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이 부르트는 고독한 순례길에서 새로운 꿈을 찾고…

2024-06-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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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산티아고 순례여행을 다녀와서

▶ 인생 버킷리스트의 첫 발 감동
▶성공의 무대에서 돌아보는 성찰
▶환희와 회개, 남은 꿈 도전 약속

발이 부르트는 고독한 순례길에서 새로운 꿈을 찾고…

순례객들은 끝없이 펼쳐진 메세타 평원의 고독한 길을 걸으며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혹시 죽어갈지도 모를 꿈의 징후들을 없애는 숭고한 시간을 가졌다.

발이 부르트는 고독한 순례길에서 새로운 꿈을 찾고…

산티아고 프랑스 길의 시작점인 생 장 피드 포드 순례여권 사무실앞에서 2차 참가자 48명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산티아고로 가는 길은 나를 변화시켰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생에 대한 단순한 진리를 배웠다” -파울로 코엘료-

이 시대 가장 사랑받는 작가인 파울로 코엘료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후 쓴‘순례자’에는 꿈이 죽어갈 때 나타나는 세 가지 징후를 기술하고 있다.

첫 번째 징후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 피곤하다고 말하고, 정작 자신들이 하는 게 거의 없음을 깨닫지 못하면서 하루가 너무 짧다고 끊임없이 불평을 한다.


꿈들이 죽어가는 두 번째 징후는, 스스로에 대한 지나친 확신이다. 삶이 우리 앞에 놓인 거대한 모험이라는 것을 보려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현명하고 올바르고 정확하다고 여긴다. 아주 적은 것만 기대하는 삶 속에 안주한다.

마지막으로, 그 세 번째 징후는 평화다. 삶이 안온한 일요일 한낮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에게 대단한 무엇을 요구하지도, 우리가 줄 수 있는 것 이상을 구하지도 않게 된다. 그러고는 우리는 자신이 성숙했다고 여긴다. 젊은 날의 환상을 내려놓고 개인적이고 직업적인 성취를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일보가 55주년 기획으로 실시한 2차례의 산티아고 순례여행이 지난 5월(1차 4/3-18일, 2차 4/23-5/8일) 마무리 됐다.

그동안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인생버킷리스트를 위해 미국과 한국에서 참가한 1차와 2차 123명의 순례여행객들은 때로는 발이 부르트고 때로는 고독하고 외로운 순례길을 걸으며 지난날을 뒤돌아보고 오늘과 내일을 설계하는 숭고한 시간을 가졌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모두 성공의 무대에 올랐던 참가자들은 일요일의 한가함을 즐길 수 있는 행복의 시간을 박차고 나와 마지막 남은 생애에 혹시 죽어갈지도 모를 꿈의 징후들을 없애기 위해 순례에 나섰고 그들은 걷고 느끼며 감동했다.

한 참가자는 “남은 인생의 길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돌아보고 싶었다. 익숙한 길만 따라갈 때 진정한 삶이 보이지 않았다. 많은 것을 생각했고 많은 것을 배웠다. 인생 어떤 때보다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유튜브를 통해 끝없이 펼쳐진 밀밭길과 포도밭길을 걷는 모습을 봤다. 나도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막상 순례길에 나서니 가슴이 벅차다. 한국일보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수려한 피레네 산맥을 넘으며 감동했고 2차 순례에서 피레네의 폭풍우를 맞고 자연의 위대함에 옷깃을 여몄다. 그들은 끝없이 펼쳐진 메세타 평원을 걸으며 즐거움보다는 자신의 본질적인 자아에 대한 물음과 고독으로 점철된 성공의 무대 위에서 돌아보는 사색과 성찰, 그리고 마지막 남은 소중한 꿈을 설계했다.

프레드리히 니체는 말했다. ‘인생은 모험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순례객들은 ‘나홀로 또 함께’ 하루 12마일에서 18마일을 걸으면서 인생의 마지막 모험을 체험했고 성인 야고보의 신앙을 몸으로 느꼈다. 그들은 콤포스텔라 대성당에서 환희와 회개의 눈물을 흘렸고 새로운 꿈에 대한 도전을 약속했다. 순례자들은 50년 결혼을 기념해 참가한 노부부 순례자에서부터, 어머니와 딸, 아버지와 아들, 여행 친구들, 학교와 동네 친구들 그리고 형제 자매 등 다양한 사연으로 참가했고 그들은 그들만의 오붓한 성찰과 희망의 시간을 가지면서 15박16일의 아름다운 시간을 가졌다.

미 전국에서 참가한 순례자들은 또 다른 순례의 시간을 기다리면서 아쉬운 작별의 시간을 가졌다. 2차 참가자들은 본보가 마련한 채팅 알림방에 한 사람도 떠나지 않고 소식을 교류하면서 다음 여행을 기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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