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작은 것에 관심을 보인 명작으로 ‘평화ㆍ인간 평등의 시각적 시’

2024-08-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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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올림피아드

▶ 선수들의 감각적 고뇌와 희열과 함께 관중의 모습을 파노라마식으로 연출

작은 것에 관심을 보인 명작으로 ‘평화ㆍ인간 평등의 시각적 시’

곤 이치가와(안경 쓴 사람) 감독이 경기장에서 촬영을 하고 있다.

1964년에 열린 도쿄 올림픽을 기록한 상영시간 170분짜리 이 영화는 켄지 미조구치, 야스지로 오주, 아키라 구로사와 등과 함께 전후 일본의 4대 거장이라 불린 곤 이치가와 감독의 작품으로 큰 것보다 작은 것에 관심을 보인 명작이다. 영화의 각본은 남편 영화의 각본을 여러 편 쓴 이치가와의 아내 나토 와다가 썼다.

이치가와가 “평화와 인간 평등의 시각적 시”라고 말한 이 영화는 단순히 운동경기를 보여주는 차원을 초월해 선수들의 감각적 고뇌와 희열과 함께 구경하는 관중들의 모습을 손에 든 카메라를 이용해 넓은 각도로 파노라마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마라톤 경기를 보려고 길에 나온 사람들의 목을 길게 뽑은 채 뒷짐 짐 모습을 찍은 장면 등에서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데 영화를 보는 사람을 화면 안으로 끌어들여 환호하는 구경꾼으로 만들고 있다.

이치가와는 메달 수상자들 보다 패자를 비롯한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삐딱한 각도로 선수들의 얼굴과 손과 발 그리고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기록하면서 아울러 패배한 선수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슬픔을 극복하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기록했다.


그리고 환호하는 음향과 침묵을 절묘하게 사용, 경기의 흥분과 적막한 긴장감을 극적으로 살렸다. 매우 인간적인 작품으로 걸작 반전영화 ‘버마의 수금’(The Burmese Harp)과 ‘야화’(Fires on the Plain)를 만든 이치가와의 인본주의 정신이 가득한데 내용과 함께 형식미도 뛰어나다.

그런데 일본정부는 처음에 도쿄 올림픽의 기록영화를 아키라 구로사와 감독에게 의뢰 했으나 구로사와는 자신에게 올림픽 개막식 연출을 맡기지 않은 것에 불만해 기록영화 촬영을 거부했다고 한다.

올림픽을 다룬 극영화로 볼만한 것은 1981년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영국영화 불의 전차(Chariots of Fire)로 1924년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두 육상선수의 실화를 다룬 감동적인 영화다. 그리고 1980년 레익 플래시드의 동계 올림픽에서 강호 소련과 대결해 승리한 미 아이스하키 팀의 박진한 드라마 ‘기적’(Miracle), 생전 눈이라곤 본적이 없는 자메이카 밥슬레이드 팀의 1988년 캘거리 동계 올림픽 출전을 다룬 코미디 ‘쿨 러닝스’(Cool Runnings) 및 오리건 대학 육상선수로 1972년 뮨헨 올림픽에 출전한 스티브 프리폰테인(24세로 교통사고로 요절)의 삶을 다룬 ‘한계를 뛰어넘어’(Without Limits) 등도 좋은 올림픽 영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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