들 사이에서 지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농촌 지역 유권자들을 설득한 월즈의 경험은 중서부에서 트럼프로부터 유권자들을 찾아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