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급 부족에 복제약 임시 승인
▶원격 처방 통한 온라인 구매 가능
▶ 효능 덜 검증돼 사용 시 주의해야
▶ ‘제약 업체·약품 인증서’ 등 확인
펜실베이니아 거주하는 한 여성이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스스로 주사하는 모습. 정품 비만 치료제 공급 부족으로 복제 약품 판매가 일시적으로 승인됐지만 의약품 당국이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로이터]
전 세계적으로 위고비 열풍이 뜨겁다. 위고비는 제약업체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 치료제 일종으로 같은 업체가 개발한 오젬픽, 다른 제약업체 엘리 릴리가 개발한 몬자로, 젭바운드 등의 기타 비만 치료제와 함께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수요가 폭발적이다. 이들 비만 치료제는 높은 수요로 시중에서 찾기 힘든 것도 문제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최근 비슷한 효능을 내면서 가격은 정품 비만 치료제에 비해 훨씬 저렴한 복제 약품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덜 검증된 효능과 부작용 등의 피해가 있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공급 부족에 복제약 판매 임시 승인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오젬픽과 위고비(주요 성분: 세마글루타이드), 엘리 릴리가 개발한 몬자로와 젭바운드(주요 성분: 티르제파타이드) 등이 비만 치료제는 GLP-1 약품을 대상으로 한 ‘식품의약국’(FDA)의 엄격한 승인 과정을 거쳤다. FDA는 이들 약품의 안전성, 효능성은 물론 제조 시설을 엄격히 검사해 해당 약품에 대한 승인을 내렸지만 복제약품인 ‘지네릭’(Generic) 약품에 대해서는 승인을 내리지 않았다.
문제는 FDA의 승인을 받은 정식 약품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FDA가 해당 약품에 대한 공급 부족을 공식 인정한 것이다. FDA가 승인한 약품 공급이 부족할 경우 특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복제약품을 합법적으로 제조할 수 있다. 복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도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하다.
■3년간 부작용 약 400건
복제 비만 치료제 제조가 확산하고 일부 업체는 주사형 약품까지 내놓는 가운데 복제약품 사용으로 인한 여러 부작용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FDA도 복제약품은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친 승인 약품에 비해 일반적으로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한다.
FDA에 따르면 2021년 8월부터 올해 7월 중순까지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복제약품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 사례가 288건 보고됐다. 같은 기간 티르제파이드 계열 복제약품 부작용 사례는 108건 접수됐다.
다른 약품 부작용 보고 건수에 비하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노보 노디스크와 엘리 릴리 측은 최근 복제약품 제약업체 6곳을 상대로 제출한 소송을 통해 GLP-1 계열 복제약품에 불순물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주장했다. 노보 노디스크와 엘리 릴리 측은 FDA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복제약품은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약품 분석 인증서 요구
부작용 위험에도 불구하고 복제 비만 치료제를 사용하려면 각별한 주의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복제 비만 치료제 처방전을 제공한 의료 업체에 대해 알아본다. 해당 의료 업체가 의료 면허를 받은 주정부를 통해 과거 제재 기록 등을 확인한다. ▶처방전을 제공한 의료 업체가 추천한 복제약품 제약업체도 알아봐야 한다. 제약업체 감독 기관이 ‘주 약국 감독국’(State Pharmacy Board)이나 FDA 웹사이트를 방문해 해당 제약업체 과거 제재 기록도 함께 확인한다. ▶처방전 제공 의료 업체나 복제약품 제약업체 측에 약품 분석 인증서 제공을 요청한다. 인증서를 통해 복제약품 제조에 사용된 원료의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일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 나트륨’(Semaglutide Sodium) 성분의 복제약품이 판매된 기록을 찾을 수 있다. FDA는 이 성분을 오젬픽이나 위고비 제조에 승인된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FDA는 또 복제약품 제조에 나트륨 성분의 세마글루타이드를 사용해서는 안 되고 안정성과 효능도 검증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원격 처방 통한 구매 늘어
복제 비만 치료제를 구매하려면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직접 병원 방문하는 것보다 온라인 또는 전화를 통한 원격 처방전이 늘고 있다. 원격 진료를 통해 처방전을 받으면 대개 우편을 통해 약품이 집으로 배송된다. 정품 비만 치료제의 경우 주사기에 약품이 채워져 판매되는 것과 달리 복제 비만 치료제는 약품 병과 주사기가 따로 배송된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겪는 댈러스의 30대 중반 여성은 복제 비만 치료제 구매와 사용 과정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해 화제다.
이 여성은 지난해 10월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복제 비만 치료제를 처음 사용했고 이후 티르제파타이드 계열 복제 비만 치료제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 그녀는 원격 진료 업체 3곳으로부터 처방전을 발급받았는데 이 중 한 업체의 경우 의사와 상담도 하지 않고 질문지 작성으로만 처방전을 받았다.
주사형 복제 비만 치료제를 사용하기 전까지 자신에게 직접 주사를 놓아본 적이 없어 처음에는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약품을 주사기에 넣는 데만 30분이 걸리고 너무 떨려서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였다. 몇 달 사용한 끝에 주사에 익숙해진 그녀는 주사를 놓는 날을 실시간으로 스트리밍 하며 복제 비만 치료제 제약업체 유료 홍보인으로 활동 중이다.
■정품 공급 부족 내년까지 지속
현재 정품 복제 비만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워낙 높아 공급 부족 현상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보 노디스크과 엘리 릴리 측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을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FDA는 두 업체가 전국적인 수요를 충족할 수 있어야 공급 부족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품 복제 비만 치료제가 충분히 공급되어야 복제 치료제 제조가 판매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 업계에 따르면 주사형 GLP-1 약품의 주문이 가장 많이 밀렸는데 최근 6개월 사이 공급 부족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엘리 릴리 측은 리츠제파이드 약품 생산이 올해 하반기 늘어날 전망이지만 공급 부족은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보 노디스크 측은 현재까지 확실한 증산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