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빅브라더가 듣고 있다…집 보러 가서 언행 주의를

2024-06-27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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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안 카메라 설치 된 집 많아 정보 노출 우려

▶ 집 볼 때 입 꾹 다물고 감정 표현도 일절 자제

빅브라더가 듣고 있다…집 보러 가서 언행 주의를

요즘 스마트 보안 카메라를 설치한 집이 많기 때문에 집을 보러 가서 말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로이터]

빅브라더가 듣고 있다…집 보러 가서 언행 주의를

집을 둘러보는 동안 감정 표현을 최대한 자제하고 필요한 대화는 에이전트 사무실 등 별도의 장소에서 나누는 것이 좋다. [로이터]


오픈 하우스의 계절이 돌아왔다. 전보다 덜해도 요즘 길가에서 오픈 하우스 사인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오픈 하우스는 매물로 나온 집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기회다. 그런데 최근 집집마다 보안 카메라를 설치하면서 집을 보러 가서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셀러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을 했다가 원하는 집을 놓칠 수 있고 너무 좋은 티를 내면 자칫 ‘바가지’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보안 카메라가 설치된 집을 보러 갈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을 알아본다.

◇ 부정적 언급 삼가야

한 커플 바이어는 50여 채의 매물을 본 끝에 한 매물과 구매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이 바이어는 50채가 넘는 집을 보러 다니는 동안 보안 카메라가 설치된 집이 많다는 것을 알고 말과 행동은 물론 감정 표현까지 최대한 주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안 드는 조건에 대해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린 적이 많았고 부정적인 표현을 통해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고 싶은 유혹도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 에이전트들에 따르면 요즘처럼 셀러가 유리한 시기에는 전혀 먹히지 않는 전략이고 오히려 불리한 결과만 낳기 때문에 조심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셀러가 걸어놓은 액자를 가리키는 행동조차 셀러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 좋은 티도 내면 안 돼

반대로 집이 너무 마음에 들어도 좋아하는 티를 내면 안 된다. 집을 마음에 들어 하는 바이어의 모습을 보면 셀러의 마음도 기쁘겠지만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에 오르면 이를 활용해 바이어를 힘들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리 요구를 하거나 에스크로 기간 연장이 필요할 때 협상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집을 보러 가서 좋아하는 감정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최근에는 집을 보고 간 바이어의 소셜 미디어까지 뒤지는 셀러도 있다. 바이어가 제출한 구매 계약서 등을 통해 바이어의 신상을 파악한 뒤 집을 보고 간 소셜 미디어에 후기를 남겼는지 확인하는 셀러다. 완벽한 집을 찾았다는 내용의 소셜 미디어 글을 본 셀러가 이를 거래 조건 협상에 사용하기 쉽다.

◇ 스마트 초인종으로 바이어 엿들어

실제로 셀러가 바이어의 대화를 엿듣고 이를 협상에 활용한 사례도 많다. 한 바이어는 주택을 구입한 뒤 이웃으로부터 불편한 진실을 듣게 됐다. 집을 보러 온 순간부터 셀러는 보안 카메라 음성 녹음 기능을 통해 엿들은 대화로 바이어가 집을 구입할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는 집을 보러 온 바이어가 나눈 대화 내용을 옆집 주인에게 이야기해 준 것이다. 이웃을 통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바이어는 불리한 가격 조건에 집을 사게 된 것을 알고 만 것이다.

보안 카메라가 보편화되면서 집 입구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집을 둘러보는 동안 너무 마음에 들어 하는 표정을 하거나 반대로 매물에 대한 험담을 했다가 보안 카메라를 통해 셀러에게 ‘발각’되면 사례에서처럼 협상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감시당하는 것 같은 섬뜩한 기분

보안 카메라 때문에 집을 보러 가서 섬뜩한 경험을 한 바이어도 있다. 한 바이어는 집을 보러 갔다가 집 안팎 곳곳에 설치된 여러 대의 보안 카메라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 놀란 것을 실내로 들어선 뒤다. 실내 이곳저곳 에이전트와 함께 이동하는 동안 보안 카메라도 동선에 따라 함께 움직였던 것이다.

집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감옥에서 감시하는 것 같은 오싹한 느낌에 바이어는 집을 다 보지도 않고 서둘러 떠났다. 안전을 위해 보안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은 좋지만 이처럼 지나치게 사용할 경우 집을 파는 일에 오히려 방해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 바이어와 원격 대화 시도

안전을 위해 보안 카메라를 설치하지만 바이어의 행동과 대화를 녹화할 권리가 셀러에게 자동으로 부여되지 않는다. 이는 자칫 사생활 침해 소지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마다 보안 카메라와 관련된 다른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집을 보여주기 전 담당 에이전트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아마존 스마트 스피커 제품 알렉사의 ‘드롭 인’(Drop In) 기능으로 집을 보러 온 바이어와 대화를 시도한 셀러도 있다. 바이어가 각 방에 들어설 때만 알렉사 드롭 인 기능이 작동됐고 셀러는 각 방의 장점을 친절하게(?) 원격 설명한 것이다. 바이어를 대동한 에이전트가 집을 보여주며 장점을 설명해 주고 있었음에도 너무 친절한 셀러의 설명에 바이어는 부담을 느껴 다른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 사생활 침해·공정 거래법 위반

보안 카메라가 설치된 집을 내놓는 셀러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생활 침해 소지는 물론 부동산 공정 거래법에 위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별로 보안 카메라 설치와 관련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집을 내놓기 전에 관련 규정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입구에 카메라가 설치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하는 것이 불필요한 문제 발생을 피하는 방법 중 하나다. 또 리스팅 에이전트를 통해 매물 자료를 등록하는 MLS에 보안 카메라 설치 사실을 미리 기재하도록 요청하는 것도 좋다.

이 두 가지만 조심하면 보안 카메라가 설치된 집을 내놓을 때 큰 문제는 없지만 음성 녹음 장치가 있는 카메라는 일부 주의 경우 엄격한 규정을 시행하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야 한다. 미네소타 소재 부동산 중개 업체 에디나 리얼티에 따르면 미네소타와 위스콘신주의 경우 영상 녹화만 가능한 보안 카메라의 경우 실내외 어디서든 특별한 제한 없이 사용을 허락하고 있다.

그러나 탈의가 가능한 화장실이나 욕실 등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가주, 플로리다, 일리노이, 미시건, 펜실베니아 등 10여 개 주에서는 음성 녹음 장치가 있는 보안 카메라 사용을 허락하지만 셀러와 바이어 양측의 동의가 필요하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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