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니예 폭사 6일만에 만장일치 결정…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전 전열 정비
▶ 하마스 “이스라엘에 저항 메시지”…이스라엘은 “신속히 제거해야” 비판
▶ 중동 확전 가능성 커지나…가자 휴전협상 전망에도 먹구름
하마스 신임 정치국장 야히야 신와르 [로이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폭사한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후임으로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주도한 가자지구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62)를 선출했다.
외교 활동과 대외 정책을 총괄하는 정치국장에 하마스 내 강경파인 신와르가 오르면서 교착된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계속해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친이란 '저항의 축'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더 깊어져 확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마스는 6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성명에서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가 정치국장으로 선출돼 순교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뒤를 잇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하니예가 지난달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당한 지 엿새 만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과 헤즈볼라 등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저항의 축' 일원인 하마스도 신속하게 조직을 추스르고 나선 것이다.
2017년부터 하니예의 뒤를 이어 하마스의 가자지구 조직을 이끌어온 신와르는 작년 10월 7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해 약 1천200명을 살해하고 250여명을 납치한 이른바 '알아크사 홍수' 대규모 공격 작전의 설계자다.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은 아랍권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신와르 선출에 정치국 지도부가 만장일치로 찬성했다고 밝혔다.
함단 대변인은 협상 대표단이 신와르의 책임 하에 들어가게 됐으며 향후 논의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기에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하마스 관계자는 신와르 최고지도자 선출을 두고 "하마스가 저항의 길을 계속 가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점령자(이스라엘)에게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하마스가 하니예 후임 지도자로 테러리스트 신와르를 임명한 것은 그를 하루빨리 제거하고 이 사악한 조직을 지구상에서 없애야 한다는 또 다른 이유"라고 비판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신와르에게는 오직 한 자리만 있다"며 "이는 무함마드 데이프와 '10·7' 테러리스트 곁"이라고 말했다고 AP 통신이 알아라비야 방송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이 최근 알카삼 여단 사령관 무함마드 데이프와 칸유니스 여단 사령관 라파 살라메 등 작년 10월 7일 기습을 주도한 하마스 군사조직 지휘부를 잇따라 표적 살해한 것을 상기시킴으로써 신와르에 대한 적개심을 표현한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후 행방이 묘연한 신와르에 대해 40만달러(약 5억5천만원)의 현상금을 걸기도 했다. 신와르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이는 단지 3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지적했다.
하마스 정치국장 임기는 4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AP 통신은 신와르가 새 정치국장이 된 것에 대해 "하마스 내 강경파의 힘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살생부 맨 위에 올려놓은 그가 선택된 것에 자극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이스라엘 채널12 방송은 하마스 "신와르가 이제 공식적으로도 하마스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이 됐다"며 "하마스 권력의 중심지가 (하니예가 망명해 있던 카타르에서) 가자로 되돌아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랍권 알자지라 방송은 "이스라엘의 암살 대상 1순위인 신와르가 모든 결정과 협상에 최종 결정권을 갖게 됐다"며 향후 휴전 협상이 난항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와르가 10개월째 전쟁으로 지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불만 여론에 압박받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하마스 내 의견 충돌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CNN 방송은 앞서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달 13일 비공개회의에서 "신와르는 가자지구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데 대해 책임이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4일 하마스가 그간 고수해온 영구 휴전 요구를 뺀 수정안을 제시하며 한때 휴전 협상이 급물살을 탔던 것과 관련해서는 하마스 내에서 신와르와 달리 일부 인사가 합의를 서두르며 의견이 갈렸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1962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난민촌에서 태어난 신와르는 하마스에 1987년 창립 때부터 참여했으며 1989년 이스라엘 군인 등을 납치·살해한 혐의로 붙잡혀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스라엘 감옥에서 22년을 복역하고 2011년 포로 교환으로 풀려난 후 하마스 군사조직 책임자가 됐다.
신와르는 2017년부터 가자지구 지도자를 맡았고 이스라엘군은 2021년 그를 표적으로 한 공습도 벌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