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군 우크라이나 파병설, 그 배경은…

2024-07-08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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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 천, 수 만 명이 긴 무더위 속에 죽어나갈 것이다. 그렇다고 어느 쪽이든 결정적 승기를 잡지는 못할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년 째 여름을 맞아 월 스트리트 저널이 전하는 전선의 상황이다.

700마일에 이르는 전선에서 전황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그런 가운데 하루 1000명이 넘는 전사자를 내는 소모전이 예상된다는 거다.

비슷한 타이밍.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거리. 한 빌보드에 새로운 광고문이 등장했다. 군 입대 안내문이다. 정부 웹 사이트 주소와 함께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은 입대 보상금이다. 보통의 러시아인의 1년 치 소득인 130만 루블을 일시 급으로 지불한다는 것.


2년 전의 20만 루블에 비하면 무려 650%가 증가한 액수다. 정착 놀라운 일은 그 액수도 액수지만 모스크바 다음 러시아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입대 안내 광고문이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징집은 주로 변방의 소수민족 자치주 등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져왔다. 전쟁의 아픔, 이로 인한 불온한 움직임의 주류 사회로의 확산을 최소화 시키려는 계산에서다. 때문에 주류인 백인 러시아계가 몰린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입대독려 광고문을 내거는 것은 사실상 금기사항(taboo)이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수요와 공급 원리로 설명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침공 2년 반이 되어가는 시점 현재 러시아군의 전상자수는 최소 535,000명으로 헤아려지고 있다. 하루 1,000명꼴로 총알받이가 된 것이다.

2023년 중반부터 러시아는 전쟁의 주도권을 되찾았다. 공세로 전환, 점령지를 다소 넓힌 것. 그 대가는 혹독했다. 하루 600~800명이었던 전상자 수는 1200~1400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정규 징집만으로는 전선에 투입 할 병사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교도소 수감자들을 강제 입영시켰다. 그래도 모자란다. 여성 죄수까지 군복을 입혀 전선에 투입했다. 공급은 여전히 달린다.

그렇지만 크렘린은 한 가지 원칙은 고수해왔다. 전쟁피로증세가 주류 백인 러시아 사회에까지 만연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이는 체제유지에 어려움을 가져 올 수 있으니까. 따라서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지에서의 모병은 극도로 자제해온 것. 그 터부가 그러나 마침내 깨지고 만 것이다.


전쟁피로증세는 날로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선의 상황은 더 많은 총알받이를 필요로 하고 있다. 조국을 위해 전선에 나가겠다는 젊은이는 희귀종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다가 탈영병에, 항복하는 병사는 계속 늘고 있다. 러시아가 현재 맞고 있는 상황이다.

뭐랄까. 3년 째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 그 전쟁의 잔혹한 후과에 대해 러시아 사회가 점차 예민해지고 있다고 할까. 그런 가운데 푸틴은 병력 동원에 상당히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가 길어진 건 다름이 아니다. 6월 19일이었나. 푸틴과 김정은이 남다른 브로맨스를 과시하면서 평양에서 사실상 군사동맹에 준하는 북-러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한 게.

이와 함께 한반도의 안보상황은 시계 제로 상황을 맞고 있다. 동시에 계속 제기되어오고 있는 것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설이다. 이게 과연 얼마나 타당성이 있는 것일까 해서다.

‘조약체결 결과 러시아의 핵, 미사일 등 북한에 대한 군사기술 제공보다도 가장 중점을 두고 보는 것은 북한군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할 가능성이다.’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이 ‘미국의 소리(VOA)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전선은 더 많은 병력을 요구 하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 군은 그 수요를 채우기에 태부족이다. 어디에서 공급원을 찾을까. 전쟁 초기부터 줄곧 러시아의 입장을 옹호해왔다. 무기와 탄약도 공급해왔다. 그 북한을 푸틴은 대안으로 바라보게 됐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미티지뿐만이 아니다. 안보전문지인 내셔널 인터레스트, 스펙테이터 등 주요언론을 비롯해 미 외교협회(CFR)의 수미 테리 등 적지 않은 관계전문가들도 같은 시각을 보이고 있다.

달러에 몹시 굶주려 있다. 그 김정은은 일종의 군사용 버전의 외화벌이 이주노동자로 북한의 기득권층 자제들로 구성된 군부대를 파견할(부모를 인질로 탈영을 막기 위해) 가능성이 크다는 게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지적이다.

문제는 북한군 파병은 ‘피비린내 나는 실험’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북한군은 전투경험이 전무하다. 그런데다가 무장도 열악하다. 때문에 예상되는 것은 엄청난 사상자다. 그리고 이는 김정은 체제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다.

‘푸틴의 모험은 미국과의 대립에 있어 북한을 극동의 전초기지로 삼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이란의 핵무장을 돕고 서태평양지역에서 미-중 충돌이 발생할 때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동맹관계로 거듭난 러시아와 북한과 관련, 존스 홉킨스 대학의 할 브랜즈가 던진 경고다.

무슨 말인가. 러-북 동맹은 중-러-북 3각 동맹성립의 전 단계로 볼 수 있고 유라시아대륙은 3개 주요지역에서 이들 권위주의 독재세력 축의 동시도발로 격동과 혼란 속에 빠져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날이 과연….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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