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손녀의 졸업식

2024-06-28 (금) 이규성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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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의 졸업식에 다녀왔다. 세월의 빠름을 실감하면서도 이렇게 소중한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기쁜 마음에 들뜬 기분으로 식장에 들어섰다.

젖먹이 때 할머니 품에 안겨서 잠투정하면 “이 애는 물 흐르는 소리를 들려주어야 잠을 잘 잔다”는 어미의 말에 할머니는 녀석이 낮잠을 잘 시간이 되면 조용한 화장실로 안고 들어가 세면대에서 졸졸 흘러내리는 수돗물 소리를 들려주며 잠을 재우곤 했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어엿한 모습으로 자라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것이다.

졸업식은 계획된 순서에 따라 진행되었다. 여러 분야에서 공을 세운 학생들과 우수한 성적을 받은 학생에 대한 시상식이 시작되었고, 마이크를 통해 수상자들의 이름이 하나씩 불렸다. 그중 수아의 이름이 호명되었고, 수아는 시상대 앞으로 걸어 나갔고, 참석한 학부모와 내빈들의 큰 박수를 받으며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는 당당한 모습은 할아버지인 내가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멋진 장면이었다.


시상식에 이어서 졸업장 수여식이 이어졌다. 담임선생님들이 학급별로 한 분씩 자리에서 일어나 그간의 소감을 간단하게 말씀하시고는 졸업생들의 앞날을 축복해주는 덕담을 한 후에 졸업생 한 사람씩 이름을 불러 졸업장을 수여하면서 악수하거나 포옹을 하기도 하고 등을 두드려 주며 석별의 정을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교장 선생님과 함께 여러 선생님이 졸업장을 받은 졸업생들을 격려해 주기 위해 퇴장하는 길목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을 격려하는 장면은 참교육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손녀의 졸업식장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당시에 경험했던 잊지 못할 추억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당시 국민학교 졸업식에서 꼭 부르던 졸업식 노래, 윤석중 작사 정순철 작곡의 노래였다. 그 노래는 우리 모두에게 잊지 못할 아름다운 장면들을 만들어주었다.

선배들의 졸업을 축하하는 재학생들이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로 시작되는 노래를 먼저 부르면, 곧이어 졸업생들이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로 시작되는 노래로 후배와 선생님들께 작별을 고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석별의 정을 아쉬워하며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는 졸업생들의 모습은 식장을 감동으로 가득 채웠다.

마지막으로 선후배가 함께 “앞에서 밀어주고 뒤에서 밀며…”로 시작되는 노래를 합창할 때, “냇물이 바다에서 다시 만나듯”이 다음에 다시 만나자는 희망과 다짐이 담긴 가사가 교정에 울려 퍼졌다. 그 순간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졸업이라는 큰 변화를 함께 기념했다. 그 노래는 단순히 졸업식의 한 부분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과 정을 기억하며 앞으로도 이어질 인연을 다짐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것이었다.

오늘의 졸업식은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손녀에게는 물론 나에게도 소중한 추억을 되새기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앉아 정들었던 선생님과 교실, 그리고 아우들과 헤어져야하는 것처럼 아쉽고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그때의 정겨운 노래를 부르던 순간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며,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감동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지금도 그때 불렀던 졸업식 노래를 생각하면 공연히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그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추억 속의 모교가 있는 동쪽 하늘을 바라본다.

<이규성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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