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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리스크에 운신폭 제한… 재정·통화 묘수 찾아야

2024-07-03 (수) 서울경제=김혜란·김흥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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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딜레마 빠진 한은

▶ 슈퍼엔저·원화 약세 지속 전망
▶트럼프 당선땐 국채 추가 발행
▶한국 금리 내리면 환율 부채질
▶불황 속 세수부족·가계빚 급증
▶ 재정은 취약층 선별지원 필요

1일 미국 채권시장에서 장기국채금리가 한 달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10년 만기 국채는 연 4.5%에 근접했고 30년물은 한때 4.65%를 기록했다. 5월 31일 이후 가장 높다.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다.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세를 잡은 상황에서 이날 미 연방 대법원은 2020년 의회 폭동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사실상‘면죄부’를 줬다.

이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10%, 중국산에는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법인세와 소득세를 인하해 국채 발행이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이는 국채금리 상승 요인이다.

찰스슈와브의 트레이딩 전략 헤드인 조 마촐라는 “국채시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인) 미국 관세 인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그의 공약대로라면 아마도 인플레이션 진전이 정체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 국채금리는 앞으로도 상방 리스크가 크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이 경우 ‘미 국채금리 상승→국채 투자 수요 증가→달러화 강세→원화 등 신흥국 통화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출 경우 원·달러 환율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미 연준 내부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중립금리가 높아졌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중립금리는 물가를 자극하지도 억제하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로 중립금리 상승은 연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더 오래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환율이 인질로 잡혀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했다가는 1,400원을 뚫는 것은 시간 문제다. 먼저 움직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을 역임한 홍경식 국금센터 부원장의 생각도 비슷하다. 그는 “한은이 지난달에도 금리 인하 시그널을 주지 않았다”며 “한 달 만에 금리 인하를 한다면 너무나 서프라이즈이며 지금 환율이 1,380~1,390원을 오르내리고 있고 물가도 추세적으로 하락하는지 확인할 수 없는 시기”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한은이 기준금리를 다른 나라보다 선제적으로 인하하면 원·달러 환율 절하 압력을 키울 것”이라며 “한은은 환율 리스크를 보고 통화정책을 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회의에서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 초반에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진 점이 긍정적”이라면서도 높은 환율 수준이 지속되고 있어 국제유가 움직임과 기상 여건, 공공요금 조정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침체 수준으로 빠져들고 있는 내수와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한은의 고민을 깊게 하는 대목이다. 1~5월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에 비해 내수가 많이 약하다”며 “주요국처럼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를 단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통화정책은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르면 자금 유출 등의 문제가 있어 한은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하기 어렵다”며 “내수 부진에 금리 인하 요구가 있지만 가계대출도 심각해 여러 상황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한 달 새 5조 3415억 원 증가해 3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통화와 재정정책의 적절한 조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수 펑크로 정부가 재정정책을 마음껏 펴기는 어렵지만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족집게식 재정 지원을 하고 통화정책은 환율과 금리 등 전반적인 상황을 같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멀어져 국내 상황이 정책적으로 꽉 막힌 국면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경제=김혜란·김흥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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