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륜의 진보이지만 중도까지 포용
▶공화 공격에 대한 확실한 방어막
▶ 위기의 경합주 위스콘신·미시간주
▶지켜낼 ‘중서부 버팀목’ 역할 주목
6일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유세에서 카말라 해리스(왼쪽) 민주당 대선후보가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부통령 후보를 소개하며 활짝 웃고 있다. [로이터]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6일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러닝메이트 부통령 후보로 낙점함 배경에는 개인적 선호에 더불어 이번 대선에서 중서부 지역의 중요성에 무게를 둔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딱히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 아니었음에도 소셜미디어(SNS)를 타고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 후보를 선명하게 비판한 발언이 지지층 내에서 인기몰이를 한 것도 막판에 주요한 고려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숙련된 정치인인 동시에 중서부 출신 특유의 편안함을 겸비한 데다가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 바닥부터 정치적 기반을 닦으며 단련돼 중도층까지 외연을 확대할 수 있는 노련미를 탑재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CNN 방송은 “월즈 주지사가 선택된 배경은 무엇보다 해리스 부통령이 그에게 가장 편안함을 느꼈고, 국정의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지나치게 진보적이라는 공격을 퍼부을 때 그가 든든한 방어막을 펴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월즈 주지사는 지난달 MSNBC에 출연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상원의원을 겨냥해 “그들은 ‘이상한’(weird) 사람들”이라며 “그들은 우리의 책을 빼앗아 가고, 시험에 간섭하고자 한다. 그들의 외교 정책은 나쁘다. 그들은 환경에 해로우며, 어떤 의료보험 정책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중산층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며 쉬운 말로 핵심을 찌른 비판을 제기한 바 있다.
이 발언이 짧은 시간 동안 SNS에서 폭발적으로 확산하며 해리스 부통령을 비롯한 캠프 내부 인사는 물론이고 민주당 지지층과 대중 전반에 확실한 인상을 각인시켰다는 것이 미국 언론들의 대체적 평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해 “올해 60세인 월즈 주지사는 더 나은 전국적 인지도와 더 나은 정치적 이점을 가진 주를 배경으로 한 후보들 틈에서 발탁됐다”면서 “그는 공화당 후보를 겨냥한 간단한 메시지를 통해 인지도가 낮은 주지사에서 전국적 인물로 스스로를 발돋움시켰다”고 전했다.
월즈 주지사는 실제 조시 셔피로 펜실베니아 주지사와 마지막까지 부통령 후보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초반에는 오히려 19명의 선거인단을 보유한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셔피로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인 더그 엠호프가 유대계인 상황에서 굳이 유대계인 셔피로 주지사를 선택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에 더해 민주당 내 진보층을 중심으로 그가 가자전쟁 국면에서 이스라엘 편을 들어왔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막판 비토론이 비등해지면서 바람의 방향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월즈 주지사의 경우 온건한 진보 성향으로 당내 진보층은 물론이고 노조에서도 반대가 없는 한편 군인 출신인 데다가 총기 소지 경력도 있어 공화당의 잠재적 지지층인 중산층 이하 백인들에게도 충분히 다가갈 수 있어 중도와 진보까지 아우르는 무난한 인사라는 점에서 이 같은 분석에 한층 무게가 실린다.
물론 정치 공학적 판단도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였다. 월즈 주지사의 정치적 기반인 미네소타주는 지난 1960년 대선을 제외하고는 공화당 대선 후보가 승리한 적 없는 지역이지만, 그가 연방하원의원으로 활동한 미네소타의 시골 지역은 공화당 세가 전통적으로 강한 만큼 중도층까지 저변 확대에도 상대적 이점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는 미네소타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세가 만만치 않은 만큼 중서부의 버팀목으로서 확실한 쐐기를 박을 필요가 컸던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월즈 주지사의 발탁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블루월’(Blue Wall·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한 지역)로 불렸지만, ‘러스트 벨트’로 묶이며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에 등을 돌린 중서부 위스콘신과 미시간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대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