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자율·집값·유지비 삼중고에 주택 구입 능력 바닥

2024-07-04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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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값, 소득보다 빠르게 오르며 압박 커

▶ LA 주택 구입 여건 전국서 ‘최악일로’

이자율·집값·유지비 삼중고에 주택 구입 능력 바닥

지난 10년간 LA의 주택 구입 여건이 전국에서 가장 악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로이터]

이자율·집값·유지비 삼중고에 주택 구입 능력 바닥

매물은 부족한데 집값, 이자율, 주택 유지 비용이 크게 오르면서 현재 주택 구입 능력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로이터]


내 집 마련이 이렇게 힘든 적이 있었을까? 최근 몇 년 사이 주택 구입에 나선 경험이 있다면 마치 고문을 당하는 것 같은 심정을 느꼈을 것이다. 매물 부족, 집값 상승, 이자율 상승도 모자라 주택 보험까지 치솟고 있어 내 집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다. 소비자 금융 정보 서비스 업체 뱅크레잇이 주택 구입 여건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짚어봤다.

◇ ‘주택 구입 능력’(Housing Affordability)이란?

주택 구입 능력을 계산하는데 일반적으로 ‘28/36 규칙’이 사용된다. 28/36 규칙은 주택 비용이 가구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8%를 넘으면 안 되고 주택 비용을 포함한 전체 대출이 가구 소득의 36%를 초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집값과 이자율이 큰 폭으로 올라 이 기준을 적용해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주택 구입 능력은 또 내 집 마련을 위해 갖춰야 할 여러 조건을 의미한다. 크레딧 기록, 다운페이먼트, 안정적인 직업과 소득, 낮은 부채 비율 등이 주택 구입 능력을 좌우하는 기준에 포함된다. 주택 구입 능력은 이 같은 개인적인 기준 외에도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이자율이 떨어지면 바이어의 부채 비율이 낮아지지만 반대로 주택 수요가 늘어 주택 가격이 상승한다. 결국 다운페이먼트 부담이 더 늘어 주택 구입 능력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이 같은 상황이 주택 시장에서 그래도 일어났다. 팬데믹 기간 이자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주택 수요가 물밀듯 쏟아져 나왔다. 매물 수준이 바닥인 상황에서 수요가 급등하자 주택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했고 이는 결국 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인플레이션 해소가 주요 임무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면서 현재 최악의 주택 구입 여건이 거듭되는 상황이다.

◇ 집값 대비 소득 크게 부족

주택 구입 능력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것은 소득이 집값을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연방센서스국의 자료에 따르면 1964년 가구 중간 소득은 6,569달러였다. 당시 주택 중간 가격은 1만 8,925달러로 소득의 약 3배 수준이었다.

약 60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악화했다. 2022년 가구 중간 소득은 7만 4,580달러로 1964년보다 10배 넘게 늘었다. 가구 소득이 많이 늘어난 것 같지만 집값 상승에 비교하면 초라하다. 2022년 주택 중간 가격은 43만 2,950달러로 같은 기간 20배나 뛰어 올랐고 가구 소득의 6배에 육박했다.

◇ 10년 사이 모기지 페이먼트 2배

오른 것은 집값뿐만이 아니다. 주택 구입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모기지 이자율도 꾸준히 오르면서 아메리칸 드림 실현을 어렵게 하고 있다. 10년 전인 2014년 30년 만기에 적용되는 고정 이자율은 평균 4.3%였고 이후 2021년까지도 이자율은 3.15%에서 4.7% 사이에서 유지됐다.(뱅크레잇닷컴 집계).


이자율은 갑자기 오르기 시작한 것은 2022년부터다. Fed가 인플레이션 해소를 목표로 기준 금리를 연속해서 인상하자 2023년 모기지 이자율은 평균 7%대로 뛰어 올랐다. 그 사이 집값도 꾸준히 오르면서 모기지 페이먼트 부담도 커졌다. 2014년과 2023년 사이 월평균 모기지 페이먼트는 1,131달러에서 2,270달러로 약 2배 높아졌는데 이자율이 크게 오른 2021년과 2023년 가장 빠르게 상승했다.

◇ LA 주택 구입 여건 전국 최악

2014년과 2023년 전국 대부분 지역의 주택 구입 여건이 악화했는데 한인 밀집 지역인 LA의 주택 구입 여건이 가장 악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뱅크레잇닷컴은 전국 25대 도시 주택 구입 여건 변동을 파악하기 위해 ‘주택건축업협회’(NAHB)와 웰스파고 은행이 집계하는 ‘주택 비용 지수’(Cost of Housing Index)를 분석했다. 주택 비용 지수는 각 도시 주민의 중간 소득으로 구입할 수 있는 주택 비율을 뜻한다.

분석에 따르면 25대 도시의 주택 비용 지수가 모두 두 자릿수 비율의 하락을 기록했다. 이중 LA의 주택 비용 지수는 2014년 18.38%에서 2023년 3.18%로 무려 82.7%나 하락했다. 남가주의 또 다른 한인 밀집 지역인 리버사이드-샌버나디노-온태리오 지역도 같은 기간 지수가 48%에서 13.43%로 크게 악화했다. 주택 구입 여건이 그나마 덜 악화한 지역은 시카고, 디트로이트, 세인트루이스 등 중서부와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등 동부 일부 도시로 조사됐다.

◇ 주택 유지 비용마저 올라

집값과 이자율이 오르는 것도 모자라 최근 주택 유지 비용까지 덩달아 상승함에 따라 주택 구입 능력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 조사 기관 ‘애톰’(ATTOM)에 따르면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재산세도 큰 폭의 상승세로 작년 한 해만 전국적으로 7%나 인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주택 보험료 급등에 주택 소유주의 등골이 휘고 있다. 뱅크레잇닷컴 자료에 의하면 ‘보상액’(Dwelling Coverage) 30만 달러 기준 주택 보험료는 2022년 1월과 2024년 1월 사이 7% 인상됐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주택 용품, 자재비, 인건비 등이 올라 주택 유지 비용도 만만치 않다. 2020년~2024년 기간 주택 유지 비용은 무려 26%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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