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이든 후보 사퇴, 미국정치의 역동성

2024-07-22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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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 그 20기 3중전회가 예정대로 베이징에서 열렸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날로 험악해져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계속 중국을 경제적으로 옥죄어오고 있다. 그런데다가 관례보다 1년 가까이 늦게 열리게 됐다. 그리고 2022년 10월 출범한 ‘시진핑 3기’의 주요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회의다.

이런 점에서 상당한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흥행 면에서 완전히 실패했다. 회의 일정이 하필이면 2024년 7월15일~19일로 잡혔던 게 화근이라면 화근이라고 할까.


‘십 수 년 걸쳐도 안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불과 한 주 사이에 일어 날 수도 있다.’ 레닌이 한 말이었던가. 바로 그런 일이 미국에서 발생하면서 온 세계의 시선은 워싱턴으로 쏠린 것이다.

“토머스 매튜 크룩스(암살 기도범)가 조금만 총구를 오른 쪽으로 돌렸더라면…” “트럼프가 머리를 돌리지 않았더라면…” 벌써 한 주가 지났다. 그 때 그 아찔했던 순간을 되돌아보면서 미 언론들이 계속 되뇌는 구절들이다.

그 아찔했던 순간과 함께 새로운 신화가 탄생했다. 총알이 귀를 스치고 지난 지 불과 몇 초 후 얼굴에 피가 낭자한 채 트럼프는 벌떡 일어나 주먹을 휘두르며 ‘싸우자fight)!’를 외쳤고 유세장에 모인 사람들은 ‘U.S.A.!’를 연호했다.

그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전 세계로 중계됐다. 순간 불굴의 용기를 지닌 지도자로서 트럼프의 이미지가 굳어진 것이다.

그 트럼프가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하나의 ‘하나님의 섭리’ 신호로 공화당 대의원들은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지의 보도다.

드라마는 계속됐다. 총격직후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창립했고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의 회장인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나선 것이 그것이다.

머스크는 단순한 억만장자가 아니다. 실리콘밸리의 얼굴이다. 첨단 기술 미국의 미래를 상징하고 있다고 할까. 그런 페이팔 커넥션의 주력을 우군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트럼프는 과거의 영광,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만 공허하게 외쳐대는 퇴영적 정치인이 아닌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고 할까.


거기에다가 트럼프는 올해 39세의 초짜 연방 상원의원 J.D. 밴스를 러닝메이트로 영입했다. 자신의 나이에 절반 밖에 안 되는 ‘젊은 피’ 밴스를 후계자로 지목함으로써 마가 공화당의 앞날에 대한 포석도 마친 것.

‘미국은 현재와 미래 사이에 존재한다. 대부분의 나라 국민들이 과거와 현재 사이에 머물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인들이 디지털 기술에, 아이 폰을 발명하고 달과 화성을 방문하는 일에 앞 선 것도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그 미국의 정치에서 미래는 가장 가치 있는 토대가 되고 있다.’

영국의 정치 전문지 언허드지의 지적이다. 머스크와 밴스를 영입함으로써 트럼프는 미래를 움켜잡았다는 거다.

지나친 찬사가 아닐까. 아마도…. 그렇지만 월 스트리트 저널의 페기 누넌도 비슷한 논평을 하고 있다.

‘트럼프의 대통령후보 수락연설로 끝난 밀워키 공화당 전당대회는 오랫동안 고대해왔던 변화가 마침내 찾아온 대회다.’ 이 같은 지적과 함께 21세기 미국 정치 지형의 실질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누넌 역시 젊은 피 밴스의 영입을 그 변화의 하나로 지목하면서 달라진 공화당의 모습은 민주당의 변화도 촉진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밀워키 공화당 전당대회를 면밀히 관찰했다. 그런 민주당 역시 뭔가 대담하고 또 색다른 변화를 전당대회를 통해 보여줄 것이라는 게 이어지는 지적이다. 바이든의 출마사퇴로 새로운 대권주자가 나서게 된 것이 그 하나로 미국의 정치 풍향계는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암살기도 총격사건 이후의 기간은 정말이지 정치적으로 무덥고, 또 공포의 기간으로 미국이 맞고 있는 문제가 일제히 불거진 그런 정황이었다. 노쇠한 리더십에 예측불가의 도전자, 폭력사태로 이어진 파당적 정치 등등.

격동의 한 주가 지난 현재 그 문제들은 다름 아닌 더 나은 미국을 향한 ‘성장통’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누넌이 던지고 있든 메시지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중국 공산당 20기 3중전회는 왜 그다지도 흥행이 되지 않는 것일까.

‘국내외적으로 점증하고 있는 온갖 도전에도 불구하고 경제 전략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중국공산당의 메시지다.’ 3중 전회와 관련된 외신의 논평이다.

그 펼쳐진 그림은 온통 우울한 색조의 모노톤으로 이루어졌다. 그런 가운데 어떤 개혁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최고 권력자 시진핑의 심기를 거스르기 때문이다. 역동성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그 모양새가 그렇다. 오랜 독재 끝에 어느 날 갑자기 몰락한 청조(淸朝)말을 연상케 한다는 게 일각에서의 지적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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